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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늘 방송국
나카무라 코우 지음, 박미옥 옮김, 미야오 가즈타카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누구든 언제나 행복한 마음으로 매일 매일 즐겁게 살아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세상이 우리의 생각대로만 움직여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 역시 마찬 가지다. 사랑이었다고 믿어왔던 것이 어느 한 순간에 증오로 바뀌기도 하고, 오래 동안 우정이라고 여겨왔지만 배신이라는 차가운 감정으로 돌아서버릴 때도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타인에 의해 자신의 가슴이 멍들기도 하고 찢기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말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살다보면 다 그런 것이라고 애써 동정어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힘들어도 우리는 언제라도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잠깐이라도 축복의 기도해 줄 수 있어야 하고, 희망을 전할 수 있는 따뜻한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우리 자신에게 전해준 감사하고 고마운 말 한마디는, 힘든 세상살이를 극복해 갈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도 있으며, 긍정적인 삶의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우리들 중 누군가가 무엇 하나를 얻었다는 건, 우리 중 또 다른 누군가가 하나를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행복 저편에는 또 다른 누군가의 불행이 존재 하고 있음을 우리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헬렌 켈러는 행복이란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말했듯이, 우리는 한 쪽 행복의 문이 닫힌 누군가를 위해 다른 행복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닌 모두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곳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오늘 웃을 수 있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인해 말미암은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잠시 잊고 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속에는 우리의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메마른 감성을 일깨워 줄 3편의 동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유를 좋아 하는 소녀가 매일 아침 자신에게 우유를 배달해주는 청년에게 마음 속 고마움을 전하는 부치지 않은 편지라는 동화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우리는 대개 매일 세끼의 밥으로 식사를 한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음식 쓰레기가 버려지지만, 그럼에도 쌀 한 톨 채소 한 조각을 키워내기 위해 농부들이 흘린 땀과 고된 노동을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행여 홍수나 가뭄이 들어 이삭이 열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조바심에 수많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을 그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아마도 식사 후 허기진 고통에서 해방된 만족한 행복감을 우리가 향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우정의 내용을 그린 달로 날아간 까마귀에서는 달에서 살던 토끼가 어느 날 길을 잃고 홀로 외톨이가 되어, 다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데 이를 지켜보던 친구 까마귀는 토끼의 간절한 희망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달이 되고자 하늘을 날아간다. 이 이야기는 우정의 진정한 참모습을 잃어가는 오늘의 이기적인 현실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책 속에 나와 있는 세 편의 동화 내용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긍정적인 것을 전달하는 어떤 의미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전달해주고,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는 어딘가에 희망이 있음을 전해주며, 외로움에 지친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가슴이 되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나 오류들을 범하고 산다. 그렇기에 서로를 위해 양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대지의 공간은 점점 작아 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할 때 언젠가 우리 자신도 그 안에 홀로 갇혀 있게 될 것이다. 별 하늘 방송국은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을 전해주는 곳이다. 누군가가 건네준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 따뜻한 감사에 대한 표현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소중한 희망의 씨앗이 되어 우리의 공간에 머물게 될 것이며, 그렇게 모인 작은 빛들은 어느 날 우리의 세상을 온통 환하게 비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미움과 증오와 거짓은 줄어들 것이고, 사랑과 행복과 아름다움은 그만큼 늘어갈 것이다. 따라서 오늘 누군가에게 받은 고마움을 전하지 못하고 잠시 잊어버렸다면, 별 하늘 방송국에 작은 편지를 띄워보자. 그래서 오늘밤은 그 누군가에게 있어 다른 밤보다 조금은 더 평온하게 느껴지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