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과 가면의 룰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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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놓여 있게 되며, 어떤 방향으로든 결정된 선택에 의해 자신의 삶을 꾸려가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의 과정에서 있어 때로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간에, 자신의 양심에 위배되는 악의적인 행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를 두고 적잖은 갈등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가 있다. 물론 처한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저마다 행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제각각 다르게 나타날 것이지만, 이를 단순하게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것은, 이 문제가 자신의 인생에 있어 향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삶의 궁극적인 질문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변곡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작품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돌이킬 수없는 죄를 짓고 살아가는 한 인물을 통해, 인간이 취하게 되는 악의 본성이라는 것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그리고 악을 취함으로서 이후 나타나게 되는 인간 내면의 변화과정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나간 화제작으로 보여 진다. 더불어 작가는 인간은 선을 추구하는 것으로만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으며, 때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악을 행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말하면서, 이 작품을 통해 현실적으로 선과 악이라는 사이에서 갈등하며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 모습을, 악의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다뤄보고자 하지 않았나 싶다.

작품 속 주인공인 구키 후미히로는 군수산업으로 재벌가의 반열에 오른 아버지에 의해 악을 세습하겠다는 의도적인 목적으로 낳은 인물로 등장한다.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로부터 14살이 되면 지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함께, 자신과 같은 나이또래의 고아가 된 순수한 마음을 지닌, 자신의 집에 양녀로 들어오게 된 가오리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이후 이 두 사람은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친구처럼 지내다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서로 호기심으로 시작한 불장난이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본격적인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방에 불려간 그녀가, 그곳에서 성적인 학대를 당하고 있는 모습을 그가 우연하게 발견하면서부터,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되고 결국 이를 실행에 옮기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만 죽이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릴 것 같았던 애초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또한 가오리와의 사랑도 멀어지게 되면서, 또 다른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등의 점점 이상한 사람으로 변모하게 되는 참담한 현실이 그의 눈앞에 다가옴을 느낀다.

