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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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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흔히 마트나 백화점에서 가서 물건을 사거나 혹은 어떤 특정한 서비스를 제공 받고자 할 때, 최종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 그 결정에 있어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아마도 가격이 될 것이다. 물론 가격보다는 품질의 우수성이나 디자인 그리고 취향을 더 중요하게 여겨 선택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대개의 경우는 가격적인 면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되는 이유는, 가격을 기준으로 자신이 원했던 것을 소유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그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이며, 특히 의식주와 관련한 생필품의 경우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갖추어져야 하는 부분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처럼 경제활동이 우리의 생활에 기본적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가격은 분명 우리의 선택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으며, 이는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가격에 의해 통제될 만큼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기에 여러 각도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보여 진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격을 단순히 물건이나 서비스의 대가로 값을 치르는 평범한 수치로만 인식 할 뿐이다.

이 책은 우리 스스로가 부여한 가격의 실제 움직임을 통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있는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치며, 과연 우리가 신중한 의사결정을 거쳐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지, 만약에 시장에서 결정된 균형가격이 우리가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 부분 왜곡되어 가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인지를 깊이 살펴보고자 했고,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생명이나 행복, 신앙과 같은 추상적인 대상에도 은연 중 우리가 가격을 책정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서,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객관적이고도 폭넓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어 독자들에게는 더없는 유익한 경제도서라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먼저 가격이 정해지는 방법에 따라 사람들이 거기에 반응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범하게 오류가 의외로 많이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물건을 구매함에 있어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선택을 하고 경우를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이를 근거로 와인의 예를 들면서 같은 품종의 포도를 사용했으며 맛과 품질이 대등함에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값이 저렴한 미국이나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와인을 선택하기보다 두 배의 돈을 들여 프랑스 와인을 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라벨 하나만을 보고 터무니없는 값을 지불하는 이 행위는 우리의 그릇된 인식에서부터 비롯된 것임을 시사해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또한 사람들은 오로지 자기 과시만을 위해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고가에 매입하는 놀라운 행위를 보이기도 하는데, 고급자동차나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구매하는 예가 바로 그렇다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위를 옹호하는 일부 사람들은 그와 같은 것을 구매함으로서 얻게 되는 행복감이라는 것을 왜 간과하느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의 3장에서 제시한 행복에 대한 가격 설명에 비추어 보면, 설사 그러한 행복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1년도 채 유지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 현명한 구매선택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특히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은 가격을 정하기 껄끄러운 사람의 생명이나 신앙, 행복 혹은 여성과 같은 주제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때, 인간의 목숨을 가지고 마치 상품의 가격을 정하듯 취급되는 일이 비상식적인 것으로 비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2001년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에서 보듯 타인에 의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한 보상의 관점에서 보면 이를 마냥 색안경 끼고 바라볼 일만은 아니며,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취할 때 가장 적정한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 종교의 경우에도 우리는 신앙을 자신의 신념에 따른 선택으로 정신적인 위로를 얻지만, 이것 역시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함을 우리 스스로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특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렇게 정해진 가격에 우리가 통제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단순하게 넘겨버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연 신중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가격은 