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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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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8월초 세계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였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예전보다 한 단계 낮추면서 결국 우려하던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 되는 계기를 맞았다. 이를 기점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패닉상태에 빠져 들었고 그 여파는 아직까지도 수습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미국 정부가 안고 있는 금융문제에 관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어떤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데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시피 작금의 이러한 상황의 주요 원인은, 바로 오늘날까지 14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부채의 증가로, 재정 건전성 악화와 이를 해결하지 못한 미국의 재정위기로 파악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혼란에 휩싸인 이러한 미국의 금융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것은 아니며, 그 근본적인 문제가 과거 50년 동안 진행되어 온 미국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작금의 이런 경제 상황이 과연 언제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가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더 나아가서는 미국의 경제 위기와 맞물려 서서히 몰락해가는 서구국가들과, 반면에 중국을 위시하여 신흥강국으로 부상하는 여러 나라들의 경제 현황들을 분석해보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새롭게 개편될 세계경제 변화에 그 향방을 가늠해 보고자 했다.

출간되자마자 화제의 책으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 책을 보고, 독자의 입장에서 먼저 눈에 띠었던 것은, 오늘의 미국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이유를 여러 가지 주요 증거를 들어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경제학자이면서 미국 학계와 언론에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막대한 자본의 축적을 이루면서 세계경제를 이끌어 왔던 미국이, 마치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그들의 금융 시스템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그 근본적인 원인을, 경제 성장이 핵심이 되는 자본, 노동, 기술, 이 세 가지 개별적 요소가 적절하게 배분되지 못함으로서 결국 몰락을 초래했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이 책에 나와 있는 저자가 주장하는 자본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집적된 자본을 대개 정부가 소유하는 신흥국가들과는 달리, 미국 대부분의 자본은 연기금이나 보험회사, 뮤추얼 펀드 등 민간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막대한 자금이 생산 개발투자나 사회 간접 자본의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고, 정부의 주택 정책과 보조를 맞추면서 부동산이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투기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자본의 왜곡현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저자는 노동의 배분이 잘못 되었음을 지적한다. 미국 정부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연금 계획의 수립이 추진되면서, 상대적으로 노동 비용이 실제보다 저평가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이후 많은 노동인력들이 생산적인 산업으로 유입되지 않고 서비스 부분으로 대거 몰려들었는데, 이런 이유로 노동의 양과 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빚어졌던 것이고, 마침내 제조업은 점점 쇄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노동의 비대칭적인 분포로 미국 정부는 중요한 생산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세 번째로는 기술의 배분이 잘못되었다 점이다. 그동안 미국의 경제적 성장의 그 배경에는 기술적인 요소가 있었다. 이 점은 위의 두 가지 왜곡된 요소와 연관되어 있는데,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분야에 자본의 투자가 감소됨으로서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체되었다는 점이고, 더불어 그동안 많은 돈을 들여 기술 개발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에 축적되어 있던 많은 자본들은 정부의 그릇된 정책으로 대부분 소비되었고, 이후 빚을 끌어들여 오늘에 이르면서 과거에 영위했던 모습을 되찾기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듯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현재 중국을 위시한 여러 신흥국들이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경제 성장의 과정이 일견 대단해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이대로 주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듯하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금 시급하게 서둘러야 할 것은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여 성장의 동력이 되는 세 가지 요소를 개선하기를 주문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금융위기에 맞서 근본적인 전환을 위해 변화를 추구하려는 여러 노력들을 강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의 국제 경제가 어떤 형태로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것은, 미국의 지나온 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깨달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이 났던 것은 미국의 전철을 우리가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의 일면에 과도한 부채의 증가와 카드 남발,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거품이 있다는 것이 미국이 겪었던 그것과 거의 흡사해 보이고, 또한 이런 현안에 대해 정부의 정책 역시 본질을 파헤치기보다 임기응변식의 안일한 대책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것은 새롭게 개편될지도 모를 세계 경제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경제의 취약점을 보완함은 물론, 성장 동력의 기반인 자본, 기술, 노동의 분배가 