트루 그릿 - 진정한 용기
찰스 포티스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장르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그것은 19세기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악당들과 총잡이로 대변되어 호쾌하게 펼쳐지는 서부 영화가 아닐까 싶다. 국내에도 한때 유행이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렸던 서부극은 근래 들어 거의 그 자취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우리의 눈에서 멀어졌지만, 권선징악을 모토로 하여 광활한 대지위에서 깔끔한 액션과 숨 막히는 대결 구도를 이끌어 내며 쌓여있던 우리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또한 우리에게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교훈적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은 추억의 명화로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사실 서부극의 야야기 내용을 살펴보면 대개 그렇듯 무법자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걸출한 보안관이나 현상금을 노리는 어느 무명 총잡이의 무용담에 그 초점이 맞추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마 대부분일 듯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조금 생소하게 여겨질지는 모르겠으나 14살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불한당을 찾아 복수를 펼치는 모험담이 담겨 있는 기존 영화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작품 속의 시대가 19세인 까닭에 당시 사회의 치안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연약한 어린 소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 어찌 보면 조금 황당하게 보여 질것 같기도 하지만, 내용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전혀 부자연스러움을 느끼지 않고도 책 속에 푹 빠져 그 재미는 물론이고 잔잔한 감동까지를 느껴 볼 수 있는 나름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진정한 용기라는 원제목을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서부 개척시대 평범한 사람들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절도와 폭행을 일삼는 톰 채니 라는 악당을 쫓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활을 걸고 복수를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매티 로스라는 야무진 꼬마 숙녀와, 보안관 대리라는 직책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억지스럽고 무자비 하지만 자신이 판단하고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끝장을 보고 마는 애꾸눈을 하고 있는 코그번, 그리고 텍사스 순찰대원이지만 지명 수배자에 걸린 현상금에 더 관심이 많은 라비프 라는 세 인물이 겪는 모험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리얼한 이야기 전개를 통해 코믹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적 묘사가 잘 배합된 이 소설의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오고 갈데없는 부랑자를 자신의 농장에 거두어 들였다가 그가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는 아버지의 우울한 소식을 듣게 된 주인공 매티는 불쌍하게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의 원한을 풀고자 보안관 코그번을 찾아가 범인을 잡아주는 대가로 거액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된다. 단 범인을 잡으러 갈 때 자신과 함께 가야한다는 조건을 달고 말이다. 어린아이의 철없는 생각이라는 판단으로 몇 차례 거부하던 코그번은 고민 끝에 이를 수락하지만, 범죄자에게 거대한 현상금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이전부터 그의 뒤를 쫓고 있던 라비프가 새로이 가세하면서 이들은 각자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험난하고 힘든 여정의 길에 함께 나서게 된다.

미국의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그 동안 영화로는 많이 봤으나 개인적으로 이렇게 책으로 대해보기는 사실 처음이다. 이 작품은 서부극 치고는 호쾌한 액션이나 스릴 넘치는 긴장감을 주는 장면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단조롭게 여겨질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장황한 배경의 묘사나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의 군더더기적인 이야기가 없는데다가, 작품의 시작과 전개가 그리 복잡하지 않고 등장인물 역시 많지 않아서 책을 읽는 과정에서의 어떤 혼란스러움이나 곤란함을 겪지 않고도 누구나 편안하게 독서의 시간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이 작품이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서부 개척시대라는 다소 독특한 배경과 소재를 토대로 범죄자의 흔적을 찾아 추격하는 과정에서 개성이 뚜렷한 세 인물들 간의 복잡 미묘하게 벌어지는 심리적인 묘사와 화려하고 은유적인 문장을 수반하지 않음에도 작가 특유의 코믹하고 간결한 문체에서 감칠맛 나는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선량하게 살아가던 자신의 아버지가 어느 날 괴한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연약하고 어린 소녀임에도 범인을 잡기위해 당돌하고 거침없는 행동으로 슬기로운 지혜와 진정한 용기를 발휘해 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 이 작품은 아마도 많은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주지 않을까 싶으며, 더불어 <더 브레이브>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어 2011년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라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하니, 영화와 함께 비교해서 보아도 나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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