일부 예외적인 것도 있긴 하지만, 거의 모든 물건이나 제공되는 서비스는 지니는 그 성격이나 중요성에 따라, 일반적으로 개인의 경제활동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가운데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만족하는 범위 내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형성되어 왔던 시장가격이 언제나 우리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었던 것만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갑자기 폭등하거나 반대로 폭락했으며,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는 적잖은 혼란을 경험해 왔고 앞으로도 이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결국 가격이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경제행위를 원활하게 유지해주는 하나의 편리한 수단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와는 달리 우리의 선택과 판단을 심히 제약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 일수도 있음을 우리가 인식해야만 한다. 오늘날 우리들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제도에 힘입어 개인적 자유의 영역이 이전보다 크게 확장됨에 따라, 타인의 간섭이나 강제 없이 언제든 자유롭게 자신의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으며, 반대로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받기 위해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상 곳곳에서는 수많은 거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해봐야 할 것은, 가격을 통한 우리의 경제 행위가 자기만족과 비교하여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또한 우리들이 결정한 가격의 결과가 때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깊이 고려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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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소설
송수경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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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고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선조들이 범한 수많은 과오들을 통해 오늘 또다시 이와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함이고, 또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것에 있을 것이다. 물론 역사를 평가함에 있어 저마다 각기 다른 여러 견해차이의 시각들이 존재하게 마련이고, 같은 사실을 두고도 이를 바라보는 보는 관점들이 다양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들이 공통된 역사의 인식을 함께 향유하는 하나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조선 선조와 광해군 시기를 거치며 정치가이자 문학가로 그의 이름을 드높였던 허균이, 역모를 꾀했다는 이유로 처참한 생애를 마감한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그의 저서였던 홍길동전을 연관시켜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재조명 해보고자 했다. 사실 허균이 썼던 홍길동전이 오늘날에 와서야 우리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일종의 영웅소설로 치부되고 있지만, 그 당시 사람들의 입장에서 소설 속에 담긴 내용을 감안하여 생각해본다면, 이를 단순하게 재미로만 받아들기에는 상당히 충격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홍길동전이 담고 있는 그 주된 내용이 양천과 반상으로 구분되는 신분제도의 모순점과 부패된 양반사회를 비판한 사회 고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은 물론, 더 나아가서는 홍길동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해 간다는 부분을 생각하면 조선왕조의 입장에서는 가히 반역에 가깝다고 할 만큼의 엄청난 이야기로 전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말미에서도 밝힌바와 같이,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허균의 죽음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그의 과거행적들을 따라 비교 유추해 보면서, 당시의 일어났던 사건들을 기존의 시각이 아닌 또 다른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나름대로 흥미 있는 일이라 생각 된다.

이 소설은 허균이 역모의 죄를 쓰고 당시 권신세력들에 의해 능지처참이라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 후, 멸문지화 속에 살아남았던 그의 조카 허보라는 인물과 외손자 필진이라는 가상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그의 억울한 죽음과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미스터리적인 추리기법의 요소를 가미시켜 흥미진진하게 엮어 나가고 있고, 또한 허균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역사 속의 실존 인물들의 행보를 독자들 나름대로 유추해 볼 수 있도록,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치밀한 구성과 생동감 있는 전개가 매우 돋보이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작품 속에 허균의 모습이 그러했듯이 허균은 명문 사대부의 출신의 뛰어난 문장력으로 과거시험을 통해 벼슬길에 오르지만, 서얼 출신의 그의 스승이었던 이달의 영향과 사상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 했던 그의 진보적 기질이 맞물리면서 왕실은 물론이고 전라도 부안의 유명한 매창이라 불리는 관기와도 정신적 교류를 맺는 등의 계층과 상관없는 폭넓은 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행보들은 결국 권신세력들로부터 유교의 이념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그의 사상성을 의심받아 파직과 탄핵, 그리고 복권이라는 수차례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홍길동전은 그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것이며, 작가는 그의 저서였던 홍길동전의 내용을 담보로 하여 이 작품을 이끌어 간다.

