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처럼 반론하라 - 원하는 대화를 하고 싶다면
우에노 마사루 지음, 김정환 옮김 / 끌리는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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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 속담 중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혹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격언이 있다. 이것은 말이란 것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의미한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말은 상대방이 듣기에 따라서 각기 해석이 다를 수 있고, 그런 이유로 받아들이는 느낌들도 그 편차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모임이나 회의 혹은 누군가와 단 둘이 이야기하게 될 때, 좋은 분위기가 무르익다가도 무심코 던진 한 마디의 말이, 의도하지 않은 이상한 상황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게 마련이다. 반대의 현상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험악하고 멱살을 잡을 만큼의 급박한 일이 예상될 때에라도, 누군가가 건네는 말 한마디로 인해, 마치 반전의 효과처럼 언제 그랬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우리는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나 방법을 습득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렇기에 수 없이 많은 타인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들과 함께 부대끼며 존재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한 소통은 필수 불가결한 수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내세우기 위해 상대를 설득하거나 조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며, 한편으로 상대의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잘못된 점이나 적절하지 않은 부분을 반박해야 할 때도 있다. 설사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대화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은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결국 누군가와는 대화를 해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 필요로 하고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할 것은, 상대방에게 부담과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이고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 갈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대화기술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의 내용은 보통 우리가 어느 특정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데 있어, 그 흐름이 논리적이고 원만한 방향으로 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위해 상대방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토론환경들을 설정하여, 그 상황에 적절한 대화를 풀어 갈 수 있도록 하는 논리적인 토론기술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눈여겨 볼만한 책이 아닐까 여겨진다. 책 속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하는 경우, 혹은 어떤 주제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얻기 위한 것이거나 또한 간혹 불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효과적인 반론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이 책에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들을 언급하고 있어서 결코 가볍게 생각하고 넘길 것이 아닌듯해 보인다. 이를테면 직장에서 상사와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거나, 업무상 무리한 요구를 받았을 때, 자신의 주장을 무리 없이 논리에 맞게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고, 또한 부부사이에서 자주 발생하게 되는 의견충돌이라든지, 자녀와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여러 다툼의 문제들의 경우에도, 큰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원활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더구나 상대가 누구이든지 간에 심리트릭을 활용한 반론의 제시와, 사람들 개개인의 특징을 고려한 유형별에 따른 마련책의 경우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응용 가능한 것이어서 실용교양도서로서 괜찮은 책으로 여겨진다 하겠다.


책의 내용을 보면 어떤 특별한 훈련이나 연습 없이도 우리가 실생활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많은 대화의 방법들이 나타나있다. 더욱이 개인적으로 이 책이 유익하게 생각되어지는 것은, 그 내용이 대부분 공감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보통 말을 잘하기 위한 궁극적 목적은 단지 화려한 미사여구를 구사하여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왜곡해서 교묘하게 말하는 것을 가급적 배제하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들면서 논리적으로 원만한 대화를 이끌어 갈 것인가에 있다. 그래야만 대화중 의견다툼이 일어나도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어필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다양한 상황들을 맞닥트리게 된다. 그러나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식의 상대방만을 탓하는 것은 어쩌면 핑계나 변명에 가깝다. 따라서 원만한 토론을 위해서는 우선 우리 자신이 먼저 조금만 신경 써서 대화를 주도해 나간다면, 상대방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으면서도 만족하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론은 상대방을 억눌러 이기려고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또한 자신만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자 함은 더더욱 아니다. 