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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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태의 범죄가 되었든 간에 이는 정당화 될 수는 없는 일이며 정당화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법을 어긴 일탈행위는 반드시 사법절차를 거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법을 어긴 모든 범죄의 행위가 그와 같은 결과를 낳는 것만은 아니다. 증거재판주의에 따라 범죄의 심증이 분명 있다하더라도 이를 증명할 만한 명확한 증거나 범죄자의 자백이 없다면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맹점이 있어서 그럴까 몰라도 사건은 존재하지만 증거나 자백과 같은 객관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해 영원히 미제의 사건으로 남는 범죄들이, 모르긴 몰라도 아마 생각보다 의외로 많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완전한 범죄를 꿈꾸는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치열하고 숨 막히는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범죄 스릴러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보여 지는 것 중 하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아슬아슬한 스릴러적인 요소 외에도 상상 이상의 반전과, 실감나는 액션들이 사건의 전개에 맞춰 적절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 소개를 보니 북유럽에서는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듯하다. 따라서 정교한 복선을 깔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을 돋보이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국내에도 아마 조만간 그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의 제목에서 보듯 헤드 헌터라는 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급 인재들을 등용하는 스카우트의 의미로 생각하기마련 인데, 단어 그 자체가 갖는 직접적인 의미로 보았을 때는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어자체가 가리켜주는 그 뜻에서만 봐도 소설의 전개 내용이 그리 심상치 않게 전개되리라는 것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야누스적인 면을 가지고 있듯이, 이 작품의 주인공 브론은 자신의 얼굴에 두 개의 가면을 쓰고 등장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능력 있는 스카우트이지만, 한편으로 그는 돈이 되는 그림을 훔치는 절도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이런 야누스적인 면을 완벽하게 알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스런 부인조차도 모른다. 지금껏 그는 단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명망 있는 스카우트로 일해 왔고 그리고 필요에 따라 유명그림의 소재를 추적하여 이를 훔쳐왔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만큼 사건화 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빈틈없고 철저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숨을 노리는 한 남자가 어느 날 서서히 그의 등 뒤로 다가온다. 그레베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사람 역시도 두 개의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는 한때 잘나가는 중견 기업의 사장이었으나 지금은 브론의 선량한 고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음과 동시에, 주인공의 부인에게 접근하여 유혹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없는 범죄의 사슬로 브론을 옭아매어, 이를 이용하여 큰돈을 걷어 들이기 위한 사기꾼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운명적인 대결을 펼쳐간다.

비밀스럽게 펼쳐지는 주인공의 이중적인 생활과 그의 그런 약점을 파고들어 치밀하고 정교한 방법으로 또 다른 음모를 꾸며가는 이 작품의 내용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났던 것은, 한때 국내 영화에서 상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작품이다. 물론 이와 같은 맥락의 다른 외화들도 있긴 하지만 전체 구성과정을 보면 그 틀에 얼추 끼워 맞출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다 보면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다가도, 은연 중 작가가 심어 놓은 새로운 설정들에 의해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하는 미스터리 아닌 미스터리의 요소들로 인해 책의 내용으로부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위태함이 느껴지는 스릴과 시원스런 액션의 부분을 중간 중간 적절하게 담아 생동감 있게 표현함은 물론이고, 그것에 곁들여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을 읽는 재미를 한층 배가 시켜준다. 따라서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두 남자가 경찰의 수사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속에 교묘한 트릭을 펼쳐가는 이 작품은,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매력 있는 소설로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평상시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필요에 따라서 악의 가면을 쓰고 비도적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는 주인공의 비열하고 가식적인 행위로만 본다면 분명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임에도,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런 감정은 사라져버리고 결말의 끝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더해가는 이 작품의 이야기에서, 많은 독자들이 짜릿하고 스릴적인 묘미를 맛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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