작품은 두 가지의 흐름으로 전개되는데, 하나는 허균이 죽고 난후의 과거의 흔적을 찾아가는 현재의 시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허균이 그의 친우들과 교류를 맺으며 갈등 상황이 그려가는 과거의 시점이다. 소설 속 내용에 나타난 현재의 시점에서는, 허균의 조카 허보가 그의 의문에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어느 이름 모를 여인으로부터 중요한 단서하나를 얻게 되는데, 그것은 허균과 가까이 지냈던 매창이라는 관기가 남긴 비밀내용이 담긴 한편의 시였으며, 또한 허균과 친분이 가까웠던 친구 유희경으로부터 과연 홍길동전을 누가 썼는지 그 과정을 찾아가다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언질을 듣게 된다. 결국 이 두 가지의 단서를 토대로 허균이 썼던 홍길동전의 내용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원본과는 달리 일부 각색되었으며, 그의 죽음도 바로 이러한 점과 연관이 깊을 것이라는 사실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내용의 과정을 담고 있고, 반면에 과거의 시점에서 작품의 전개 내용을 보면 허균은 문학적 교류를 통해 가까이 지냈던 관기였던 매창과 그리고 한때 매창의 정인이었던 유의경 간의 삼각관계가 허균의 죽음과 관련하여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또한 서얼 출신들이 주축이 된 허균의 일부 문우지정들이 자신들의 출세에 걸림돌이 되는 신분제도의 문제점들에 대해 허균과 논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그 방향성에 있어서 서로 간의 심각한 갈등의 표출이 생동감 있게 잘 나타냄으로서, 결국 무엇이 허균을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독자들이 추측해 볼 수 있게 했다.

이 작품의 진행을 보면 이야기의 내용이 상당한 개연성을 띠고 있는데다가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당시 시대정황으로 볼 때, 신분제도를 뒤엎을 만큼의 일반 민중들의 의식기반 여건이 미약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무리 임란 후 어지러운 시국이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권신세력들과 같은 기득권층의 결속이 강했던 점을 미루어 보면, 혁명을 꿈꾸었던 서얼 출신들의 반역 모의 과정 이야기는 다소 억지스럽지 않나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야기의 내용이 단순히 홍길동전이라는 소설에 국한되지 않고 이를 매개체로 하여 허균의 의문에 죽음과 연관하여 또 다른 관점에서 역사의 사실을 바라보고자 했고, 더불어 실제인물들을 이야기 속에 대입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 가능한 하나의 가설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 소설로서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것은,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사물을 관찰함에 있어 다양한 측면에서 이를 상세히 살펴보듯이, 역사의 내용도 이과 같은 맥락에서 획일적이고 경직된 시선에서 벗어나 냉정하되 객관적이고 유연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때, 비로소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것처럼, 역사를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역사의 사실이든 그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옳고 그름은 언제나 함께 동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등장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더듬어 보면서 역사의 사실에 대해 옳고 그름은 따로 두고라도, 이를 통해 자신의 역사 시각을 한층 더 확대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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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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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언론의 보도내용을 보니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이탈리아의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이 때문에 2008년 말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기 침체기를 몰고 왔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스러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 예측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펼쳐지고 있는 세계의 경제 흐름을 두고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생각하고 예측하는 주장들은 저마다 각각 다른, 이렇게 될 것이다 혹은 저렇게 하라 식의 수많은 말들로 가득 차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상하게도 그동안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여러 경제의 위기들로 인해, 우리가 많은 학습효과를 거쳤고,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투자 기법들이나 분석들이 등장하면서,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통계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대책들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보니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오늘의 경제 현안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칙을 만드는 것이 어찌 보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처럼 우리의 모든 생활이 경제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는 식의 방종은 더욱 힘든 고통의 과정만을 우리에게 안겨줄 뿐이어서, 언제까지 이를 마냥 등한시 할 수만도 없는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어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경제 위기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우리가 짊어져야 할 어깨의 무게는 가중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언젠가 닥칠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커다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취해왔던 스탠스를 다시 한 번 재점검 할 필요가 있어 보이며, 과연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파악해보는 근본적인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검은 백조의 이야기를 내세워, 인간이 그동안 지식의 축적으로 과학기술을 발달시키고 많은 시행착오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마치 