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언제? - 투신자살한 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자전적 장편소설
프리모 레비 지음, 김종돈 옮김 / 노마드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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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쟁은 누구도 원하는 형태의 것이 아님에도 우리의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전쟁의 참혹한 과거로 점철되어 왔다. 그러나 이점에 있어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이러한 전쟁의 원인이 다름 아닌 바로 우리의 탐욕스런 시기와 질투 그리고 증오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잔혹한 죽음과 파괴만을 부르며 결코 쉽게 치유되지 않는 정신적 고통의 시간만을 우리에게 안겨다 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이유라 하더라도 우리는 과거 쓰라린 전쟁의 역사를 교훈삼아, 다시는 그와 같은 폭력의 도구가 재현되지 않도록 하는데 우리의 온힘과 노력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들 중 대부분은 아마도 빨치산이란 말을 흔히들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단어를 두고 마치 빨갱이라는 동일한 의미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사실 이 말은 원래 정규군과는 별도로 적군의 배후에서 기습과 같은 방법으로 타격을 입히며 게릴라식의 전투를 벌이는 파르티잔이라는 러시아어에서 따온 말이다. 익히 아는바와 같이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빨치산들의 많은 활약이 있었는데, 강압적인 일본의 국내 침략에 맞서 항일무장투쟁을 하던 일제 강점기 시대와 그리고 6.25 전쟁을 계기로 단지 이념적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리산을 근거지로 하여 활동했던 세력이 바로 그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한때 겪었던 전쟁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동안 자신이 몸담고 있던 조국의 패망을 시작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같은 동족들이 무참히 유린당해야만 했던 당시 독일 나치 부대를 상대로, 유태인의 빨치산 부대들의 고난의 역사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고대 로마제국 랍비들에 의해 기록된 잠언의 내용처럼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위해 대신 살아줄 것인가, 또한 내가 나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과연 나의 존재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라는 말에서 보듯,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시킨 전쟁이 남긴 그 비극적인 현장의 실상을 담은 이 책은, 아마도 우리에게 있어 여러 가지 많은 물음을 던져준다 하겠다. 따라서 독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나라를 잃고 어쩔 수 없이 빨치산이 되어야만 했고 더구나 유태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했던, 그들의 고단하고 처절했던 삶의 과정을 담아낸 이 책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전쟁의 피해자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의 순간을 맛보아야 하는 그들의 처절한 행로를 통해, 오늘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주인공 멘델은 유태인의 피를 가진 러시안 인이다. 나치에 의해 저질러진 전쟁으로 인해 자신의 조국을 위해 힘껏 싸우다가 그 패배의 결과로 부인과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남게 된 그는 침략자의 손에 넘겨진 자신의 터전을 뒤로하고 나치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빨치산이 되기 위해 정처 없는 유랑의 길에 나선다. 그는 유랑 도중 레오니드라는 청년을 만나 곳곳에 숨어 있는 나치의 부대와 밀고자의 눈길을 피해 안전지대로 이동하면서 숲속과 야산의 한 모퉁이에 위치한 빨치산 부대의 일원이 되어, 크고 작은 전투에 참가하면서 독일군의 부대에 타격을 입히며 많은 활약을 한다. 그러나 당시 빨치산의 구성원들 대부분이 러시아, 폴란드 등 유럽의 여러 국가의 국민들로 구성되어 있고 같은 국가라 하더라도 민족이 서로 다름에 따라 내부분열의 소지가 많았으며, 이런 이유로 이곳저곳에 흩어져 산발해있던 빨치산들끼리의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어 여러 위험한 요소들을 안고 있었다. 더불어 대부분의 나라가 나치의 침략적인 행위에 대해 항거하는 것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전쟁 이전에 러시아나 폴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유태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더러 피해를 입으면서 환멸을 느끼고 있었기에 유태인으로 빨치산의 일원으로 존재 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의 이러한 처지의 원인제공자가 바로 독일군이었기에 이에 항거해야 한다는 것이 목표가 하나 있었고, 당시 시대 상황으로 볼 때 유랑민의 처지에서 빨치산의 일원임에도 의심받고 차별받는 대우를 받았긴 했어도, 그나마 나치의 눈을 피해 안전하게 자신의 삶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때로 스파이에 밀고 당하기도 하고 나치의 교묘한 수법에 의해 다시 흩어지고 모아지는 과정을 통해 여러 빨치산 부대를 전전하다가 결국 그들은 연합국의 승리로 어렵고 힘들고 유랑의 길을 마치고 러시아를 거쳐 폴란드와 독일을 지나 마침내 이탈리아에 안착하게 된다.