사안에 대하여 서로가 충분히 동의하고 바람직한 소통의 장을 열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이 책은 단순히 임시방편으로 말 잘하는 방법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 올바르고 타당한 대화와 토론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참고할만한 실용도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의 이 책을 통해 원활한 대화의 노하우를 익혀, 향후 흡족하고 유쾌한 대화의 시간을 많이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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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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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로만 해석하여 바라본다거나 혹은 그것에 너무 얽매이려는 자세는 조금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본주의가 다른 어떤 체제보다 우리 사회의 여러 관계에서 파생되는 많은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자본주의를 극복할만한 다른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점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의 공감을 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본주의가 낳은 여러 병폐들 역시 만만치 않기에, 자본주의를 모든 문제의 해결을 풀어 가는데 하나의 표준이나 기준점으로 삼으려는 일방적인 논리는 우려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최근 우리 사회에 의료나 철도와 같은 공공의 분야에 대한 민영화의 필요성이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듯해 보인다. 철도도 그렇지만 의료와 관련하여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적은 돈을 투자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얻기 위한 자본의 효율성제고라는 점에서, 현재 불거지고 있는 공공 분야의 여러 가지 취약한 문제점, 이를테면 낮은 의료수가와 같은 문제의 부분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대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공의 분야를 무조건적 자본주의 시장의 기능에 맡겨 국민 모두를 위한 공공성이 조금이라도 훼손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는 고려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점화되어 가고 있는 의료민영화와 연관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의료행위에 대한 본질이 무엇인가를 통찰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주도의 공공의료정책 대한 중요성이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일깨워 주고 있어서, 주목해 볼만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미국 최후의 빈민구제소이며 신의 호텔이라고 알려져 있는 라구나 혼다라는 병원에서, 20년을 넘게 의료 활동을 해온 한 여성 의사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경제논리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의료현실의 문제를 솔직담백하면서도 생생하게 픽션의 형태로 회고하고 있어 눈길을 이끈다. 저자는 자신이 의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의료라는 것이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선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며, 권력이나 명예나 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대등한 관계로 만날 것을 요구한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그녀는 마약이나 알코올에 중독되거나 혹은 만성질환으로 오래 동안 앓아왔음에도, 보호자도 딱히 없고 오갈 곳이 없는 환자로 가득한 라구나 혼다병원에서 애초 오래 동안 일할 생각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기야 여러 면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이곳에 오래 근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곳은 그녀의 의사생활에 있어 20년 이상의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의료현장이 되었고, 다른 무엇보다 인간 중심의 진료과정을 손수 체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이 책을 통해서 밝히고 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라구나 병원은 애초 설립 목적이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기 위한 방편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주정부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환자에게는 아무런 비용의 의무가 없는 일종의 무료병원인 셈이다. 그리고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주립병원과 함께 이런 병원을 운영해왔다고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자본주의에 의한 경제논리로 병원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버렸고, 그녀가 일했으며 당시 미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라구나 혼다 마저 그러한 시류에 편입 되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토로하고 있기도 하다.


라구나 병원은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급여나 근무 환경 조건에서 큰 장점이 있는 곳은 아니어서, 의사들이 처음 이곳에 오는 경우 자신의 커리어나 임상을 목적으로 대개 잠시 머물다 가기 위해 들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의 의사 대부분은 자신들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20년 이상 스스로의 의지로 장기근무를 하게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많은 의사들은 어떤 이유로 이곳에 머무르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근거로 라구나 병원이 노후하고 첨단의료기기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의사들이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환자들과 접촉하여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들로부터 환대와 자선의 정신을 배우게 되고, 공동체와 헌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데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더불어 환자들의 경우에도 가급적 기계적이고 사무적인 치료를 배제하고, 육체와 정신을 아우르는 인간 중심적인 치료를 우선으로 한 결과 그 회복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또 하나 이 책에서 우리가 유의할 만한 것은, 적은 예산의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치료효과의 결과를 보이고 있는 ‘라구나 혼다’와 같은 병원들이 그동안 관리의 편의성과 자본의 효율성 문제로 이제는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오늘날 미국의 의료정책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와 연관하여, 요즘 우리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의료민영화와 비교해 음미해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곳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다양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환자를 대하는 의료인들의 치료인식의 문제를 그리고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의료문제가 고려되지 않는 채, 획일적이고 안이하게 펼쳐지고 있는 미국 주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의학과 의료시스템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는데, 이 내용은 우리의 의료현실을 생각할 때 상당부분 공감이 되지 않나 싶다. 