이 작품은 악의 환경에 놓인 주인공을 통해, 악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악을 저질러야 하는 인간 행위에 대한 모순적인 면을 미스터리와 스릴이라는 요소를 가미하여 흥미롭게 그렸다는 점과, 그러한 과정에서 갈등하게 되는 인물의 심리적인 묘사를, 순수문학의 분위기가 느껴질 만큼 잘 나타내고 있지 않나 싶다. 또한 주인공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둘째 형과의 만남에서, 인간의 탐욕에 의해 저질러지는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악의 모습들과, 또한 사람은 악을 나쁘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추구하려는 가치와 이익이 누군가로부터 침해를 받을 때에는, 쉽게 폭력을 용인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반면에 사건의 전개 내용만으로 본다면 중간 중간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더러 보이기도 하고, 또한 일부 인물 설정에 있어서도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어, 이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인간이란 존재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이성의 힘이 있어,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당장은 부끄러움이나 혹은 죄책감을 느끼기는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개의 경우 자기합리화에 따른 당연한 행동으로 치부하고 가볍게 지나쳐버리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고, 아마 이점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그리 많지 않을듯하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그러한 관점에서 독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으로의 깊은 성찰을 위한 적잖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볼만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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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
김용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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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정복군주들을 떠올리자면, 아마도 역사상 가장 넓은 대륙을 점유한 몽골 제국의 칭기즈칸이나,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였으며,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한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한 알렉산더 대왕, 혹은 프랑스 황제의 자리에 올라 제1제정을 수립하고 유럽 대륙을 정복했던 나폴레옹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국내역사에서 그들에 버금가는 인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구려의 19대 왕이었던 광개토대왕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국내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다 기억하고 있을 그의 영웅적인 면과는 달리, 그의 업적과 관련한 상세한 역사의 내용을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은듯하다. 그것은 우리의 고대사에 관한 역사의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에 기인하겠지만,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광개토대왕이 거의 무명에 가까운 인물로 치부되었다고 하니, 만약 누군가에 의해 지금까지 광개토대왕비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가 이루어놓은 위대한 역사의 내용은 그대로 땅에 묻히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도 일본인에 의해 만주에서 광개토대왕비를 발견함에 따라, 그동안 감추어졌던 그의 역사기록들이 빛을 보게 되었지만, 그곳에 적힌 비문을 둘러싸고 일본과 국내 역사학자들의 제각각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역사 연구에 대한 우리의 노력들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역사학자들의 그러한 저마다 다른 시각을 뒤로하고, 광개토대왕의 비문을 중심으로 현존하는 우리의 고대사에 관한 역사의 기록들과, 당시 삼국시대 역사 상황을 고려하여 광개토대왕의 업적과, 그가 이루어 낸 역사의 사실이 후손인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분석해놓은 것이어서, 독자들이 한번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볼만 하다 하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먼저 광개토대왕은 단순한 한 국가의 왕이 아닌, 국내 역사상 최초로 연호를 제정해 사용했으며, 여러 국가들을 정복했다는 점에서 제국의 지배자를 뜻하는 명칭인 태왕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광개토대왕은 단일한 민족을 다스린 것이 아닌 다원적인 민족과 문화를 아우르고 있었다는 점을 우리가 우선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의 고대사에 관한 역사자료들이 너무 적은 관계로, 광개토대왕의 주요 업적은 그의 아들 장수왕이 세운 비문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비문을 토대로 그의 주요 행적을 우리가 유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비문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위세를 나타내기 위한 과장은 있을지언정 거짓을 적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어떤 역사서보다 사실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광개토대왕은 알다시피 고구려의 제19대 왕으로 서기 319년 18살의 나이로 왕에 올라 412년까지 재위하며 고구려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광개토대왕이 정복군주로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즉위하기 이전 소수림왕 때부터 고국양왕에 이르는 기간 동안 북쪽으로는 거란과 선비족 남으로는 백제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내치에 힘을 써왔기 때문이며, 특히 북쪽의 선비족이 중심이 된 전연은 때로 고구려와 대치관계에 있으면서도, 고구려가 불교를 받아들이고 율령을 제정 선포하며, 관리제도와 같은 사회정치 문화발달에 하나의 밑거름으로 작용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광개토대왕이 왕위에 올라 가장 먼저 했던 것은 거란을 정벌한 일이다. 그러나 사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거란보다는 자신의 조부였던 고국원왕이 백제 근초고왕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조상의 치욕을 되갚는 백제를 치는 일이 우선이었을 법했지만, 그가 거란 정벌에 우선을 두었던 것은, 한때 거란이 고구려를 침략하여 약탈해갔던 1만 여명의 자신의 백성을 구하기 위해서였으며, 부차적으로 소와 말 같은 가축과 소금을 얻는 경제적인 효과와, 훗날 후연을 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거란 정벌에서 큰 힘을 얻은 광개토대왕은 속민으로 있던 말갈족을 앞세워 백제의 요새였던 관미성을 빼앗으면서 본격적인 백제 정벌에 나서게 되는데, 그는 백제와의 전투에서 수륙 양쪽을 군사를 동원하여 백제의 58개에 달하는 성을 모두 함락시키고 한강 유역을 차지하게 되는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다. 이후 광개토대왕은 동북쪽의 숙신을 속국으로 만들고, 왜구의 침입에 힘들어하던 신라의 구원요청을 받아들여 5만여 군사를 이끌고 백제와 왜군의 연합군을 격퇴했으며, 이듬해 고구려 북쪽에 위치했던 후연을 정벌하고 후연이후 등장한 북연마저 굴복시킴으로서 요동을 포함한 만주 땅의 대부분을 정복하였고, 끝으로 동부 지역의 있던 동부여와 연해주를 공격하여 64개성을 모두 빼앗음으로서, 마침내 명실상부한 삼국 최대의 군주로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 책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중 하나는, 광개토대왕이 그저 남의 나라를 침략을 위한 단순한 정복군주로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소수림왕 이후 법과 제도를 재정비함은 물론,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한 폭넓은 종교 정책과 농업의 향상에 힘써왔으며, 특히 정벌에 따른 국토 재개편을 위해 평양천도에 박차를 가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주변국 정벌에 그 바탕의 배경을 고구려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고 고구려인의 기상을 드높이며, 사방으로 둘러싸인 외적을 물리쳐 나라를 평안하게 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는 점을 볼 때, 이는 다른 어떤 국가의 왕과 비교하여 유능한 통치자가 아니었나 싶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서, 진정한 제국이란 물리적인 힘으로 영토를 확장하는데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구심력을 토대로 주변국들의 문화적 역량을 흡수하여 중앙 권력을 힘을 변방에까지 투사할 수 있어야 하며, 정치 경제 문화적인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비문을 통한 사실에 근거한 광개토대왕의 지나온 정복의 흔적들은, 저자가 이야기한 진정한 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여 진다. 자신의 역사는 자신이 만들고 지켜가는 것이지 남이 만들어주고 지켜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한반도라는 작은 땅에서 고구려 역사의 새 길을 열고 대륙정복의 꿈을 키워갔던 한국사 최초의 태왕이 된 그의 업적들이 많은 독자들에 의해 깊이 인식되었으면 싶고, 또한 주변국들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데 그 의무를 다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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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국내 부동산 경기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데, 한동안 투기의 바람이 불고 난 후 잠잠해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변화의 과정에 대해 무척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 책은 현재 국내 부동산 경제 현황에 대해 그 실체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듯 싶네요. 

