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퀸 클레오파트라
스테이시 시프 지음, 정경옥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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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현재의 기록이지만 그 내용에 대한 평가는 후대의 몫인 것이다. 역사의 모든 내용이 기록자의 입장에서 사실에 근거한 가급적 객관적인 자세에서 작성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지만, 인간은 모든 사물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사실상 이를 기대하기란 힘든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역사의 기록을 통해 당시의 인물이나 사건을 바라볼 때는, 있는 그대로를 수용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비판적 견지에서 보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였으며 프톨레마이오스 왕가의 최후의 왕이었던 클레오파트라7세가 죽은 뒤, 지금으로부터 무려 2천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녀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듯하다. 그녀의 실제모습에 관해서는 당시 주조된 것으로 생각되는 동전 표면의 초상화가 유일한데도, 마치 그녀가 미의 화신인 양 인식되고 있다거나, 심지어 그녀의 일생 중 극히 일부의 내용만을 가지고 남자들을 홀리는 요부, 혹은 사치만을 일삼은 악녀에 이르기까지 그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실제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만큼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오늘날 역사상 그 어떤 인물보다 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클레오파트라 7세에 대해, 저자가 그녀와 관련한 여러 역사의 사료와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허구적이고 과장된 신화 속에 그려진 그녀의 모습이 아닌, 한때는 거대한 제국을 거느린 통치자였으며, 로마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당대의 영웅들을 사로잡기도 했던, 그녀의 실제 모습을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루어 놓은 책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표피적으로만 알아왔던 클레오파트라 7세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이 책을 계기로 그녀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클레오파트라 7세의 파란만장하고 화려한 삶을 두고, 후세 역사가들은 당시 유명세를 떨쳤던 여러 인물들과 함께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는 많은 자료들을 남겼는데, 이후 출판물에 따라 번역이 천차만별이고, 일부 내용에 있어서 부합하지 않는 모순된 부분들이 발견되고 있어 이를 적절하게 다듬고 객관화 하여, 독자들이 가급적 최대한 공정하게 그녀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클레오파트라로 통칭하여 말하지만 실제로 그녀의 정확한 명칭은 클레오파트라 7세다. 그녀는 기원전 69년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셋째 딸로 태어나,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뒤 프톨레마이오스 13세가 되는 남동생과 함께 불과 18세라는 어린나이에 공동 파라오가 된다. 당시 이집트는 풍부한 농업생산력과 대외무역의 성장, 그리고 각종 사회제도의 발달로 지중해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의 이면에는 그녀의 아버지대로부터 이어진 로마제국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남동생과 함께 공동으로 파라오에 올랐지만, 남동생이 이집트 정치에 관여하기에는 너무 어린 열 살에 불과한 관계로, 사실상 왕위 초기에는 그녀에 의해 이집트가 다스려졌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후 여왕으로서 자국민으로부터 그녀가 크게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타고난 능력 즉, 9개 국어에 능통할 만큼의 놀라운 언어 구사력과 대중들을 사로잡는 연설의 힘, 그리고 위엄 있는 풍모와 현실을 꿰뚫는 상황 판단력 뛰어났으며, 더구나 그녀의 그러한 재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만들었던 왕실의 철저하고도 집중적인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왕위 초기의 독자적인 그녀의 정치적 지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이어오던 우호적 관계로의 로마정책은, 당시 이집트의 수도였던 알렉산드리아의 그리스 세력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켜 왕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재기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다시 왕위로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로마 제국내의 중심세력 중 하나였던 카이사르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 성공함으로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적대적 관계에 놓여있던 그녀의 남동생 프톨레마이오스 13세를 제거함과 동시에 반란을 엿보던 일부 반대세력을 일시에 축출하고, 국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클레오파트라 7세와 카이사르는 정치, 경제적으로 서로 공생의 관계를 넘어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면서, 그녀는 카이사르의 아들 카이사리온을 낳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이집트 제국을 건설하려는 본격적인 정치적 야심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자국 내의 공화정치를 주장했던 일부 사람들에게 갑자기 피살당하게 되고, 그런 연유로 자신의 지지 세력을 잃게 된 그녀는, 이를 대신해 안토니우스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이후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의 도움으로 그녀는 왕들의 여왕으로 자신의 아들은 왕 중의 왕으로 격상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정치적 운명이 다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로마의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와 벌였던 악티움해전에서 크게 승리하면서, 그 결과로 그녀는 전쟁의 전리품이 되어 일반 대중들에게 비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치욕을 두려워 한 나머지, 마침내 자살을 선택하여 당시 39살 나이로 이집트 통치 22년간의 일생을 마감하게 되고, 그녀의 조국이었던 이집트는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결국 합병된다.