왜곡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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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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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가 지금까지 인식해왔던 시장은,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가격이라는 매개체로 통해 자유롭게 소비자와 공급자가 경제활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최적의 것으로 간주되어왔고, 그래서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시장이라는 기구에 의해 경제의 객체가 되는 개인을 비롯한 기업이나 정부는 생산의 효율은 높이고 이익과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견지에서, 외부의 간섭은 가급적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다행히도 시장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 흘러왔고, 그런 이유로 언제부터인가 마치 당연한 것인 양 받아 들여져왔다. 그러나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시장은 2008년 금융시장이 붕괴하면서, 대혼란에 빠지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시장구조에 많은 결함이 있음을 시인해야 했다. 이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장이자 자유 경쟁시장을 주장했던 그린스펀이 말했던 미 의회 진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의 경제는 여전히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을 찾으려는 노력들은 보이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우리를 지배해왔던 시장만능주의에 입각한 자유경쟁시장의 불합리적인 부분을 낱낱이 열거하면서, 지금까지 시장이 규정해왔던 가격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지적하고, 이를 위해 이제는 새로운 방안이 강구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저자는 우선 자유 시장에 대한 환상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이는 마치 ‘안톤의 실명(Anton's Blindness)’ 증세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 질병을 잃게 되는 사람은 시력을 서서히 잃어가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러한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즉 환자 자신은 자신의 시력에 문제가 있음을 부정하고 그 이유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 자신을 합리화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날 시장 방식에 의한 가격에 분명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유로운 상호작용을 통해야 한다는 억지스런 환상에 빠지고 있는 점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시장은 욕구 충족을 위한 거래가 아닌 이윤 추구를 위한 거래로 특정지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깨달아야 하며, 지금까지 주장되어 왔던, 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는 최상의 방식은, 그동안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경제 문제에 비추어 볼 때, 개입을 최소화하여 시장이 이윤을 추구하도록 놓아두어야 한다는 논리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의 말이 일리 있게 들리는 것은, 지금의 시장 기능이 대개 가진 자들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우리의 사회가 이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점도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권리이자 목적이다. 그러나 그가 비판하는 우리의 기업들이 행하는 사실을 놓고 보면, 이점 역시 쉽게 간과할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익을 위해 혁신적인 기술의 개발이나 생산적인 투자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하청업자나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거나 해고하는 방법을 택하며, 사원들의 복지에 대한 것에도 생색만 낼 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생산물을 제조함에 있어 파생되는 비용을 전적으로 사회에 떠넘기기도 한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무자비한 남획으로 인한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의 주범이 바로 기업들에 의한 것임을 우리는 때때로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정부의 묵인 하에 벌어지는 많은 기업들의 불법과 탈법에 의한 그릇된 이윤 지향적인 사고방식은 어떤 형태로든 저지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고, 그 행위의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처럼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경제는 정치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이처럼 심각하게 변질되어 있는 경제의 속성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시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기보다 시장에 내주었던 권력을 다시 쟁취해 와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자유 시장 경제를 버리자는 것이 아닌, 가치 지향적인 삶을 위해 우리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뛰어 들어야 함을 강조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기본 이념에 위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 방법에 있어서도 단순히 투표행사 하는 것에 만족하고 마는 것이 아닌, 정치의 현안에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시민들의 힘을 강력하게 키워내어, 이를 바탕으로 가진 자들에 편의대로 움직이는 시장의 기능을 멈추게 하고 시장의 기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한 이러한 대안이 과연 오늘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점점 심화되는 양극화, 그리고 금전 만능주의와 극도의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오늘 우리의 부조리한 경제 현안들을 생각할 때, 이 책이 담고 있는 여러 내용들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이 생각해 볼만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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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본능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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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언론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터라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책이다. 