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과 가면의 룰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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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놓여 있게 되며, 어떤 방향으로든 결정된 선택에 의해 자신의 삶을 꾸려가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의 과정에서 있어 때로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간에, 자신의 양심에 위배되는 악의적인 행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를 두고 적잖은 갈등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가 있다. 물론 처한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저마다 행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제각각 다르게 나타날 것이지만, 이를 단순하게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것은, 이 문제가 자신의 인생에 있어 향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삶의 궁극적인 질문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변곡점으로 작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작품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돌이킬 수없는 죄를 짓고 살아가는 한 인물을 통해, 인간이 취하게 되는 악의 본성이라는 것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그리고 악을 취함으로서 이후 나타나게 되는 인간 내면의 변화과정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나간 화제작으로 보여 진다. 더불어 작가는 인간은 선을 추구하는 것으로만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으며, 때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악을 행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말하면서, 이 작품을 통해 현실적으로 선과 악이라는 사이에서 갈등하며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 모습을, 악의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다뤄보고자 하지 않았나 싶다.

작품 속 주인공인 구키 후미히로는 군수산업으로 재벌가의 반열에 오른 아버지에 의해 악을 세습하겠다는 의도적인 목적으로 낳은 인물로 등장한다.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로부터 14살이 되면 지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함께, 자신과 같은 나이또래의 고아가 된 순수한 마음을 지닌, 자신의 집에 양녀로 들어오게 된 가오리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이후 이 두 사람은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친구처럼 지내다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서로 호기심으로 시작한 불장난이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본격적인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방에 불려간 그녀가, 그곳에서 성적인 학대를 당하고 있는 모습을 그가 우연하게 발견하면서부터,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되고 결국 이를 실행에 옮기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만 죽이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릴 것 같았던 애초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또한 가오리와의 사랑도 멀어지게 되면서, 또 다른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등의 점점 이상한 사람으로 변모하게 되는 참담한 현실이 그의 눈앞에 다가옴을 느낀다.

이 작품은 악의 환경에 놓인 주인공을 통해, 악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악을 저질러야 하는 인간 행위에 대한 모순적인 면을 미스터리와 스릴이라는 요소를 가미하여 흥미롭게 그렸다는 점과, 그러한 과정에서 갈등하게 되는 인물의 심리적인 묘사를, 순수문학의 분위기가 느껴질 만큼 잘 나타내고 있지 않나 싶다. 또한 주인공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둘째 형과의 만남에서, 인간의 탐욕에 의해 저질러지는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악의 모습들과, 또한 사람은 악을 나쁘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추구하려는 가치와 이익이 누군가로부터 침해를 받을 때에는, 쉽게 폭력을 용인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반면에 사건의 전개 내용만으로 본다면 중간 중간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더러 보이기도 하고, 또한 일부 인물 설정에 있어서도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어, 이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인간이란 존재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이성의 힘이 있어,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당장은 부끄러움이나 혹은 죄책감을 느끼기는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개의 경우 자기합리화에 따른 당연한 행동으로 치부하고 가볍게 지나쳐버리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고, 아마 이점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그리 많지 않을듯하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그러한 관점에서 독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으로의 깊은 성찰을 위한 적잖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볼만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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