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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조현경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며 오늘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 행복이란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이며 그리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정의하며 살아가는 걸까. 물론 사람들마다 자신이 정의하는 행복에 대한 견해들은 분명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그 행복의 근원을 돈에서 찾으려 하고 또 다른 이는 권력이나 명예와 같은 것을 통해 얻으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부자들이 언제나 행복한 것은 아니며, 무지막지한 권력을 지녔던 사람도 또한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명예를 가졌던 사람들이 항상 행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행복을 느끼게 하는데 적당한 만큼의 돈이나 권력 그리고 명예와 같은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여건들을 갖추었다고 해서 행복을 누리기 위한 모든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에는 그러한 조건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얼마든지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어제보다 나은 행복을 찾아 나서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인다. 그러나 우리가 이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데 있어 그 본질을 스스로가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만족한 삶을 위해 오로지 성공이라는 것에 목표를 두고 앞만 보고 질주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과정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정작 자신이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행복한 삶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한번 깊이 생각해보고, 욕망에 대한 실현을 이루었다고 해서 언제나 그것이 항상 자신의 윤택한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 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또한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듯 과도한 욕망은 때로 감당 할 수 없는 불행한 현실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소설 속에는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현직 판사이면서 재벌가 출신의 배경을 지닌 서진과,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자신에게도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 후 어느새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된 희경, 그리고 뛰어난 미모를 바탕으로 한때 연기자를 꿈꾸었으나 진로를 바꾸어 뮤지컬 제작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는 혜리라는 인물이 바로 그녀들이다. 겉으로 보기에 이들은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화려하고 행복한 유명세를 치루고 있지만, 그녀들에게 정녕 필요로 했던 마음을 다해 진실한 사랑을 나눌 상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진은 자신보다 자신의 배경을 더 사랑한 남편의 가식적이고 의도적인 행위에 대해 환멸을 느끼면서 형식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희경은 무능력하면서도 의지력이 부족한 남편 때문에 힘들게 일으켜 세운 자신의 회사를 잃어버렸고, 혜리는 어려서 고아가 되어 이모를 따라 미국에서 자라면서 한때 유학생과 깊은 사랑에 빠졌지만 상대의 일방적인 배신으로 인해 미혼모가 되어야 했던, 저마다의 쓰라린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결국 그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한때 자신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기억들을 치유하려 하지만 생각만큼 일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화려한 성공과 그 이면에 가려진 불안한 현실의 단면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시켜 나간 이 작품은, 깔끔하고 간결한 문체를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그려나가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새 책 속 이야기의 내용으로 푹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펼쳐가는 성공과 좌절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조금 거슬리는 부분은 작품 내용을 빌미로 팩트가 아닌 것을 작가 개인의 감정을 개입시켜 이를 은근히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는 점과, 일부 이야기의 경우는 현실에서 생각하기 힘든 다소 비약적인 면이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깊이 생각해 볼만한 것은, 사랑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결코 쉽고 단순하게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또한 행복이란 어떤 외적인 것과 결부시켜 인위적으로 무리하게 만들거나 포장하려 하기 보다는, 겉으로 보기에 주어진 자신 주변의 환경이 비록 작고 볼품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그 안에 담겨진 행복만큼은 그 나름대로의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새삼 다시 인식시켜 주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