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조현경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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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며 오늘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 행복이란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이며 그리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정의하며 살아가는 걸까. 물론 사람들마다 자신이 정의하는 행복에 대한 견해들은 분명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그 행복의 근원을 돈에서 찾으려 하고 또 다른 이는 권력이나 명예와 같은 것을 통해 얻으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부자들이 언제나 행복한 것은 아니며, 무지막지한 권력을 지녔던 사람도 또한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명예를 가졌던 사람들이 항상 행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행복을 느끼게 하는데 적당한 만큼의 돈이나 권력 그리고 명예와 같은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여건들을 갖추었다고 해서 행복을 누리기 위한 모든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에는 그러한 조건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얼마든지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어제보다 나은 행복을 찾아 나서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인다. 그러나 우리가 이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데 있어 그 본질을 스스로가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만족한 삶을 위해 오로지 성공이라는 것에 목표를 두고 앞만 보고 질주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과정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정작 자신이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행복한 삶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한번 깊이 생각해보고, 욕망에 대한 실현을 이루었다고 해서 언제나 그것이 항상 자신의 윤택한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 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또한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듯 과도한 욕망은 때로 감당 할 수 없는 불행한 현실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소설 속에는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현직 판사이면서 재벌가 출신의 배경을 지닌 서진과,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자신에게도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 후 어느새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된 희경, 그리고 뛰어난 미모를 바탕으로 한때 연기자를 꿈꾸었으나 진로를 바꾸어 뮤지컬 제작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는 혜리라는 인물이 바로 그녀들이다. 겉으로 보기에 이들은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화려하고 행복한 유명세를 치루고 있지만, 그녀들에게 정녕 필요로 했던 마음을 다해 진실한 사랑을 나눌 상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진은 자신보다 자신의 배경을 더 사랑한 남편의 가식적이고 의도적인 행위에 대해 환멸을 느끼면서 형식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희경은 무능력하면서도 의지력이 부족한 남편 때문에 힘들게 일으켜 세운 자신의 회사를 잃어버렸고, 혜리는 어려서 고아가 되어 이모를 따라 미국에서 자라면서 한때 유학생과 깊은 사랑에 빠졌지만 상대의 일방적인 배신으로 인해 미혼모가 되어야 했던, 저마다의 쓰라린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결국 그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한때 자신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기억들을 치유하려 하지만 생각만큼 일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화려한 성공과 그 이면에 가려진 불안한 현실의 단면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시켜 나간 이 작품은, 깔끔하고 간결한 문체를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그려나가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새 책 속 이야기의 내용으로 푹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펼쳐가는 성공과 좌절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조금 거슬리는 부분은 작품 내용을 빌미로 팩트가 아닌 것을 작가 개인의 감정을 개입시켜 이를 은근히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는 점과, 일부 이야기의 경우는 현실에서 생각하기 힘든 다소 비약적인 면이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깊이 생각해 볼만한 것은, 사랑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결코 쉽고 단순하게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또한 행복이란 어떤 외적인 것과 결부시켜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만들거나 포장하려 하기 보다는, 겉으로 보기에 주어진 자신 주변의 환경이 비록 작고 볼품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그 안에 담겨진 행복만큼은 그 나름대로의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새삼 다시 인식시켜 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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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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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태의 범죄가 되었든 간에 이는 정당화 될 수는 없는 일이며 정당화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법을 어긴 일탈행위는 반드시 사법절차를 거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법을 어긴 모든 범죄의 행위가 그와 같은 결과를 낳는 것만은 아니다.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범죄의 심증이 분명 있다하더라도 이를 증명할 만한 명확한 증거나 범죄자의 자백이 없다면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맹점이 있어서 그럴까 몰라도 사건은 존재하지만 증거나 자백과 같은 객관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해 영원히 미제의 사건으로 남는 범죄들이, 모르긴 몰라도 아마 생각보다 의외로 많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완전한 범죄를 꿈꾸는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치열하고 숨 막히는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범죄 스릴러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보여 지는 것 중 하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아슬아슬한 스릴러적인 요소 외에도 상상 이상의 반전과, 실감나는 액션들이 사건의 전개에 맞춰 적절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 소개를 보니 북유럽에서는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듯하다. 따라서 정교한 복선을 깔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을 돋보이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국내에도 아마 조만간 그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의 제목에서 보듯 헤드 헌터라는 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급 인재들을 등용하는 스카우트의 의미로 생각하기마련 인데, 단어 그 자체가 갖는 직접적인 의미로 보았을 때는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어자체가 가리켜주는 그 뜻에서만 봐도 소설의 전개 내용이 그리 심상치 않게 전개되리라는 것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야누스적인 면을 가지고 있듯이, 이 작품의 주인공 브론은 자신의 얼굴에 두 개의 가면을 쓰고 등장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능력 있는 스카우트이지만, 한편으로 그는 돈이 되는 그림을 훔치는 절도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이런 야누스적인 면을 완벽하게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스런 부인조차도 모른다. 지금껏 그는 단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명망 있는 스카우트로 일해 왔고 그리고 필요에 따라 유명그림의 소재를 추적하여 이를 훔쳐왔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만큼 사건화 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빈틈없고 철저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숨을 노리는 한 남자가 어느 날 서서히 그의 등 뒤로 다가온다. 그레베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사람 역시도 두 개의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는 한때 잘나가는 중견 기업의 사장이었으나 지금은 브론의 선량한 고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음과 동시에, 주인공의 부인에게 접근하여 유혹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없는 범죄의 사슬로 브론을 옭아매어, 이를 이용하여 큰돈을 걷어 들이기 위한 사기꾼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운명적인 대결을 펼쳐간다.