저자는 한때 파시스트를 반대하는 레지스탕스와 빨치산으로 활동하면서 체포되었다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끌려가고 난 뒤, 이후 어렵게 그곳으로부터 벗어나 우연히 만났던 친구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작가는 작품 속 주인공 멘델의 눈을 통해 전쟁의 화마가 휩쓸고 간 그곳에 허름한 나무십자가 만이 즐비한 모습들을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죽은 자는 무덤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산 자는 무덤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그리고 무덤 속의 죽은 자는 오래 기억될 의무가 있고 무덤 밖의 산자는 그들의 오래 기억할 의무가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전쟁은 선택과 거부, 권리와 의무를 모두를 빼앗아 가버리며 우리 자신을 바로 그와 같은 상태 만드는 하나의 지독한 존재라고 의식한다. 누구라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의 현장에 서 있었다면,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 살아주지 않음을 그래서 삶이란 오로지 내 의지와 생각 그리고 나의 선택된 행동에 의해서만 지탱되는 것임을 직시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우슈비츠에서는 아무도 기도하지 않는다. 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은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 주는듯하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독자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는 것은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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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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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지난 자신의 오랜 과거시절과 비교하여 과연 행복을 그때보다 조금 더 느끼고 살아가는 것일까.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물질의 풍요로움과 생활의 편리성이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만큼 비례하여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정도가 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현실에 현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마치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고통과 아픔의 형국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그리 과한 억측은 아니라고 본다. 오늘보다 나은 희망찬 미래를 바라며 매일 같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보지만, 점점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지면서 우리의 인간관계는 점점 건조무의미해지고 잠깐 동안의 여유조차도 찾아 볼 수없는, 어쩌면 우리는 오히려 마치 하루살이와 같은 불안한 삶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먼저 이 작품은 조지오웰이 한때 지병을 앓게 되면서 모로코로 휴양을 갔다가 그 기간 동안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발표 당시 독자들의 호응이 좋았으나, 곧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묻혀 있다가 전쟁이 끝난 뒤 그의 베스트셀러와 함께 재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왜 쓰는가라는 그의 에세이에서 자신의 작품 활동이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밝혔듯, 이후 작품들이 정치적인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고 보면, 이 소설의 내용은 순문학에 가까운 편이어서 독자들이 그의 감성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 하겠다.

작품 속 배경은 주인공 조지 볼링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10년대의 어느 영국의 작은 시골의 풍경에서 그가 성장하여 그곳을 벗어나 전쟁을 겪으면서 도시로 이주하여 결혼과 함께 가정을 이끌어 가는 1930년대 후반까지를 주 무대로 하고 있다. 조지볼링은 약간은 뚱뚱한 외모를 가진 평범한 중산층으로 현재 보험 외판원을 하고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며, 그의 아내는 남편의 일정한 수입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절약을 강조하며 돈 걱정에 불평을 늘어놓으며 바가지를 긁어대는 아이 둘을 키우지만 자기관리에는 소홀한 아줌마다. 어느 날 조지는 친구가 권유한 경마 베팅에 내키진 않지만 약간의 돈을 걸었다가 생각지 않은 목돈의 배당금을 손에 쥐게 되는데, 아내 몰래 이를 어디에 써야 할지 오랜 고민 끝에, 문득 자신이 떠나온 오래전 고향을 방문하여 멋진 날들을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사소한 행동에도 급작스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눈치가 빠른 아내와 회사에 둘러댈 적당한 알리바이를 사전에 계획하여 통보한 뒤에, 그는 이윽고 자신의 차를 몰고 자신이 태어나 자랐던 평화롭던 그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흥분과 부푼 기대감으로 과감한 일주일의 비밀 여행을 떠난다.