 

 

 

 

 

 

요즘 일부 경제계에서는 제 4의 물결이 이미 시작되었고, 그 흐름의 변화에 주시할 것을 밝히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는듯 합니다. 더불어 최근 경제 위기와 맞물려 앞으로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어떤 방향으로든 그 변화의 모색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은 향후 변화 될 자본주의 정책과, 새로이 인식되어야 할 우리의 경제 관점을 제시해주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신 자유주의로 인한 시장의 위기기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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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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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불의에 대항하여 정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악을 억누르고 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의 일이란 것이 항상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정의를 가장한 불의적인 것이 기승을 부리거나, 선의 가면을 쓴 악의 모습들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여 마치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인식되고 상황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안에 속해있는 대중들의 삶은 피폐될 수밖에 없으며, 사회 발전의 가능성 역시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불가사의한 유괴 사건을 토대로, 20세기 초반 영국사회에 한때 유행했던 화려하고 선정적인 기사를 일삼았던 당시 황색저널리즘의 행태와,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 의식 있고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엿볼 수 있으며, 또한 뿌리 깊은 전통과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변화하는 영국 사회의 모습이 잘 나타나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주목되는 것은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교묘한 트릭이나 반전과 같은 특별한 장치의 설정, 혹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스릴의 부분이 전개되어 있지 않음에도, 아기자기하면서도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과, 더불어 적잖은 감동까지를 얻을 수 있어서, 여러 독자들이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주인공인 로버트는 중년에 가까운 평범하지만, 정직하고 신사적인 면모를 지닌 미혼의 변호사다. 형사소송에는 별 관심 없고 주로 개인적인 민사소송을 담당하던 그에게 어느 날 사건의 사실과는 상관없는 무고의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에 대한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의문의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가 전화통화에서 얼핏 전해들은 사건의 내용은 형사소송에 가까웠던지라 관여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전화한 의뢰인은 다른 변호사들은 신뢰하기 힘들다며 가급적 자신이 맡아 줄 것을 호소했기에, 일단 사건의 전말이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로 결정한다. 사건의 장소는 도시의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인 프랜차이즈라는 대저택으로, 평상시 그곳은 사람의 인적이 드문, 게다가 그곳 주인은 영국 일반시민의 모습과는 다른 집시풍의 인상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샤프 모녀였다. 경찰에 의하면 15살의 베티케인이라는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샤프 모녀에게 강제로 납치되었으며, 집안에 감금되어 노예와 같은 생활은 물론 잦은 폭력과 학대를 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샤프모녀의 증언에 의하면 베티케인이라는 소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으며, 따라서 말도 안 되는 폭력과 학대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소녀의 증언을 뒷받침 할 목격자가 없는 관계로 샤프모녀를 기소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에크에머라는 신문사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오로지 소녀의 일방적인 주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그 결과 영국 시민사회는 사건의 진위를 따지기보다 연약하고 어린 소녀를 동정하는 식의 편향된 여론을 형성하게 되면서, 이 사건은 법정에서 최종적인 판결에 맡겨지게 된다.