결과적으로 이 소설은 엄청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펴고 읽기시작에서부터 그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흡인력이 대단했던 소설로 기억된다. 마치 눈앞에 화려하고도 현란하게 펼쳐지는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소설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테러 사건이었으며, 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1920년 월가에서 발생했던 폭탄 테러 사건을 밑바탕으로, 정신 분석학자였던 프로이트가 1차 세계대전을 통해 보았던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과 파괴적 행위와 관련한 정신이론이나, 작품의 내용 속에 등장하는 방사능과 연관하여 과학의 양면적인 시각이 가미된 장편 추리소설이다. 더불어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아래, 부패하고 타락한 인간 군상들에 의해 자행되는 정치적 음모와, 검은 뒷거래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오늘 우리의 눈에 비치는 일부 불합리한 사회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그 시사 하는바가 적지 않나 싶고, 또한 내용의 대부분을 역사의 사실과 허구의 부분을 적절하게 배합시켜 놓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에서도 주목해 볼만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주중의 평온하기만 했던 월가의 한쪽 길가에 누군가가 세워 놓은 마차가 갑자기 폭발을 일으켜 그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건의 현장에는 이야기의 진행을 이끌어 가는 세 명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상황판단이 빠르며 꼼꼼하고 예리한 시각을 가진 모범적인 형사 리틀모어와, 그의 친구이자 전장에서 막 퇴역하여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스트래섬 영거라는 외과의사, 그리고 영거를 따라 프랑스에서 이곳으로 오게 된, 아름답고 순수한 이미지가 느껴지는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콜레트라는 여인이 바로 그들이다. 이 작품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점은, 먼저 폭발사건과 관련하여 뉴욕 경찰청의 형사 반장인 리틀모아가 사건의 원인과 그 배후를 조사해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사건을 풀어가던 리틀모아 형사는 이 사건의 조사를 방해 하려는 또 다른 세력이 은밀하게 활약하고 있으며, 여기에 보이지 않는 정치적인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밝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여러 상황과 또한 외부에서 가해오는 정치적 압력과 회유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에게 적잖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하나는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게 되면서 가슴에 아픈 상처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콜레트와, 이를 지켜보며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는 영거와의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콜레트는 과거 정신적인 충격에 의한 언어장애로 말을 못하는 남동생의 치료와 자신의 부모와 관련하여 원한을 풀어야 하는 개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폭발물테러 사건 이후 그녀는 수상한 남자들과 그의 주위를 맴도는 묘령의 여인들로부터 알 수 없는 살해의 위협에 시달리게 되는 운명에 처한다. 그러나 한때 전쟁터에서 그녀를 순수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된 영거는, 그녀가 곤란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자신이 할 수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게 되고, 그녀의 남동생의 치료에도 적극적인 도움을 줌으로서, 그녀를 향한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콜레트는 그런 그의 사랑을 가슴에 깊이 되새기면서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들의 기구한 사랑이 전개되어 있어, 이 작품을 재미있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하지 않나 싶다.

이 작품에는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다양한 면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우선 특이할 만한 것은 작품의 전개 내용에 맞춰, 프로이트와, 과학자 퀴리부인과 같은 실제 인물을 소설 속에 직접 등장시킴으로서, 작가가 전쟁이나 테러로 인한 죽음과 관련하여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을 깊이 인식하고자 했다는 것과, 또한 방사능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의 양면성을 부각시킴으로서 작품의 질적인 깊이를 더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지금까지 정치, 경제적인 이유로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은폐되는 현상들에 비추어, 이를 의혹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작품 속 사건을 통해 작가가 어떤 형태로든 진실의 그 향방을 가늠해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부 아쉬웠던 점도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은 책 속 일부 주인공을 너무 영웅주의적인 인물로 묘사하고 있어서, 현실과는 조금은 다른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나 싶기도 하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아 결국 미스터리로 남겨진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하나의 작품 안에 이처럼 독자들을 흥미롭게 만들고 긴장감을 자극하게 하는, 여러 요소들을 조화롭게 결합시켜 실감나게 그려간 소설은 그리 흔치 않은듯해 보인다. 