자연을 지배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심각한 착각이라며 이러한 오만한 자세가 결국 언젠가 큰 화를 불러 온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 대비책을 염두에 두고 이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는 것으로 당연히 믿어져 왔지만, 나중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검은 백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우리들이 그동안의 수많은 경험으로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내용이 한 순간에 사실이 아닌 다른 어떤 새로운 것이 존재해 있음을 알려주는 내용이며,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전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생각해왔던 상황들이 예기치 않은 시점에 갑자기 도래할 수도 있음을 누구나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사람들은 확률적으로 극히 미미한 이런 문제를 두고 가볍게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이러한 일로 행해지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는 주목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례로 2007년 미국의 거대 투자회사 리만브라더스의 회사가 결국 파산에 이르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회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예측한 기관이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결국 이 하나의 사건으로 미국은 물론이고 국제경제가 돌연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고 이 여파가 아직까지도 완전하게 꺼지지 않고 진행 중에 있음을 볼 때, 결코 쉽게 넘겨버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슷한 또 하나의 예로 우리가 매일 먹는 하루세끼 식사 중에서 실수로 한 끼를 굶었다고 해서 갑자기 20키로가 빠지지는 않지만, 우리의 재산은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모두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 특히 오늘날처럼 경제의 불안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개인 그리고 국가나 기관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대책들을 내놓았다. 먼저 간략하게 개인의 경우를 살펴보면, 전문가이든 아니든 간에 누군가가 이렇게 하라는 말에 솔깃하기 보다는 반대로 하지 말라는 말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의 경우에 있어서도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전망이나 증권회사 직원들이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과거역사나 자료를 통한 모델에 맹신할 것이 아닌 자신에게 축적된 경험에 충실할 것을, 그리고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고 무엇을 얻으려고 기를 쓰기보다 선택의 과정에 있어 잘못 판단하여 실수를 줄이는데 노력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 내용을 우리가 생각해 볼 때, 이를 기존의 여러 실패의 과정들에 비추어 본다면 크게 엇나가지 않는 핵심적인 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의 말대로 검은 백조는 예측이 전혀 불가능 하는 것이고 또한 걷잡을 수 없는 대단한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누구든 결코 쉽게 넘겨 버릴 수만은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여 누군가가 의도하지 않았던 경제적인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면, 그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동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전으로의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언젠가 다가올지도 모를 검은 백조는 사람을 가려가면서 찾아가지 않는다는 점도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지금까지 경제학자들이나 기관들은 많은 시간을 들여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한 분석을 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예측에 있어 많은 오류들을 범하여 왔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우리가 수차례 확인해왔으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그동안 다른 여러 가능성들을 무시해 온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국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통해 고민해 봐야 할 점은, 편협적인 시각이나 그릇된 인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그가 말하는 조언들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 이를 자신에게 맞추어 실행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가 다시 한 번 재조명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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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홍신 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광섭 옮김 / 홍신문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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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욕망의 꿈을 꾸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살아간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보면 사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욕망이라는 존재와 불가분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살아간다는 것도 그 자체로 넓게 보면 인간이 지닌 하나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것이고, 그래서 누구나 조금 더 오래 살기위해 몸부림을 치며 애를 쓴다. 