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GPE 총서 1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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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정치권 안팎으로 떠오르는 화두 중 하나는 바로 복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와 관련한 내용을 두고 일부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 반면에, 그 동안의 우리경제가 일관되게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펴왔다고 보면, 이제는 정부가 직접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듯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복지를 확대시행 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 현안들, 즉 부의 양극화문제, 실업의 증가, 저출산과 고령화와 같은 문제에 대해 마냥 회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며, 우리와 비슷한 경제를 이루고 있는 여타의 국가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이 향후 더욱 고착화되고 심화되기 전에 그 대안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복지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해봐야 하는 이 시점에서, 단순히 정치적인 입지만을 고려한 혹은, 수박 겉핥기식의 피상적인 복지구호를 외칠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있는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실속 있는 복지국가를 어떻게 이루어 갈 것인가 하는 구체적이고도 지속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산업혁명이 이후 자본에 힘입은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세계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로 양분되었고, 이는 결국 대결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980년대 사회주의를 지향했던 소련의 붕괴에서 보듯 공산주의는 이미 몰락했고, 승승장구하리라고 생각했던 자본주의 역시, 그로부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 여러 나라에서의 경제 현실을 감안해볼 때, 성공적인 이념이라고 볼 수는 없을듯하다. 이 책은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오늘 직면해 있는 사회경제와 관련한 자본주의의 폐해로 인해, 점차 불거져가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기존의 경제 교과서식의 안일하고 방관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오늘날 복지국가로서의 모범이 되고 있는 스웨덴이, 근대화 이후 과연 어떻게 복지실현과정을 이루어 갔는지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 그러한 과정에서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인지 또한, 우리나라에 적합한 복지국가 실현의 가능성을 가늠해보고자 했다.

 

 

복지라는 것은 좁게는 바로 우리 자신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고, 크게 확대하면 건전하고 안정된 국가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코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 갈 문제는 아니다. 결국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복지를 실현하기위해서는 물론 정부의 강한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국민들의 관심과 깨어 있는 의식이 부족하다면 자칫 공염불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에 의하면 오늘날 스웨덴이 복지국가로서의 모범을 보이며 선진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우연하게 이루어 진 것이 아님을 볼 수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스웨덴은 이미 1930년대에 가장 성공적이고도 민주적인 정치 경제 모델의 하나를 창조하고, 향후 반세기 동안 지속될 사회체제를 형성할 수 있던 그 중심에, 스웨덴 사민당과 당의 핵심적 이론가였던 비그포르스라는 인물이 있었음을 밝히며, 그가 이루어낸 정치 경제 제도의 새로운 이론적 혁신, 그리고 그 이론에 기초한 의식적인 실천 계획의 산물이었음을, 지금까지 스웨덴이 거쳐 왔던 정치 과정의 내용들을 근거로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가 세계사의 커다란 양축이 되었던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것에 우리가 관심 있게 주목해 볼 것을 권한다.

 

20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사회민주주의자로 불리는 비그포르스는, 자신의 이론을 실천하기 위해 당시 좌파와 우파의 심한 견제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존 이념체제에 대해 윤리적 당위와 과학적 진리를 재정립하여 허구적인 유토피아를 건설하자는 것이 아닌, 현실의 토대 위에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유효한 정책을 연구하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중점적으로 내세웠던, 나라 전체의 경제가 민간자본의 비생산적 행태를 최대한 배제하면서 최대의 효율성을 달성하며 작동할 수 있도록 적절한 안배를 하고, 더불어 공공 영역과 민간 경제의 다양한 경제조직들이 모두 국민의 행복이라는 기치아래, 나라 살림살이의 목표에 유기적으로 잘 결합될 수 있도록 조정한 나라살림 계획의 내용은, 앞으로 복지국가를 꿈꾸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점차 위축되기 시작하여, 이것이 급기야는 유럽으로 번지면서 1930대의 대공황 시대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우려들이 대두되고 있는듯하다. 그동안 자본주의의 성장을 통해 우리가 경제적인 혜택을 받았고 잠시 동안이나마 풍요로운 삶을 맛보게 해준 것이 사실이긴 해도, 그와는 반대로 자본주의 병폐로 인한 상처 역시 작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근본적이고도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내 정치권의 노력들은 여전히 미비해 보이며, 단지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이 책의 내용에서 보듯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던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는 그런 우려와는 달리 잠정적인 유토피아의 건설을 이루어 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 자체로 문제점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적어도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안고 있던 문제점을 극복하고 정치적 합의를 이루며 지금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세계는 또 다른 체제로의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현실의 문제에 우왕좌왕 할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살펴본 스웨덴의 예에서 보듯, 이제부터라도 우리에게 맞는 이상적인 건설 국가를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를 두고,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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