비밀스럽게 펼쳐지는 주인공의 이중적인 생활과 그의 그런 약점을 파고들어 치밀하고 정교한 방법으로 또 다른 음모를 꾸며가는 이 작품의 내용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났던 것은, 한때 국내 영화에서 상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작품이다. 물론 이와 같은 맥락의 다른 외화들도 있긴 하지만 전체 구성과정을 보면 그 틀에 얼추 끼워 맞출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다 보면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다가도, 은연 중 작가가 심어 놓은 새로운 설정들에 의해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하는 미스터리 아닌 미스터리의 요소들로 인해 책의 내용으로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위태함이 느껴지는 스릴과 시원스런 액션의 부분을 중간 중간 적절하게 담아 생동감 있게 표현함은 물론이고, 그것에 곁들여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을 읽는 재미를 한층 배가 시켜준다. 따라서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두 남자가 경찰의 수사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속에 교묘한 트릭을 펼쳐가는 이 작품은,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매력 있는 소설로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평상시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필요에 따라서 악의 가면을 쓰고 비도적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는 주인공의 비열하고 가식적인 행위로만 본다면 분명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임에도,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런 감정은 사라져버리고 결말의 끝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더해가는 이 작품의 이야기에서, 많은 독자들이 짜릿하고 스릴적인 묘미를 맛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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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라수마나라 1
하일권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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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면서 문득 생각이 났던 것은 표지 제목에서 왠지 재미난 마법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책이 아닐까 싶었다. 왜냐하면 책의 제목 그 자체가 대개 마술사들이 마술을 부리거나 혹은 어느 판타지 작품에서 나오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행하면서 어떤 결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문을 하는 것처럼 그것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 TV광고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구를 음악에 맞춰 부르던 장면이 일반 사람들에게 크게 반응을 일으키면서, 누구라도 주문을 외우면 특별히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기억이 생각난다. 이 작품은 삼봉이발소라는 타이틀을 달고 어느 인터넷 웹 사이트에서 천만번 이상의 조회를 기록하며 네티즌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던 만화 작가 하일권의 새로운 작품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명작이라 불릴 만큼 만화를 통해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가지 큰 기쁨을 동시에 충분히 전해주었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면서도 독자들의 가슴에 벅찬 감동을 불러 일으켜주는 기대이상의 좋은 볼거리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따라서 만화를 좋아 하는 독자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독자들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한번 감상해보기를 권해본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부모의 도움 없이 단칸방에서 학교를 다니며 어린 동생과 단둘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주인공 윤아이라는 친구는, 어렸을 때 신비한 마술을 보고 장차 마술사가 되기를 꿈꾸었던 마음 여린 청순한 여고생이다. 하지만 하루 한 끼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지독한 가난으로 비참하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마술이란 지금 자신이 처해 있는 가난을 구제해 주지 못하는 한낱 쓸모없는 환상만 심어주는 헛된 것으로 여기고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에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이와는 반대로 그녀의 학교 단짝인 나일등이라는 친구는 전혀 모자람이 없는 부유하고 배경 좋은 집안환경에 뛰어난 수재로 인정받으며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소위 킹카로 불리는 학생이다. 따라서 명예와 품위를 우선시 하는 그에게 있어 마술이란 일종의 어린아이들의 장난과 같은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될 뿐이다. 하지만 이들 앞에 어느 날 사람들의 눈속임을 통해 마술을 부리는 거짓마술사가 아닌, 진짜마술사라고 주장하는 미스터리한 행적을 남기는 이름 모를 한 남자가 새롭게 등장하게 되는데, 이들은 그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세상에 대해 편협하고 왜곡되게 바라보았던 시각의 틀에 큰 변화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책의 작가는 이전 자신의 작품에서도 그랬듯이 만화의 세계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단순한 재미만을 전달해주는 것에 머무르기 보다는, 작품 속에 하나의 의미 있는 교훈적 메시지를 담아 이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가치 있게 살아갈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느낌이 조금은 각별하게 여겨지는 웹툰작가로 기억된다. 작품의 내용에서처럼 주어진 자신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각자 부딪치게 되는 현실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 시각이나 받아들이는 인식들도 모두 같을 수는 없으며 약간의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혹은 공감해야 하는 부분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거나 간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라는 공간에서, 공통적으로 생각해야하는 그러한 지점들을 찾아내어 작품 속에 적절하게 잘 녹아들게 하여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머물게 하며,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있는듯하다. 따라서 단순하게 만화로 넘겨 버릴 수 없는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꿈과 사랑을 나누는 소중한 존재로서 이 세상을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으면 싶다. 또한 요즘 국내에 좋은 만화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오래전의 편견적인 인식에서 인지 몰라도 여전이 만화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들이 있는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양질의 작품들이 통하여 침체되었던 우리의 만화 문화가 하루 빨리 회복되었으면 싶고, 앞으로도 이런 양질의 좋은 작품들이 자주 선보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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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늘 방송국