 

 

클레오파트라 7세에 관한 이 책 내용의 커다란 줄기는, 이미 백과사전식에서 다루었던 대략적인 내용과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비추어 그녀와 여러 정치 경제적으로 관련되어 있던 주요 인물들과의 관계를 가급적 왜곡하지 않는 방향에서 다루었다는 점, 그리고 그녀에 대한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역사자료를 한데 모아, 이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유추하고 다양한 분석을 가미하여, 독자들이 클레오파트라라는 인물을 바라보는데 이해하기 쉽고 객관적으로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그녀와 관련한 기존의 책들이 대개 자의적이고 인물에 대한 본질적인 평가보다는, 흥미위주의 대중적인 요소에 주로 중점을 두었다고 보면, 이 책은 클레오파트라 7세의 성장에서부터 이후 국가의 통치자로, 그리고 이후 제국을 만들기 위한 야심가로서의 그녀의 다양한 모습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그 진의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어서 독자들이 여타의 책들과는 차별화 된 내용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클레오파트라 7세는 몰락해가는 이집트의 부흥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그 대가로 자국 내에서는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부세력을 끌어 들임으로서 자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겠지만, 혈족 간의 왕권 다툼이 심했던 당시의 복잡한 환경을 고려해본다면, 그녀의 정치적인 여러 행동들은 단지 개인의 탐욕스런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선택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집트 마지막 파라오였던 클레오파트라 7세의 생생한 모습을 다룬 이 책을 통해, 그녀의 편협적인 부분만을 보는 것이 아닌, 당시 시대상황을 고려한 전체적이고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클레오파트라 7세의 참모습을 발견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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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길, 바라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4
정수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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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설사 권력이나 명예 혹은 많은 부를 지녔다고 해도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행복이 반드시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이 언제나 행복을 동반하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의 삶에서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사랑이 충만하게 되면 그것은 때로 우리에게 놀라운 기적을 가져다주지만, 반면에 사랑이 결핍되면 그것은 언제나 우리를 비참하고 힘들게 만들기도 하며,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이 사랑답고 온전하게 양방향으로 자유롭게 표현될 때, 비로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지금보다 한층 조화롭고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압구정 다리어리, 페이스 쇼퍼 등의 작품으로 솔직하고 거침없는 내용의 전개를 통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정수현 작가의 최근 신작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그동안 발표했던 기존 작품과는 조금은 색채를 달리하는, 긴장감과 미스터리의 부분을 가미시켜 장르소설의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 우리의 존재가치가 무엇인지, 또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하는 것일까 하는 삶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 독자들이 한번 주목해 볼만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소설 속 주인공 재희는 집안의 배경이나 외모적으로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여성이다. 그러한 가운데 이제 그녀가 바라는 유일한 꿈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고,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객석의 청중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간절히 원했던 그녀의 소망은, 끝내 오디션에서 탈락되었다는 소식을 함께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고, 낙심하여 집으로 가던 도중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한편 민아라는 친구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단한 배경에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이고, 현재 촉망받는 변호사로 남부럽지 않은 부유한 삶의 소유자다. 그런데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던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뇌사 상태에 빠져있던 재희의 영혼이 민아의 육체로 빙의되는 묘한 상황을 맞게 되면서 서로 곤란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길이 전혀 달랐던 두 여성은, 갑자기 빙의라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재희는 민아의 몸을 빌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숨겨져 있던 자신의 본능을 점차 표면에 드러내게 되고, 반면 민아는 자신의 몸으로 들어온 재희를 어떤 방법으로든 떨쳐내어, 그동안 자신이 이루어 놓았던 위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후 이 두 여성은 서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차지하기위해 질투와 시기를 벌이며 이기주의적인 인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흥미진진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다소 독특한 두 