따라서 이 작품을 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탐독해 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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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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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은 작품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SF의 거장 쓰쓰이 야스타카의 신작으로, 그동안 그의 소설들이 간결한 문체와 긴박한 상황 전개를 바탕으로 한 무한한 상상력을 독자들에게 불어 넣어주었다면, 이 소설은 그러한 것과는 사뭇 다른,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교묘한 트릭을 설정해놓은 밀실 미스터리의 추리물로, 작가로서 그의 새로운 면모를 감상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전 그의 작품들이 우리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던 것처럼, 이 소설 역시 독자의 입장에서 마치 눈뜨고 코를 베인 것과 같은 적잖은 충격과 놀라운 경험을 안겨 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러한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들의 경우, 한정된 공간 안에 외부로부터 침입의 흔적이 없는 밀실 추리물을 읽게 될 때, 대개 작가에 의한 정교하고도 놀라운 트릭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예상을 하게 마련이고, 이런 점에 중점을 두고 읽게 되는 것이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밀실과 관련한 많은 미스터리 추리 작품들이 발표되어 왔고, 그런 이유로 웬만한 정도의 트릭으로는 독자들의 만족을 채우기에는 작가의 입장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쓰쓰이 작가는 이 한권의 책으로 정면도전에 나섬으로서 작가로서 그의 능력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조금은 오래지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경관에 꽤 어울리는 교외의 어느 별장식 저택에, 친목을 위한 작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건물의 주인은 프랑스의 풍속화가 로트레크의 작품 애호가로 건물 내부에서 곳곳에 그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오늘 이곳에 며칠 동안 머무르게 될 방문객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온 젊은 남녀청춘들과 그들의 일부 부모들이다. 이들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지내온 안부를 묻는 등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이슥해서야 각자 배정된 방으로 흩어져 달콤한 하루의 끝을 보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갑자기 건물의 2층 동쪽 회랑에서 두발의 총성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첫 번째 여성 희생자가 발생한다. 경찰 조사 결과에 의하면 사건 현장에 단서가 될 만한 특별한 증거는 보이지 않았고, 외부 침입자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으로 단정하기에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에 의해 증거의 추가 확보를 위한 다양한 가능성이 조사 진행 되던 중, 이곳 저택의 또 다른 장소에서 같은 방식의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하게 되고, 결국 사건은 그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는커녕 더욱 곤란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그렇다면 작가는 과연 사건의 어느 지점에 그 은밀한 트릭을 숨겨 놓은 것일까.

 

<사건 해결의 결말을 숨겨 놓은 책 속의 봉인된 부분>

이 작품은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독자들이 정황을 포착하고 가해자를 찾아내는데, 일견 접근이 가능해 보이는 평범한 느낌의 흐름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러한 낙관적 견해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상당히 독특한 트릭이 내포 되어 있는 추리물이다. 따라서 작품의 결말 과정에 들어서지 않고서는, 그 어디서도 속 시원한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만든 교묘한 트릭을 뒤늦게 보고서야 문득 생각이 났던 것은, 그동안 어떤 일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때, 사고의 범위를 자신도 모르게 어떤 일정한 틀에 묶어 두고, 의식적으로 그 너머에 무엇이 존재하지 않을까 관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러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이런 동일한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치밀한 구성과 명쾌한 논리 그리고 상상 이상의 반전의 내용을 담은 추리물들이 지금까지 많이 등장해왔고, 그러한 비슷한 방식의 여러 작품들은 여전히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듯하다. 그러나 그런 형태와는 조금은 달라 보이는 이런 독특한 형식의 추리물이, 독자들에게는 의외의 신선함과 색다른 재미를 주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완벽한 연쇄살인처럼 보이는 사건의 내막에 은밀하게 감추어진 놀라운 트릭의 일면을 감상했으면 싶고, 또한 이 작품의 작가가 왜 그동안 천재작가로 인정받아 왔는지에 대한 그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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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페어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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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전개 속에 숨겨진 놀라운 트릭이나,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강력한 스릴, 그리고 미처 생각지 못한 반전과 같은 상큼한 쾌감들을 즐길 수가 있어 책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할 때가 많다. 더구나 크게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의외의 재미와 흥분을 느끼게 될 때, 그 즐거움은 한층 배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같은 작품을 가지고도 저마다 독자들의 평가가 다를 수 있고, 또한 추리 소설을 통해 느끼는 흥미의 포인트 역시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쉽게 짐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치밀한 구성과, 사건이 진행될수록 증폭되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어서, 추리 소설의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었던 추리물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특히 작품의 구성과정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추리 소설이 실제 사건과 마치 거울을 마주보고 있는 것처럼 똑같이 전개되는, 다소 독특한 양상을 띠게 되는 부분이 있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상당한 흡인력의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는데다가, 이에 맞춰 간결하고 경쾌함이 느껴지는 문체와, 개성이 강한 다양한 캐릭터들 역시도, 이 추리물을 재미있게 만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일 듯하다.