일례로 의학이란 분야도 그러한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노력에 의한 일환 일 것이며, 다른 분야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욕망이란 것을 따로 떼어두고 인간의 존재에 어떤 의미를 둔다는 것은 불가해보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면 오늘도 우리는 욕망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실체를 인식하게 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때에는 그만큼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인식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며 오늘도 내일도 욕망을 채우기 위한 방황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혹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하는 철학적 고민을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러한 욕망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자신의 모든 경험과 사상을 담아 평생을 바쳐 만든 파우스트라는 작품에 대해, 독자들마다 생각하는 의견들이 있을 것이겠지만, 괴테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존재의미와 관련하여 인간이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실현해 갈 것인가를 두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극의 형태로 되어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그 배경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읽어야 하는 문제로, 사실 이에 익숙하지 않다면 의외로 그 흐름을 쉽게 따라 잡기가 어려운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은 독자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인간의 욕망과 관련하여 이를 어떻게 추구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법적인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인간의 내부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욕망과 양심과의 갈등을 극화시킴으로서 인간다운 삶이 과연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한번쯤은 읽어 봐야 하는 작품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작품 속 제 1부의 전제에서 노학자 파우스트라는 인물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기위해, 그동안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모든 학문을 두루 익히고 지금에 이르렀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그리고는 이를 심히 괴로워하며 이러한 난관을 타파하기 위해 때로 마술에 힘을 빌려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보기도 하고, 대지의 지령을 불러내어 의논해보려고 하지만 모두 헛수고임을 알고 허무한 마음에 죽음의 독배를 마시려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파우스트는 한 마리의 삽살개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우연하게 만나게 된다. 사실 메피스토의 등장은 이전에 신과의 만남에서 인간을 유혹해 악의 수렁으로 빠트리겠다는 내기를 하고 난 뒤여서 이들의 만남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들의 만남에서 파우스트는 자신에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메피스토를 이용하고자 했고, 메피스토는 신과의 내기에서 파우스트를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들 둘은 서로 간의 암묵적인 계약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작품 1부의 내용에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도움으로 그레트헨이라는 처녀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이들 두 사람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고, 2부에서는 희랍신화에 등장하는 헬레나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녀를 차지하려는 욕심에 사로잡히면서 파우스트는 뜻하지 않은 파국을 맞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 된다.

이 작품의 전개 내용으로 볼 때, 1부가 파우스트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감정의 작은 영역에서 이야기가 펼쳐졌다고 보면, 제 2부에서는 이보다는 좀 더 확대된 파우스트의 사회적인 활동부분으로 그 배경이 옮겨가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와의 만남 이후로 함께 다니며 육신의 쾌락이나 세속적 권력, 호사스러운 생활과 같은 유혹을 매개로 매사 시험을 받게 되고 그때마다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파우스트는 자신의 사사로운 개인적인 욕망에 굴복하여 안주하기 보다는, 1부이야기에서 보듯 그레트헨과의 관계를 육체에 머무르지 않고 이후 진실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거나, 2부 헬레나의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껴 잠시 환상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이후 이를 탈피하여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즉 파우스트는 이후 욕망을 통해 얻어지는 모든 개인적 즐거움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이보다는 타인의 숭고한 영혼을 배려하거나 혹은 많은 사람들이 얻게 되는 행복을 통해 이를 새로이 발견함으로서, 결과적으로 파우스트를 타락시키기 위한 메피스토의 의도가 종국에는 마침내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작품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전개내용의 어떤 부분은 상당히 공감하기 힘든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너무 부각시켜 이를 미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괴테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은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 쉼 없이 추구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이것을 뛰어넘는 또 다른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점에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것이 많은 작품처럼 보인다. 더불어 오늘 우리가 흔히 겪게 되는 철학적 고민들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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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트 블랑슈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많은 영화 팬들에게 국내 개봉된 여러 영화중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시리즈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 순위의 상위권에 007시리즈가 들어 있지 않을까 싶다. 