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본능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언론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터라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책이다. 결과적으로 이 소설은 엄청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펴고 읽기시작에서부터 그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흡인력이 대단했던 소설로 기억된다. 마치 눈앞에 화려하고도 현란하게 펼쳐지는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소설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테러 사건이었으며, 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1920년 월가에서 발생했던 폭탄 테러 사건을 밑바탕으로, 정신 분석학자였던 프로이트가 1차 세계대전을 통해 보았던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과 파괴적 행위와 관련한 정신이론이나, 작품의 내용 속에 등장하는 방사능과 연관하여 과학의 양면적인 시각이 가미된 장편 추리소설이다. 더불어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아래, 부패하고 타락한 인간 군상들에 의해 자행되는 정치적 음모와, 검은 뒷거래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오늘 우리의 눈에 비치는 일부 불합리한 사회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그 시사 하는바가 적지 않나 싶고, 또한 내용의 대부분을 역사의 사실과 허구의 부분을 적절하게 배합시켜 놓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에서도 주목해 볼만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주중의 평온하기만 했던 월가의 한쪽 길가에 누군가가 세워 놓은 마차가 갑자기 폭발을 일으켜 그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건의 현장에는 이야기의 진행을 이끌어 가는 세 명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상황판단이 빠르며 꼼꼼하고 예리한 시각을 가진 모범적인 형사 리틀모어와, 그의 친구이자 전장에서 막 퇴역하여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스트래섬 영거라는 외과의사, 그리고 영거를 따라 프랑스에서 이곳으로 오게 된, 아름답고 순수한 이미지가 느껴지는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콜레트라는 여인이 바로 그들이다. 이 작품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점은, 먼저 폭발사건과 관련하여 뉴욕 경찰청의 형사 반장인 리틀모아가 사건의 원인과 그 배후를 조사해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사건을 풀어가던 리틀모아 형사는 이 사건의 조사를 방해 하려는 또 다른 세력이 은밀하게 활약하고 있으며, 여기에 보이지 않는 정치적인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밝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여러 상황과 또한 외부에서 가해오는 정치적 압력과 회유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에게 적잖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하나는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게 되면서 가슴에 아픈 상처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콜레트와, 이를 지켜보며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는 영거와의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콜레트는 과거 정신적인 충격에 의한 언어장애로 말을 못하는 남동생의 치료와 자신의 부모와 관련하여 원한을 풀어야 하는 개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폭발물테러 사건 이후 그녀는 수상한 남자들과 그의 주위를 맴도는 묘령의 여인들로부터 알 수 없는 살해의 위협에 시달리게 되는 운명에 처한다. 그러나 한때 전쟁터에서 그녀를 순수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된 영거는, 그녀가 곤란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자신이 할 수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게 되고, 그녀의 남동생의 치료에도 적극적인 도움을 줌으로서, 그녀를 향한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콜레트는 그런 그의 사랑을 가슴에 깊이 되새기면서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들의 기구한 사랑이 전개되어 있어, 이 작품을 재미있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하지 않나 싶다.

이 작품에는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다양한 면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우선 특이할 만한 것은 작품의 전개 내용에 맞춰, 프로이트와, 과학자 퀴리부인과 같은 실제 인물을 소설 속에 직접 등장시킴으로서, 작가가 전쟁이나 테러로 인한 죽음과 관련하여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을 깊이 인식하고자 했다는 것과, 또한 방사능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의 양면성을 부각시킴으로서 작품의 질적인 깊이를 더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지금까지 정치, 경제적인 이유로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은폐되는 현상들에 비추어, 이를 의혹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작품 속 사건을 통해 작가가 어떤 형태로든 진실의 그 향방을 가늠해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부 아쉬웠던 점도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은 책 속 일부 주인공을 너무 영웅주의적인 인물로 묘사하고 있어서, 현실과는 조금은 다른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나 싶기도 하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아 결국 미스터리로 남겨진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하나의 작품 안에 이처럼 독자들을 흥미롭게 만들고 긴장감을 자극하게 하는, 여러 요소들을 조화롭게 결합시켜 실감나게 그려간 소설은 그리 흔치 않은듯해 보인다. 따라서 이 작품을 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탐독해 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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