명의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주목을 끌게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탐욕스런 욕망을 결코 올바르지 않는 방법으로 추구하려는 이기주의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콤플렉스를 숨기고 가식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의 우리 자신이 아닌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잔잔한 로맨스를 밑바탕으로 스릴과 미스터리의 요소를 담아 속도감 있게 표현한 이 소설에서, 독자들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작품에 등장하는 두 여성의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빙의와 해리성 정체 장애라는 부분이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과연 얼마나 공감을 가질까 하는 의문과, 이야기 도입부분에서 중간까지 이야기의 흐름을 통해 점점 증폭되는 기대감에 비해, 결말 부분이 의외로 너무 싱겁게 끝나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은연중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함으로서, 그로 인해 자괴감을 느끼게 될 때, 상처를 받거나 심한 경우 불행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곤 한다. 물론 자신이 남보다 모든 면에서 조금은 우월해지고 싶은 일종의 본능적인 욕망이야 누구나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욕망을 억지로 채우려고 한다거나 집착한다면, 자신의 선의적인 의도와는 상관없이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간과해 버린다. 또한 자신에게는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는 부분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함으로서, 이를 억지로 무마하려든다든지 이를 숨기기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언젠가 그러한 가식적인 삶에 회의감에 의도하지 않았던 고통에 함몰될지도 모를 일이다. 작품의 말미에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표현되지 않는 사랑, 그리고 사랑이 결여된 행동은 결국 비극을 불러 올 수 있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듯하다. 따라서 우연한 사고로 하루아침에 육체를 공유하게 된 두 여성의 기막힌 운명을 흥미롭게 펼쳐간 이 작품에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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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자유 - 그리고 정부의 한계 우리 시대의 이슈 총서 4
찰스 프리드 지음, 이나경 옮김 / 바이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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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고 그에 따른 인간의 다양한 욕구들이 표출되기 시작하면서, 과연 이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것 인가에 대한 문제들을 두고 아직까지도 여러 이견들이 있는 듯하다. 그동안 인간이 누리고 싶어 하는 자유에 관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 정의를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어 보인다. 사전적 의미로서 자유라는 것은,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라는 것이 그렇게 말로서 쉽게 규정할 수는 있는지는 몰라도, 실질적인 면에서 일괄적으로 이를 단정하기에는 애매모호한 구석이 너무 많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자유는 인간이 갖는 가장 기본적이고 고유 권한이어서,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개인의 그러한 자유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교류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래서 자유는 때와 상황에 따라 그 성격을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는 것이고, 자유에 버금가는 그 외의 다른 가치와도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만 한다. 그런 연유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부분들의 국가들은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기본적 이념에 맞춰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 하되, 그것으로 인해 타인이 침해를 받거나 혹은 공공적인 가치를 현저하게 무너트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때로 이를 제도나 법으로 조정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고 은연중 임의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만약 그 중의 일부라도 침해했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며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 책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자유라는 개념에 대하여, 이것이 국가나 종교, 타인이 추구하려는 어떤 목적과 불가피하게 충돌하게 될 때, 서로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는 관계의 정립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자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인의 자유가 어떤 지배자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자기 땅을 경작하고 추수하는 권리를 의미했다면, 현대인에게서 자유는 개인을 지배하려는 독재주의의 권위와 소수를 굴복시키려는 대중의 힘에 저항해 쟁취한 독립과 승리를 의미한다는 현대 자유의 주창자였던 프랑스의 뱅자맹 콩스탕의 주장을 들어, 국민이 아닌 개인의 자유와 현대의 자유를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유의 평가와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한다. 