살인면허를 가진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국경을 넘나들며 가상의 첩보이야기를 펼쳐가는 이 시리즈는, 화려한 액션과 극도의 스릴감을 독자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로만 23편이 제작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만 놓고 보아도 독자들이 생각할 때 007시리즈의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듯해 보인다. 사실 이 시리즈는 1952년 영국의 작가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서 처음 세상에 선보인 이후, 후속으로 12편의 소설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1억 부가 넘게 팔리는 인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익히 알다시피 영화로도 크게 흥행에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왔다. 그런데 카르트 블랑슈(백지위임장) 이 작품이 이전과는 달리 조금 특이한 것은, 이언플레밍 재단의 요청으로 링컨라임 시리즈로 우리에게 알려진 미국의 범죄 소설작가 제프리 디버에 의해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들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그의 작품 내용과 견주어 보았을 때, 이 소설 역시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탄탄한 스토리에 넓은 무대를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스릴은 물론이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긴장감이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어 상당히 기대해도 좋을듯하며, 특히 픽션임에도 전개되는 내용이 사실에 근접한 이야기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흥분과 짜릿한 쾌감을 불러 일으켜 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30대 초반으로 180미터의 키에 다부진 체격을 지녔으며 한때 해군 중령으로 근무했으나 예편 후에도, 그의 치밀한 상황 분석력과 빠른 판단력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침착하고 뛰어난 임기응변이 가능한 영국 국방정보부가 자랑하는 최고의 스파이다. 그는 그동안 영국정부로부터 백지위임장을 부여받아 여러 가지 특수 임무를 홀로 진행해오다가 최근 새로운 기관에 영입되었는데, 영입되자마자 그가 받은 임무는 유해한 물질을 가득 실은 세르비아의 기차가 테러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며,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 예측되는 이 상황을 즉각 저지시키라는 것이다. 세르비아의 현장으로 급파된 본드는 조사 결과 이 테러의 배후에 아일랜드 출신의 니얼 던이라는 사람에 의해 자행된 것임을 밝혀내지만 그의 행적을 뒤쫓는데 실패한다. 그러나 영국으로 돌아온 본드는 그가 수집한 현장의 증거물을 통해서 암호가 적힌 단서를 하나 찾게 되는데, 암호 해독 결과 이 테러계획에 또 다른 인물이 관계하고 있음이 새롭게 드러난다.

이 새로운 인물은 하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산업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소각처리해주는 다국적 기업가였는데, 영국 정보부의 조사에 의하면 그의 지금까지 행해온 지난 과거의 여러 행적들에서 테러 행위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 위험인물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지만, 본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저번 세르비아의 열차 탈선 사건에 연루된 니얼던이라는 인물이 그와 함께 동행 하면서 움직인다는 것과, 이들 둘이 무언가 모종의 계획을 꾸미고 있으며 이 계획의 일환으로 곧 두바이로 출발할 것이라는 정보를 알아내기에 이른다. 결국 이들의 뒤를 쫓던 본드는 이들의 테러 거사 계획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는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고, 사업가로 위장하여 이들의 내부에 잠입하여 그 자세한 내막을 파헤치려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본드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곳에는 그들이 파놓은 위험한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으며, 이들은 마침내 서로 간의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불꽃 튀는 한판의 승부가 펼쳐진다.

우리가 이전의 영화 007시리즈에서 보아왔듯이 이 작품 역시 세르비아, 두바이,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같은 여러 나라를 걸치며 국가와 국가를 넘나드는 소설 속 이야기 전개 스케일이 상당히 방대하다는 것과, 시종일관 위태하고 아슬아슬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통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은 물론이고, 특히 이야기의 후반부에서는 예측 할 수 없는 반전의 반전이 펼쳐지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가고 있어서 기존의 007시리즈에 버금가는 재미를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게다가 007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인 주인공 본드와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본드걸과의 로맨스적인 내용인데, 중간 중간에 이들의 감미로운 이야기가 적절하게 등장하여 작품이 액션과 같은 외형적인 면으로 너무 쏠리지 않도록 했다는 것과, 또한 본드가 사용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엿듣거나 미행을 위한 추적을 용이하게 해주는 최첨단 장비들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흥미의 요소가 아닐까 싶다. 특히 신분을 위장하거나 누군가와의 접선을 위해 취해지는 그들만의 암호적인 대화나 특이한 행동에 관한 것들은, 다른 소설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첩보소설의 또 하나의 매력적인 부분이어서 이점에 있어서도 독자들이 한번 눈여겨 볼만한 대목으로 보인다. 이 작품이 언제 영화로 등장하게 될지 아직까지 언급된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혹시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기존의 작품 이상의 좋은 장면들이 연출되지 않을까 싶은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기존의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를 버리고 조금은 더 신사적이고 침착하면서도 예리한 시각을 가진, 새롭게 변모된 30대 초반의 건장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온 그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이 기회에 영화가 아닌 책으로서 007의 색다른 묘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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