나카무라 코우 지음, 박미옥 옮김, 미야오 가즈타카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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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든 언제나 행복한 마음으로 매일 매일 즐겁게 살아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세상이 우리의 생각대로만 움직여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 역시 마찬 가지다. 사랑이었다고 믿어왔던 것이 어느 한 순간에 증오로 바뀌기도 하고, 오래 동안 우정이라고 여겨왔지만 배신이라는 차가운 감정으로 돌아서버릴 때도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타인에 의해 자신의 가슴이 멍들기도 하고 찢기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말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살다보면 다 그런 것이라고 애써 동정어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힘들어도 우리는 언제라도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잠깐이라도 축복의 기도해 줄 수 있어야 하고, 희망을 전할 수 있는 따뜻한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우리 자신에게 전해준 감사하고 고마운 말 한마디는, 힘든 세상살이를 극복해 갈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도 있으며, 긍정적인 삶의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우리들 중 누군가가 무엇 하나를 얻었다는 건, 우리 중 또 다른 누군가가 하나를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행복 저편에는 또 다른 누군가의 불행이 존재 하고 있음을 우리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헬렌 켈러는 행복이란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말했듯이, 우리는 한 쪽 행복의 문이 닫힌 누군가를 위해 다른 행복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닌 모두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곳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오늘 웃을 수 있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인해 말미암은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잠시 잊고 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속에는 우리의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메마른 감성을 일깨워 줄 3편의 동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유를 좋아 하는 소녀가 매일 아침 자신에게 우유를 배달해주는 청년에게 마음 속 고마움을 전하는 부치지 않은 편지라는 동화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우리는 대개 매일 세끼의 밥으로 식사를 한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음식 쓰레기가 버려지지만, 그럼에도 쌀 한 톨 채소 한 조각을 키워내기 위해 농부들이 흘린 땀과 고된 노동을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행여 홍수나 가뭄이 들어 이삭이 열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조바심에 수많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을 그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아마도 식사 후 허기진 고통에서 해방된 만족한 행복감을 우리가 향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우정의 내용을 그린 달로 날아간 까마귀에서는 달에서 살던 토끼가 어느 날 길을 잃고 홀로 외톨이가 되어, 다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데 이를 지켜보던 친구 까마귀는 토끼의 간절한 희망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달이 되고자 하늘을 날아간다. 이 이야기는 우정의 진정한 참모습을 잃어가는 오늘의 이기적인 현실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책 속에 나와 있는 세 편의 동화 내용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긍정적인 것을 전달하는 어떤 의미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전달해주고,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는 어딘가에 희망이 있음을 전해주며, 외로움에 지친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가슴이 되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나 오류들을 범하고 산다. 그렇기에 서로를 위해 양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대지의 공간은 점점 작아 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할 때 언젠가 우리 자신도 그 안에 홀로 갇혀 있게 될 것이다. 별 하늘 방송국은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을 전해주는 곳이다. 누군가가 건네준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 따뜻한 감사에 대한 표현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소중한 희망의 씨앗이 되어 우리의 공간에 머물게 될 것이며, 그렇게 모인 작은 빛들은 어느 날 우리의 세상을 온통 환하게 비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미움과 증오와 거짓은 줄어들 것이고, 사랑과 행복과 아름다움은 그만큼 늘어갈 것이다. 따라서 오늘 누군가에게 받은 고마움을 전하지 못하고 잠시 잊어버렸다면, 별 하늘 방송국에 작은 편지를 띄워보자. 그래서 오늘밤은 그 누군가에게 있어 다른 밤보다 조금은 더 평온하게 느껴지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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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촌 기행