또한 그는 자유에 걸 맞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타의 여러 가치들 즉, 평등, 아름다움, 자신과 타인을 위한 배려와 존중에 관하여, 자유가 크게 침해 받지 않은 범위 내에서 어떻게 하면 이를 조화롭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짚어가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따라서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러한 개념들이, 서로 어떠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되어 왔는지를 어렵지 않게 파악해 볼 수 있으며, 또한 자유에 대한 가치를 직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이에 따라 파생되는 약자들이 이용당하지 않도록 일정부분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러한 사회적 규제와 처벌이 오히려 우리의 자유를 은연중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독자들이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러한 규제와 처벌을 두고 그것이 과연 정당성을 부여할 만큼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를 깊이 살펴보는 것이, 바로 현대의 자유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앞으로도 자유의 본질에 대한 의미를 크게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가치 있는 관념으로 남아 있게 하는 하나의 방편임을 주장한다.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개인이 지닌 자유를 만끽하는데 있어, 불가피하게도 자유와 상충되는 여러 가치 있는 관념들과 서로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이 누려야 할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는다고 생각 할 때는 이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대개 간단하게 넘겨버리고 만다. 더구나 그것이 평등이라는 가치와 연결된다든지, 공공적이거나 혹은 가치 있는 어떤 요소와 결합할 때에 설사 자신의 자유가 크게 침해당하면서도 더러 이를 용인하곤 한다. 그러나 이 점에 있어 우리가 쉽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러한 식으로 이를 당연하게 수용해버린다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의 범위는 점차적으로 협소해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구속의 굴레를 뒤집어 쓸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이 책에서 국가나 공동체 혹은 이외의 수많은 가치 있는 관념적 요소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얼마든지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독자들이 이를 쉽게 허용하기보다, 참된 자유의 가치를 지킴으로서 자신이 누려야 할 자유의 폭을 최대한 보장 받기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책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자유의 상실은 결과적으로 정신적 퇴행이자 인간성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어떠한 경우라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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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GPE 총서 1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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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정치권 안팎으로 떠오르는 화두 중 하나는 바로 복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와 관련한 내용을 두고 일부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 반면에, 그 동안의 우리경제가 일관되게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펴왔다고 보면, 이제는 정부가 직접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듯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복지를 확대시행 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 현안들, 즉 부의 양극화문제, 실업의 증가, 저출산과 고령화와 같은 문제에 대해 마냥 회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며, 우리와 비슷한 경제를 이루고 있는 여타의 국가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이 향후 더욱 고착화되고 심화되기 전에 그 대안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복지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해봐야 하는 이 시점에서, 단순히 정치적인 입지만을 고려한 혹은, 수박 겉핥기식의 피상적인 복지구호를 외칠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있는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실속 있는 복지국가를 어떻게 이루어 갈 것인가 하는 구체적이고도 지속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산업혁명이 이후 자본에 힘입은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세계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로 양분되었고, 이는 결국 대결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980년대 사회주의를 지향했던 소련의 붕괴에서 보듯 공산주의는 이미 몰락했고, 승승장구하리라고 생각했던 자본주의 역시, 그로부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 여러 나라에서의 경제 현실을 감안해볼 때, 성공적인 이념이라고 볼 수는 없을듯하다. 이 책은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오늘 직면해 있는 사회경제와 관련한 자본주의의 폐해로 인해, 점차 불거져가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기존의 경제 교과서식의 안일하고 방관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오늘날 복지국가로서의 모범이 되고 있는 스웨덴이, 근대화 이후 과연 어떻게 복지실현과정을 이루어 갔는지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 그러한 과정에서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인지 또한, 우리나라에 적합한 복지국가 실현의 가능성을 가늠해보고자 했다.