결국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의료민영화가 점차 가시화 되는 시점에서 공공의료에 대해 지금보다 나은 의료의 접근성과 진료의 질적인 문제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올바른 인식과 관심이 다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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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밀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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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나 미스터리를 소재로 다룬 장르작품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마도 히가시가와라는 작가를 기억할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 작가의 대표작품으로는 ‘수수께끼는 저녁식사 후에’ ‘밀실을 향해 쏴라’ 등 여러 작품들이 이미 국내에 소개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관심과 주목을 받은바 있어서,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은 작가로 자리 잡고 있는듯해 보인다. 그런데 이 작가의 작품은 여타의 추리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여러 면에서 조금은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미스터리나 추리물을 생각하면서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작품 속 사건을 중심으로 시종일관 긴장감이 느껴지는 스릴이나, 사건 내부에 장치되어 있는 놀라운 트릭의 형태, 혹은 결말부분에 가서 펼쳐지는 반전의 묘미 같은 장르의 주요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는 작품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작가는 그런 작품들과는 달리 치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되, 그 분위기가 엄숙하다든지 아니면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무언가가 있어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주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코믹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문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작품을 읽는 이로 하여금 웃으면서도 추리를 즐길 수 있다는, 일종의 추리를 대하는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그의 작품을 두고 추리의 외적 부분이 너무 가벼운 나머지 추리를 읽은 것 같지 않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도 하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어떤 분야의 책이든 그 내용도 좋아야 하겠지만 우선 되어야 할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재미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특히 장르분야의 작품의 경우에는 이 부분이 특히 더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이 작품도 그런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좋을듯하다.


책의 제목으로 보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밀실에 관한 아니면 밀실과 연관된 내용만을 주로 다루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 내용은 밀실을 포함한 여러 추리물이 함께 담아져 있어 다양한 추리의 내용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그리 길지 않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아무래도 장편추리물을 읽었을 때의 느낌처럼 그 흐름이 길지 않아, 일부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모두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추리에 관심이 많은 ‘나’ 라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실제 사건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인물은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하는 야마네에 의해서 사건의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작품 속의 첫 번째 단편은 밀실에서의 사건을 다룬 것으로 입구가 닫혀있고 사방이 철조망으로 높게 둘러쳐진 테니스장에서 발생한 미스터리의 내용이 펼쳐져 있다. 두 번째는 주인공의 대학 친구가 의뢰를 부탁한 사건인데, 남쪽 섬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 친구가 겪게 되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전개되어 있는데, 이 단편은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논리 정연한 추리의 설명이 돋보인다. 세 번째는 20미터가 넘는 대나무에 매달린 노파의 시신을 두고, 자살인지 아니면 타살인지를 추론하는 사건인데 생각만큼의 기대치는 낮아 보이는 단편으로 여겨진다. 그 다음으로는 10년 전 자신의 아버지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살해버린 일과 관련하여, 그 과정에 무언가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 딸이, 당시의 사건을 재추적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단편은 밀실사건과 더불어 건물이 갑작스레 소실되어버리는 트릭이 장치되어 있어 눈길을 이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맨 마지막에 소개되어 있는 단편은 쓰루야 라는 식당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폭행 절도 사건을 다루었는데, 정황상 모든 용의자의 알리바이가 존재함에도, 이를 깨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나타나 있어 눈길을 이끈다.


