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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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불의에 대항하여 정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악을 억누르고 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의 일이란 것이 항상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정의를 가장한 불의적인 것이 기승을 부리거나, 선의 가면을 쓴 악의 모습들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여 마치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인식되고 상황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안에 속해있는 대중들의 삶은 피폐될 수밖에 없으며, 사회 발전의 가능성 역시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불가사의한 유괴 사건을 토대로, 20세기 초반 영국사회에 한때 유행했던 화려하고 선정적인 기사를 일삼았던 당시 황색저널리즘의 행태와,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 의식 있고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엿볼 수 있으며, 또한 뿌리 깊은 전통과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변화하는 영국 사회의 모습이 잘 나타나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주목되는 것은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교묘한 트릭이나 반전과 같은 특별한 장치의 설정, 혹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스릴의 부분이 전개되어 있지 않음에도, 아기자기하면서도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과, 더불어 적잖은 감동까지를 얻을 수 있어서, 여러 독자들이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주인공인 로버트는 중년에 가까운 평범하지만, 정직하고 신사적인 면모를 지닌 미혼의 변호사다. 형사소송에는 별 관심 없고 주로 개인적인 민사소송을 담당하던 그에게 어느 날 사건의 사실과는 상관없는 무고의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에 대한 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의문의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가 전화통화에서 얼핏 전해들은 사건의 내용은 형사소송에 가까웠던지라 관여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전화한 의뢰인은 다른 변호사들은 신뢰하기 힘들다며 가급적 자신이 맡아 줄 것을 호소했기에, 일단 사건의 전말이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로 결정한다. 사건의 장소는 도시의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인 프랜차이즈라는 대저택으로, 평상시 그곳은 사람의 인적이 드문, 게다가 그곳 주인은 영국 일반시민의 모습과는 다른 집시풍의 인상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샤프 모녀였다. 경찰에 의하면 15살의 베티케인이라는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샤프 모녀에게 강제로 납치되었으며, 집안에 감금되어 노예와 같은 생활은 물론 잦은 폭력과 학대를 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샤프모녀의 증언에 의하면 베티케인이라는 소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으며, 따라서 말도 안 되는 폭력과 학대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소녀의 증언을 뒷받침 할 목격자가 없는 관계로 샤프모녀를 기소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에크에머라는 신문사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오로지 소녀의 일방적인 주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그 결과 영국 시민사회는 사건의 진위를 따지기보다 연약하고 어린 소녀를 동정하는 식의 편향된 여론을 형성하게 되면서, 이 사건은 법정에서 최종적인 판결에 맡겨지게 된다.

특별한 목적을 얻기 위한 악의적인 무고인가 아니면 명확한 유괴에 의한 납치와 학대인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잘못된 증거 자료에 기초를 두었지만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아야만 했던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1753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이 소설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사건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경찰의 수사과정과 정당한 처리절차에 의한 법의 심판이 중요하게 인식되기보다, 황색 저널리즘에 좌우되어 진실을 외면하려는 대중들의 어리석은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않나 싶다. 작품 속 주인공 로버트의 정의롭고 깨어있는 시민의식의 발로가 아니었다면, 연약함을 전면에 내세워 악의적인 모습을 감춘 소녀는, 시민들의 과분한 동정에 의해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며, 아무런 죄도 없는 샤프 모녀는 대중들에 의해 형성된 여론에 밀려 억울한 희생양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오늘 우리의 언론이 정의의 편에 서있기 보다 판매부수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작의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우리들은 이에 대항하여 얼마만큼의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듯하다. 영국의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풍경 속에,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주인공과 의뢰인 간에 서서히 드러나는 미묘하고 애틋하게 여겨지는 로맨스, 그리고 선정적이고 화려한 추리의 요소를 배제하고도 얼마든지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추리 작품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 작품에,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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