 

 

복지라는 것은 좁게는 바로 우리 자신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고, 크게 확대하면 건전하고 안정된 국가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코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 갈 문제는 아니다. 결국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복지를 실현하기위해서는 물론 정부의 강한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국민들의 관심과 깨어 있는 의식이 부족하다면 자칫 공염불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에 의하면 오늘날 스웨덴이 복지국가로서의 모범을 보이며 선진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우연하게 이루어 진 것이 아님을 볼 수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스웨덴은 이미 1930년대에 가장 성공적이고도 민주적인 정치 경제 모델의 하나를 창조하고, 향후 반세기 동안 지속될 사회체제를 형성할 수 있던 그 중심에, 스웨덴 사민당과 당의 핵심적 이론가였던 비그포르스라는 인물이 있었음을 밝히며, 그가 이루어낸 정치 경제 제도의 새로운 이론적 혁신, 그리고 그 이론에 기초한 의식적인 실천 계획의 산물이었음을, 지금까지 스웨덴이 거쳐 왔던 정치 과정의 내용들을 근거로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가 세계사의 커다란 양축이 되었던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것에 우리가 관심 있게 주목해 볼 것을 권한다.

 

20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사회민주주의자로 불리는 비그포르스는, 자신의 이론을 실천하기 위해 당시 좌파와 우파의 심한 견제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존 이념체제에 대해 윤리적 당위와 과학적 진리를 재정립하여 허구적인 유토피아를 건설하자는 것이 아닌, 현실의 토대 위에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유효한 정책을 연구하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중점적으로 내세웠던, 나라 전체의 경제가 민간자본의 비생산적 행태를 최대한 배제하면서 최대의 효율성을 달성하며 작동할 수 있도록 적절한 안배를 하고, 더불어 공공 영역과 민간 경제의 다양한 경제조직들이 모두 국민의 행복이라는 기치아래, 나라 살림살이의 목표에 유기적으로 잘 결합될 수 있도록 조정한 나라살림 계획의 내용은, 앞으로 복지국가를 꿈꾸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점차 위축되기 시작하여, 이것이 급기야는 유럽으로 번지면서 1930대의 대공황 시대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우려들이 대두되고 있는듯하다. 그동안 자본주의의 성장을 통해 우리가 경제적인 혜택을 받았고 잠시 동안이나마 풍요로운 삶을 맛보게 해준 것이 사실이긴 해도, 그와는 반대로 자본주의 병폐로 인한 상처 역시 작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근본적이고도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내 정치권의 노력들은 여전히 미비해 보이며, 단지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이 책의 내용에서 보듯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던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는 그런 우려와는 달리 잠정적인 유토피아의 건설을 이루어 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 자체로 문제점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적어도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안고 있던 문제점을 극복하고 정치적 합의를 이루며 지금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세계는 또 다른 체제로의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현실의 문제에 우왕좌왕 할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살펴본 스웨덴의 예에서 보듯, 이제부터라도 우리에게 맞는 이상적인 건설 국가를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를 두고,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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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유물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7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7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공포를 느끼게 될 때, 공포가 일으킨 여러 가지 생리적인 반응들을 상쇄하기 위해 엔돌핀 같은 호르몬을 생성하게 되며, 공포가 사라진 다음에도 그 물질들은 사라지지 않고 잔존해 있으면서, 우리들로 하여금 일종의 쾌감이나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몰라도 공포가 주는 짜릿함을 느껴보려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듯해 보인다. 그런데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공포를 잠시 느껴봄으로서, 억제되어 있던 자신의 욕구나 혹은 해소되지 않았던 스트레스를 푸는, 긍정적인 차원에서 하나의 대안적인 방법으로 삼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듯하다. 악녀의 유물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치고는 다소 어울려 보이지 않는 실제 의사라는 다소 특이한 전문적인 직업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외과 의사라는 작품을 통해 공포, 호러 분야에서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테스 게리첸의 최근 신작이다. 그녀의 작품들이 갖는 장점이자 특징은, 다루고 있는 주요 내용의 밑 배경에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의학스릴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인데, 이 점은 독자들이 여타의 작품과는 차별화 되어 있으면서도 신선하고 색다른 감상을 할 수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해서,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점을 중시해 그녀의 작품들을 한번 눈여겨 볼만 하다.