그는 어른이 되어 결혼하기까지 로어빈필드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성장했는데, 집안의 가세가 기울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식료품 가게 점원으로 일하다가, 전쟁이 터지면서 징병되어 나중에는 운 좋게도 장교로까지 진급되어 제대하면서, 지난날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서 벗어난 약간은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못가 자신의 아내가 멋도 부릴 줄 모르고 애교도 없는, 오히려 매일 같이 자신의 사소한 작은 행동하나에도 잔소리만 늘어놓는 재미없고 따분하기만한 결혼생활을 왜 하게 되었을까 하는 뒤늦은 회의감과, 직장에서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어느새 기계적이고 숨 막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떠나게 된 뜻하지 않은 이번 그의 여행이, 비록 겉으로 보이기에 일탈적인지만 그 이면에는 답답한 현실을 뒤로 하고 숨쉬러나가고 싶은 그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우여 곡절 끝에 도착한 20년 만에 다시 찾은 그의 고향은 그의 기억에 남아있던 것과는 달리 흉하고 볼품없는 작은 도시로 모든 것이 변해 있었으며, 그 모습을 보게 된 그는 차라리 오지 말았으면 하는 후회감에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나타난 현실은 악몽 같은 또 다른 시간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누구나 행복한 미래의 꿈을 꾸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기 앞에 놓은 현실은 그러한 이상과는 다소 거리가 먼 힘들고 버거운 일들로 가득해 있을지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작품은 어디에도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과 아픔을 대변한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여러 상황들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그로 인해 고단한 현실의 고통스런 삶이 지속되는 것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실의 아픔은 더욱더 커져갈 것이고 답답하게 죄어 오는 암울한 현실의 일들은 그만큼 우리의 더욱 초라하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자신에 남은 삶까지를 쉽게 포기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자신을 위안해줄 인간적인 그 무언가를 외부에서 찾기보다, 거친 인생이라 해도 스스로의 삶 속에서 보람을 찾으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재보다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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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물건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에서부터 환경, 인간의 본성까지를 모두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 아닐까 싶네요. 더불어 은연중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있는 자본주의 실상들을 이 책을 통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둘러 보게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질 만능주의에 함몰되어 살아가는 오늘 우리의 현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보았으면 싶어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금융경제의 내용을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 한권을 통해 일목요연 하게 살펴볼 수있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 생활에 금융을 빼고는 생각할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금융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 이 책을 통해 금융의 흐름과 오늘의 금융현상들을 이해했으면 싶습니다.^^* 

 

 

 

 

 

 

인플레가 날로 심해지는 오늘날, 가격이 우리의 실제 경제생활을 지배한다고 보면 이 책의 내용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가격응 모든 것에 존재한다는 저자의 주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우리의 입장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융용한 책으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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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1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 1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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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의 일들이 가끔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건, 그동안 반복되어왔던 거의 모든 것이 이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는, 그래서 앞으로 예상되는 일들이 어느 정도 쉽게 가늠해지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우리는 현실에 맞지 않은 놀랍고 엄청난 일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감내지 두려움을 표하면서도, 이상하게 그러한 일들을 대해 시간과 공간을 자기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자신만의 상상 속의 세계를 꾀하는 것에 관해서는 오히려 이를 은근히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실과 동떨어져 어떻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의 전개임에도 그동안 해리포터나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초자연적인 판타지 형태의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작품 속 내용에 따른 저자가 풀어가는 전개과정이 화려하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스릴이 가득 담겨 있어서 행여 다음 장면이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치밀한 구성과 설득력 있는 훌륭한 문장들이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그러한 이면에는 우리가 그동안 상상 속으로만 이해해왔던 공상적인 부분을 그와 같은 작품을 통해서 대리만족해하는 부분이 분명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판타지 계통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근래 들어 간혹 그러한 작품이 주는 또 다른 세계에 매력을 조금씩 맛보게 되면서 그 나름대로의 짜릿한 흥미를 느끼곤 했는데, 이 작품 역시 독자에게 있어 상당한 재미와 흥분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은 물론,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푹 빠져들게 할 만큼의 탄탄한 스토리의 전개가 뒷받침 되어 있어서 한번 읽어볼만한 판타지 작품이 아닐까 싶어 추천해본다.