정진영 지음 / 문학수첩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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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에 대한 선입관적인 생각이나 잘못된 인식을 가져서 일까 아니면 주로 외국의 판타지 소설을 접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사실 이 작품 읽기 전까지는 판타지의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 대개 그렇듯이 신화적인 내용과 비슷하거나 혹은 마법이 난무하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다룬 화려한 이야기의 전개가 펼쳐져 있을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서양의 판타지 문학에서는 느꼈던 그러한 현란한 내용을 다루지 않고도, 동양 특유의 전원적이면서 자연의 목가적인 향취를 감상할 수 있고 우리의 정서에도 부합하는 환상적인 면이 있음을 새로이 인식하게 해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도 반갑게 여겨졌던 작품으로 기억 된다. 또한 그동안에 우리 국내에서 발표되었던 많은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판타지의 이야기를 담은 장르가 지금껏 너무 침체되어 왔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본다. 단조롭고 반복적이며 답답한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고 느껴질 때면, 누구나 간혹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신만의 이상향의 세계를 그려내곤 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 속에서 마치 자신이 창조주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 누구의 간섭받지 않으면서 새로운 인물과 색다른 환경을 만들어내고 이를 맘껏 자유롭게 자신만의 이야기로 재미있게 꾸며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것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가상적이고 실현불가능 것들이어서 생각과 달리 때로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가중되는 스트레스를 받고 현대인이라는 삶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상상 만으로라도 즐거운 삶을 누리는데 일종의 작은 윤활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바로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다소 독특함이 느껴지는 소설로 여겨진다.

이 작품은 구성적인 면에서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생활의 이야기에 환상적인 가상의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그 전개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그것이 독자의 입장에서 저기 멀리 있는 별나라에서나 존재하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 우리 주위 가까이 어디에선가 있을 법한 친숙한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우선하여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읽혀진다는 것이 눈에 띤다. 마치 우리가 잠깐 동안의 잠에 빠져 달콤한 꿈을 경험한 것처럼 말이다. 주인공 범호라는 친구는 낼모레 나이 40을 바라보는 사법고시생으로 올해까지를 포함해 수차례 시험에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고독한 청년이다. 그는 1차 시험 낙방을 핑계로 후배와 술 한 잔을 마시고 쓸쓸히 자신의 고시촌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에게 경계를 보이는 낮선 고양이를 만나 고양이의 뒤를 따라 우연히 걷다가, 어느 순간 도화촌이라고 명명된 색다른 세상 속에 있는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연과 어울려져 목가적인 풍경 속에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이곳은, 돈에 구애받지 않을 만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어 어떻게 보면 자신이 바라던 이상향의 세계였지만, 현실로 되돌아가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상한 곳이다. 하지만 그는 심각한 고민 끝에 현실에서 고달프고 힘들었던 생활에서 벗어나 이곳에 정착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에 무심코 사두었던 40억 원의 당첨금이 걸린 로또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곧 현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면서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 작품은 선을 내세워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도 아니고 호쾌한 액션이나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줄만큼 스릴적인 요소를 거의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재미있게 읽혀지는 것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이 생각날 정도로, 누구나 한번 살아 보고 싶을 만큼 도화촌이라는 이상향의 세계를 실감이 날 정도로 작가가 사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고, 중간 중간 웃음이 날 정도로 코믹적인 요소와 함께, 주인공 자신이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불편하고 힘든 현실에 어느새 순수함을 잃고 부정적이고 탐욕적으로 변해버린 모습에서,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이를 깨달아간다는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독자들에게는 재미와 함께 현재 우리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판타지 작품임에도 환상적인 요소가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고 평범하게 다루어져 있다 보니, 다양한 상상력이 동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기존의 판타지 소설과는 사뭇 다른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지는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서, 이전의 여러 작품들에서 식상함을 경험한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관심을 가지고 읽어본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에게 있어 현재 직면해 있는 상황들이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어렵고 고통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더라도, 이를 부정하거나 도피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났던 건 자신이 바라던 이상향의 세계란 아마도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 어쩌면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다만 그것이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예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미리 단정 지어버리거나, 엉뚱한 방향에서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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