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교전 1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아이작 뉴턴은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한 배경에는 그가 모아 놓은 전 재산을 주식투자로 잃게 된 것에 기인하지만, 그의 말이 부정적으로 들리지 만은 않는 것은, 대개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탐욕에 의한 것이든 혹은 개인적 원한에 의해서든 스스로 어느 순간 왜곡된 망상에 빠져, 종래에는 자기 파멸의 단초가 되는 이러한 인간의 광기적인 행동들이 나타날 때마다, 인간이 과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하는 적잖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악의 교전 이라는 제목에서 얼핏 느낄 수 있듯, 다루고 있는 내용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이 작품은, 사건의 전개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깊이 잠재되어 있는 광기의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공포와 스릴의 요소를 극대화 한 미스터리를 담고 있다. 더불어 작품의 전개 내용에서 인간이 때로 얼마나 잔인하고 악랄해 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이 본능에 의해 지배되는 극단적인 행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사이코패스로 통칭되는 다양한 범죄의 사건들을 다루어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작품들이 극한적인 면을 보여주기엔 다소 미약함이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이코 패스들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할 만큼, 사건의 전개에서부터 결말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볼만 하지 않을까 싶다.

작품 속 주인공 하스미는 일본 마치다 시에 자리 잡고 있는 사립 고등학교에 영어 선생으로 근무하며, 교육에 대한 열정은 물론 교사로서 화려한 경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어,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에게 두터운 신뢰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그는 호감 가는 얼굴과 논리적이고 카리스마를 느끼게 할 만큼 뛰어난 리더십,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심리적인 기교를 이용하여, 동료교사들과 학교로부터 귀감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모습과는 달리, 내적으로는 인간관계에 있어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되거나 이익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될 경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사이코적인 기질을 지니고 있다. 자기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철저하게 이중적으로 살아가는 그는, 학교를 자기 손에 쥐고 장악하려는 목적으로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유혹하여 끌어들이고, 반면에 자신을 향하여 의심을 품거나 협조하지 않는 자에게는 죽음이라는 응징을 가하여 완벽한 범죄를 구상해간다. 결국 치밀한 그의 범죄 계획으로 학교 내에서는 전에 없던 의문의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은, 하스미 선생의 석연치 않은 행동에 의혹을 품게 된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하스미는 배움과 현장이 되어야 할 학교를, 피로 얼룩지는 처절한 살육의 끔찍한 범죄의 장소로 한순간 뒤바꿔 놓게 된다.

교활한 두뇌플레이와 능숙 능란한 언변, 그리고 매력 있는 외모를 무기로 자신의 내면을 포장하고, 한편으로는 정교하고도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완벽한 범죄를 일삼으며 사이코패스의 일면을 지니고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 독자들에게 가공할 공포와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의 재미를 전달하고 있는 이 소설은,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먼저 그 하나는 오늘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이 경쟁 일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는데, 그런 이유로 양보와 겸양과 같은 이타주의적인 정서들이 어느새 서서히 말라가고 있으며, 이점은 인간의 탐욕과 맞물리면서 인간성 상실이라는 치유하기 힘든 새로운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미를 상실해버린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극단적이고 광기적인 행동의 일면을 간접적으로 보여줌으로서,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의 우리의 도덕적 자아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지 않나 싶은 것이다. 또 하나는 오늘날 우리의 교육 환경에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학내의 다양한 문제점에 관한 것이다. 작품 속에는 교육에는 별다른 관심 없고 학생을 상대로 폭력과 성추행을 일삼는 교사,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학생의 인권이 무시되어도 상관없다는 학교 운영자들, 그리고 학생들 간에 벌어지는 집단적인 따돌림의 현상 등 여러 불편한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결국 주인공과 같은 비인간적인 존재의 탄생을 부추긴 원인 중에는, 성적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으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의 교육제도 역시 그 역할과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고, 교육기관으로서 그 본연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이 필요함을, 이 작품은 은연중 내비치고 있지 않나 싶다. 일본 호러 소설의 대표작가로 알려진 만큼, 명성에 걸 맞는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그의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와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묘사, 그리고 빠른 전개로 독자들이 기대해도 좋을듯하다. 따라서 장르 소설을 좋아 하는 독자라면, 학교를 무대로 잔인하고 끔찍한 공포와 스릴이 펼쳐지는 이 작품에 관심을 한번 가져봄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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