이 책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두 가지 플롯을 띠고 있다. 그런데 작품이 대서사적인 상당히 장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앞부분에서 음산한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의 배경과 상황이 독자들에게는 쉽게 적응되지 않는 조금은 답답하고 지루한 면이 느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후부터는 손에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작품 속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가 아기자기하면서도 흥미를 동반한 긴박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그만큼 책 속으로 몰입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매혹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작품의 내용 안에는 주인공 크보스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신비술사가 되기 위해 겪게 되는 다양하고 신비로운 모험의 이야기와 더불어 애틋한 로맨스가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고, 이후 그가 벌이는 호쾌한 영웅담의 내용은 많은 독자들에게 아마도 분명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제공해 주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크보스는 한때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악인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어떤 이유에서 인지 자신의 이름과 지난 과거의 행적을 숨긴 채, 어느 작은 도시에 여관을 운영하며 자신의 제자인 배이튼과 함께 은둔자적하며 지낸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그는 거대한 독거미에 의해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된 귀족이자 왕국 연대기 작가를 구해주게 되는데, 이 작가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그의 모습을 보고 그가 어느 왕국의 전설적인 영웅이었음을 알아차리고, 그의 지나온 행적에 대한 이야기를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크보스라는 인물의 지난 과거의 일들이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주인공 크보스는 왕국의 신화를 수집하며 유랑극단을 운영하는 부모를 따라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 다니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애번시라는 마법사를 만나 신비술사로의 꿈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크보스는 어른으로 채 자라기도 전에 악마의 제왕으로 불리는 챈드리언과 그의 부하들에 의해 그의 부모를 잃게 되는 운명을 맞게 되고, 이후 고아가 되어 이리저리 떠돌다가 어느 술집에서 어느 서사 시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부모를 죽인 악마에 관한 어떤 암시가 들어 있음을 알고, 위대한 마법사를 배출하는 대학에 우여곡절 끝에 입학하면서, 왜 자신의 부모가 그들의 손에 죽게 되었는지 그 비밀을 하나씩 밝혀나가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짜임새 있게 전개되는 주인공 크보스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여러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비록 현실과는 이질적인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비로운 마법과 순수한 사랑,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자신의 부모를 죽인 악마의 제왕과의 한판의 결투 등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질 만큼 그 묘사가 사실적이고, 중간 중간 가슴에 와 닿는 서정적인 문장들은 우리의 감동과 이해를 전달해 주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나 싶다. 따라서 한편의 멋지고 아름다운 판타지 소설을 기다렸던 독자가 있다면, 주인공 크보스와 함께 화려하게 펼쳐지는 그의 영웅담의 대열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고, 무한한 환상 속의 세계로 여행을 잠시 즐겨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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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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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경제생활을 함에 있어 화폐를 생각해보면, 사회와 경제 그리고 문화적 측면에서 많은 효율적인 기능과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점은, 아마도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솔직히 화폐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본다면, 우리는 지금 엄청난 수고와 불편을 감수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화폐를 두고 자기만족을 위해서든 아니든 간에, 우리는 매일같이 벌어들이고 다시 소비하고 저축하면서도 정작 화폐가 무엇인가 하는 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듯하다. 물론 화폐의 본질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이해하는 것이 무슨 그리 대단한일이겠는가 하는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화폐가 단순한 의미에서의 상품을 교환하는 매개수단이나 혹은 가치저장, 결제수단과 같은 기능적인 면에 함몰되어 왔다는 점에서, 그동안 우리가 간과해왔던 부분, 다시 말해 이 책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화폐가 지닌 본래 속성들의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주시해보았을 때, 우리가 화폐를 바라보고 이해해왔던 이전의 고정된 사고의 틀에서, 이제 조금은 그 시각적 확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따라서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에 대해 반가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화폐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적인 내용들이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껏 우리가 화폐를 단순히 유용적인 도구로만 간주해왔던 점에 머물 것이 아닌, 화폐가 가지는 이중적인 성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화폐가 흔히 개인들의 사회, 경제체제에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이와는 달리 그는 마이클만이 말한 화폐는 사회의 기간 구조적 권력 일뿐만 아니라 전제적 권력이기도 하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화폐가 인간사회에 유통됨으로서 여러 가지를 성취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의 이면에, 화폐가 가지는 힘을 이용해 어느 특정한 이해 집단이 자기들만의 것으로 전유해 버릴 수도 있음을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화폐를 어느 누가 소유하고 통제하는가에 대한 지극히 포괄적인 부의 문제에서만이 아닌, 화폐를 생산하는 현실적인 과정 자체가 본질적으로 권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화폐의 생산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폐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여 각자의 신용등급을 기초로 하여 생산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차별적인 이자율이 정해짐으로서 불평등을 더욱 가중 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저자의 지적을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화폐의 본성이란 따지고 보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순기능적인 점이 있는 반면에 권력적인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두 가지 성질이 서로 모순된다는 점에 우리는 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자는 지금까지 많은 경제학자들은 화폐의 기능적인 면만을 나열하며 여기서 화폐의 존재와 성격을 설명하고 있다면서, 화폐의 그러한 속성과 가능들 가운데 도대체 그 중 무엇을 화폐라고 규정할 것인가와, 화폐를 다른 것과 구별 지을 수 있는 구체적 정의가 무엇인지를 이 책에서 되묻고 있다.