 

작품 전반에 걸쳐 공포와 스릴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이 소설의 일부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어느 날 미국 보스턴의 크리스핀 박물관에 지금으로부터 2천년이 지난 미라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언론보도를 통해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일명 마담X라고 불리는 미라는, 겉으로 포장되어 있는 재질의 경우 방사성 탄소측정법에 의해 고대의 것임이 밝혀졌지만, 실제 몸체에 대한 CT촬영의 과정에서, 마우라 법의관은 미라의 내부에 금속으로 보이는 의문의 작은 물체를 발견하게 되면서, 또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이후 경찰은 이 의문의 금속이 과연 무엇일까를 두고 자체 조사를 한 결과,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권총의 총알이었음을 밝혀낸다. 결국 경찰은 이 미라는 고대에서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마치 고대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교묘하게 위장된 사체라는 것에 심증을 굳히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한다. 그리고 형사 리졸리와 그녀의 파트너 프로스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라가 최초 발견된 크리스핀 박물관의 지하를 수색하다가, 이번에는 신체부위가 없는 시체의 머리 하나를 찾아내면서, 이 사건이 단순한 범죄가 아닌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체에 대한 신원확인은 물론, 박물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벌이게 된다.

 

범죄수법이 기존의 연쇄살인범들이 저지른 살해방법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경찰은 이 사건이 미라와 연관하여 고고학의 전문적인 지식 없이는 이루어 질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주요 인물이 되는 모녀 메데이아와 조세핀의 슬픈 과거의 운명적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들과 직접적인 관계의 축을 이루는 제3의 등장인물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사건 자체가 이미 오래전에 저질러진데다가 사건의 진실을 가로막는 새로운 방해자가 나타나면서 사건은 의외로 난항을 겪는다. 그렇다면 자신의 모습을 결코 드러내지 않으면서 잔인하고 해괴망측한 살해방법을 택한 범인은, 무슨 이유로 이와 같은 끔찍한 연쇄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며,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쫓는 형사 리졸리는 복잡하게 얽힌 이 사건을 과연 어떻게 해결해 가는 것일까.

 

테스 게리챈의 마우라 아일스 시리즈로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이 소설은, 공포 호러물의 대표작가라는 그녀의 명성에 어울릴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결말 부분에서 펼쳐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의 묘미를 선보이고 있어, 개인적으로 여타 독자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번 그녀의 작품은 연쇄살인 사건의 배경에 고고학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이야기를 연관시킴으로서, 고대 이집트의 미라 제조 과정과, 남아메리카의 일부 부족에서 행해졌던 잔차라는 독특한 전통풍습을 담아, 이전 작품에서 보듯 단순한 추리 차원의 재미를 넘어 고대 역사와 과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도가 돋보이는 듯하다. 특히 작품 초반에 깔려 있는 복선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듯, 중반 이후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여러 악의적인 모습들은 독자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해 보인다. 물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끝부분에 와서 다소 맥이 풀어지는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인간 본연의 극단적인 내면을 깊이 파헤치면서도, 이를 교묘하게 공포와 스릴로 연결시키고 있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볼만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더불어 연쇄살인범에 의해 저질러지는 독특한 살해방법과, 그런 추악한 고리의 끈을 자르기 위해 집요한 추적에 나서는 형사의 숨 막히는 대결로 압축되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공포가 주는 색다른 매력에 잠시 빠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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