특별한 목적을 얻기 위한 악의적인 무고인가 아니면 명확한 유괴에 의한 납치와 학대인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잘못된 증거 자료에 기초를 두었지만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아야만 했던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1753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이 소설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사건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경찰의 수사과정과 정당한 처리절차에 의한 법의 심판이 중요하게 인식되기보다, 황색 저널리즘에 좌우되어 진실을 외면하려는 대중들의 어리석은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않나 싶다. 작품 속 주인공 로버트의 정의롭고 깨어있는 시민의식의 발로가 아니었다면, 연약함을 전면에 내세워 악의적인 모습을 감춘 소녀는, 시민들의 과분한 동정에 의해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며, 아무런 죄도 없는 샤프 모녀는 대중들에 의해 형성된 여론에 밀려 억울한 희생양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오늘 우리의 언론이 정의의 편에 서있기 보다 판매부수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작의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우리들은 이에 대항하여 얼마만큼의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듯하다. 영국의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풍경 속에,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주인공과 의뢰인 간에 서서히 드러나는 미묘하고 애틋하게 여겨지는 로맨스, 그리고 선정적이고 화려한 추리의 요소를 배제하고도 얼마든지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추리 작품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 작품에,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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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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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아이작 뉴턴은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한 배경에는 그가 모아 놓은 전 재산을 주식투자로 잃게 된 것에 기인하지만, 그의 말이 부정적으로 들리지 만은 않는 것은, 대개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탐욕에 의한 것이든 혹은 개인적 원한에 의해서든 스스로 어느 순간 왜곡된 망상에 빠져, 종래에는 자기 파멸의 단초가 되는 이러한 인간의 광기적인 행동들이 나타날 때마다, 인간이 과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하는 적잖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악의 교전 이라는 제목에서 얼핏 느낄 수 있듯, 다루고 있는 내용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이 작품은, 사건의 전개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깊이 잠재되어 있는 광기의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공포와 스릴의 요소를 극대화 한 미스터리를 담고 있다. 더불어 작품의 전개 내용에서 인간이 때로 얼마나 잔인하고 악랄해 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이 본능에 의해 지배되는 극단적인 행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사이코패스로 통칭되는 다양한 범죄의 사건들을 다루어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작품들이 극한적인 면을 보여주기엔 다소 미약함이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이코 패스들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할 만큼, 사건의 전개에서부터 결말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볼만 하지 않을까 싶다.

작품 속 주인공 하스미는 일본 마치다 시에 자리 잡고 있는 사립 고등학교에 영어 선생으로 근무하며, 교육에 대한 열정은 물론 교사로서 화려한 경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어,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에게 두터운 신뢰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그는 호감 가는 얼굴과 논리적이고 카리스마를 느끼게 할 만큼 뛰어난 리더십,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심리적인 기교를 이용하여, 동료교사들과 학교로부터 귀감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모습과는 달리, 내적으로는 인간관계에 있어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되거나 이익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될 경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사이코적인 기질을 지니고 있다. 자기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철저하게 이중적으로 살아가는 그는, 학교를 자기 손에 쥐고 장악하려는 목적으로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유혹하여 끌어들이고, 반면에 자신을 향하여 의심을 품거나 협조하지 않는 자에게는 죽음이라는 응징을 가하여 완벽한 범죄를 구상해간다. 결국 치밀한 그의 범죄 계획으로 학교 내에서는 전에 없던 의문의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은, 하스미 선생의 석연치 않은 행동에 의혹을 품게 된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하스미는 배움과 현장이 되어야 할 학교를, 피로 얼룩지는 처절한 살육의 끔찍한 범죄의 장소로 한순간 뒤바꿔 놓게 된다.

교활한 두뇌플레이와 능숙 능란한 언변, 그리고 매력 있는 외모를 무기로 자신의 내면을 포장하고, 한편으로는 정교하고도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완벽한 범죄를 일삼으며 사이코패스의 일면을 지니고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 독자들에게 가공할 공포와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의 재미를 전달하고 있는 이 소설은,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먼저 그 하나는 오늘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이 경쟁 일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는데, 그런 이유로 양보와 겸양과 같은 이타주의적인 정서들이 어느새 서서히 말라가고 있으며, 이점은 인간의 탐욕과 맞물리면서 인간성 상실이라는 치유하기 힘든 새로운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미를 상실해버린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극단적이고 광기적인 행동의 일면을 간접적으로 보여줌으로서,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의 우리의 도덕적 자아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지 않나 싶은 것이다. 또 하나는 오늘날 우리의 교육 환경에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학내의 다양한 문제점에 관한 것이다. 작품 속에는 교육에는 별다른 관심 없고 학생을 상대로 폭력과 성추행을 일삼는 교사,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학생의 인권이 무시되어도 상관없다는 학교 운영자들, 그리고 학생들 간에 벌어지는 집단적인 따돌림의 현상 등 여러 불편한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결국 주인공과 같은 비인간적인 존재의 탄생을 부추긴 원인 중에는, 성적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으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의 교육제도 역시 그 역할과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고, 교육기관으로서 그 본연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이 필요함을, 이 작품은 은연중 내비치고 있지 않나 싶다. 일본 호러 소설의 대표작가로 알려진 만큼, 명성에 걸 맞는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그의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와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묘사, 그리고 빠른 전개로 독자들이 기대해도 좋을듯하다. 따라서 장르 소설을 좋아 하는 독자라면, 학교를 무대로 잔인하고 끔찍한 공포와 스릴이 펼쳐지는 이 작품에 관심을 한번 가져봄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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