서두에서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화폐 개념에 대한 대안으로서, 청구권 또는 신용채권 화폐 이론이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발전되고 있지 못하는 현실에,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을 사회현상으로서 화폐의 본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세우고자함을 밝히면서, 화폐 이론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 세 가지 질문, 화폐란 무엇이며, 화폐는 어디에서 생겨나 어떻게 사회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가, 그리고 화폐는 어떻게 가치를 얻고 또 잃게 되는지를 명확하게 대답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화폐란 상품의 생산이나 교환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사회적 관계로 구성되는 것이기에, 한마디로 요약하여 화폐 그자체가 바로 사회적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이런 논리의 바탕에 화폐가 교환가능성이 높은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추상적 계산화폐에 근거한 양도 가능한 채무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점이 우선하여 전제되어야 하며, 화폐로 갚을 수 있는 채무는 어떤 특정한 채무가 아닌 일정한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종류의 채무를 갚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화폐를 쓰는 사회를 하나로 통합해주는 것은 무수한 채권, 채무의 네트워크이며 이 네트워크는 국가 주권으로 인정되고 지지되어야 하며, 그런 점에서 결국 화폐는 주권의 한 가지 형태이며 일정한 권위를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결코 이해되지 않은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저자의 말대로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를 우리가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여러 분석들을 나와야 하며, 우리는 이를 실물경제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화폐를 생산과 분배를 둘러싸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여러 문제들을 지금까지 경제학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정치, 사회적인 방향으로 그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라 하겠다. 더군다나 화폐란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았을 때, 화폐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두고 다각적인 분석을 고려하지 않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해법만으로 결코 해결될 수 것은 아닌듯하다. 따라서 이 책이 담고 있는 모든 내용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화폐가 유발시키는 여러 문제와 대하여 그동안 우리가 간과해왔던 여러 부분들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방법의 형태로 받아들여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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