6월의 어느 여름날 신주쿠의 공원에 타살로 보이는 두 구의 시체가 경찰에 신고 된다. 조사 결과 이들의 신원은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와 앳된 여학생으로 밝혀졌는데, 두 피해자 사이에는 사건과 관련한 어떤 공통적인 연관성도 찾을 수 없었고, 사건 발생 시각이 이른 새벽으로 추정되어서 일까 유효한 목격자는 없었으며,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 됐다. 단지 사건현장 근처에서 경찰이 유일하게 찾아 낸 것은, 이 사건 담당형사로 지목된 유키하라 여형사에 의해 발견된 책갈피로 보이는 종잇조각과 거기에 쓰여 있는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라고 인쇄된 글자가 전부였다. 특별한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찾기 위한 경찰의 조사는 진척이 없었지만, 이 사건의 배경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있다. 중소업체의 출판사에 근무하는 편집자이면서 판매 실적을 압박받는 세자키, 한때는 별 볼일 없는 추리소설 작가였다가 지금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다루메, W대학 미스터리 연구 동호회 회원으로 소설가의 꿈을 꾸고 있는 다구치, 그리고 다구치가 다니는 동호회 회원 이었다가 2년 전에 행방불명된 히라이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경찰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사건에 깊이 개입되어 있거나 그 주변 인물들 이어서 사건의 참고인 자격으로 충분해 보이지만, 사건 자체가 증거를 남기지 않은 완전범죄의 행태를 띠고 있어, 경찰이 이들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이들에게로 접근의 계기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은 세자키가 근무하는 출판사에서 주최 하는 신인 문학상에서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나타나면서부터다.

책을 읽으면서 이 작품이 조금 독특하게 여겨졌던 것은, 사건을 전개시키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건자체의 본질적인 부분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기 보다는, 사건 속에 작가가 독자들이나 혹은 또 다른 작가나 출판사의 편집자에 대해 추리물에 관한 직접적이고도 포괄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범죄자가 사건 현장에 남긴 ‘불공정한 것은 누구인가‘ 라는 책갈피의 글을 통해 은연 중 암시를 주었다가, 사건을 점점 크게 확대시키면서 추리소설들이 그동안 반복해왔던 몇 가지 구체적인 사실들을 서술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사항이다. 즉 어느 추리물이든 사건은 반드시 해결된다는 점이고, 범인이 항상 누구인지 밝혀진다는 것과, 사건 초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 사건의 결말을 쉽게 포착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의도적인 설정이며, 작품의 흥미를 돋우기 위한 대반전이나, 리얼리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일종의 법칙처럼 지켜지는 이러한 사실들을 비판하고자 하지 않았나 싶고, 또한 지금까지의 추리물들이 왜 그러한 인위적인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간접적인 충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추리물의 경우 독창성과 리얼리티의 요소는, 작품을 대중성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작품에서처럼 그러한 원칙을 배제하고도 얼마든지 좋은 추리물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책의 제목 ’언페어‘가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나타내고자 했는지를 유추해보면서, 추리 소설의 또 다른 재미와 흥미를 느껴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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