오래전에 우연하게 히가시가와의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그의 작품이 새로이 등장할 때 마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까 하는 자연스런 호기심이 은연 중 앞서게 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개되고 있는 그의 작품을 생각할 때, 익살스럽고 코믹한 이야기의 전개는 여전히 재미있게 느껴지지만, 이전작품에서 다루어 왔던 것처럼 나름 신선하고 특이할 만한 추리의 내용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번 작품 역시도 끝에 나오는 단편의 내용을 제외하고는 주목해볼 만한 추리는 없지 않았나 싶고, 일부의 경우 추리치고는 조금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럽게 보이는 것도 있어서 기대이상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갖는 묘미는 아무래도 기존의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는, 이를테면 인물이나 사건의 배경에서 으레 보이는 자질구레한 군더더기식의 설명을 가급적 배제하고, 오로지 사건과 사건해결에 관한 논리적 추리의 과정만을 담백하게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지루하거나 따분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의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로 인해, 작품을 읽는 도중에도 어느 부분에서 폭소가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매력이 잠재되어 있음을 독자들은 감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이번 작품의 특이점으로는 작품 속에 소개되어 있는 모든 사건은 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나 신문이나 글로 인용된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논리적인 측면이 두드러진 점도 눈에 띤다. 따라서 이 작품은 밀실사건에서부터 다양한 트릭이 설정된 여러 사건을 모아 치밀한 논리의 전개를 펼치고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추리의 재미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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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진화론 - 창작의 원리에서 도구까지 위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인화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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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의 내용을 통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명장면이나 쉽게 잊히지 않는 감동의 글귀들을 몇몇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러한 영상물들이나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다거나 혹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잠시나마 머릿속으로 동경해본 기억들도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서 어떤 이들은 자신이 직접 그런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개인적 욕망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창작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가벼운 습작이라 할지라도 결코 간단하게 넘겨짚어 생각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문학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창작을 해보고 싶은 개인적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자료수집에서부터 스토리텔링의 과정을 거쳐 완전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 까닭에 실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설사 그런 어려운 상황을 모두 수용한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창작의 영역은, 대부분 일부 작가로서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나, 작가를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나 실행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종의 고정관념과 같은 선입견은 1990년대 이후 인지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발달로 인해 조금씩 그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현재는 다양한 창작프로그램들이 개발되면서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 작가들이나 게임개발자 그리고 소설가들에게 창작의 훌륭한 도구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듯해 보인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이 책은 지금까지의 창작과정이 개인의 주관적 확신이나 경험에 의존해왔던 창작의 원리에서 벗어나, 그 방향의 틀을 확대하고 객관화함으로서 새로운 창작의 방법론을 찾아보고자 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영화나 소설에서의 서사 창작은 정교한 수사학적 목표를 추구하는 의식적이고 분석적이며 전략적인 과정이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서조차 명시적으로 인지되지 않는 혼란스런 암묵과정이라고 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창작의 본질적인 어려움의 문제에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스토리헬퍼와 같은 기능적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동안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명작들이, 작가 특유의 어떤 천부적 문학의 재능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우리는 생각해왔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상기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창작에 있어 어느 정도 재능이 필요하고 요구되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얼마든지 학습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작가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정한 틀 안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소재를 가공하여 이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놓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에 의한 새로운 창작의 결과물은 서로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연대를 구축하고, 한층 발전된 문화로 자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책의 저자는 지금까지의 창작이 대개 작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나 확신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보면, 이제는 이러한 창작의 원리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세분화시키고 누구에게나 손쉽게 도구로서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의 활용이 보편화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실질적인 방법으로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창작 도구를 통한 새로운 창작문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읽어보면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창작도구가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창작을 원하는 자와 창작을 받아들이는 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킴으로서 장르의 통합을 활성화 하며, 다양하고 새로운 유형의 스토리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데 있을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이 없지는 않다고 여겨진다. 이를테면 무분별한 창작으로 예술성의 가치를 떨어트려 오히려 애초 기대와는 달리 저급한 문화를 생성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와 더불어 예술의 가치를 판단하는 우리의 인식은 계속 변해왔으며, 새로운 발명으로 예술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변화되어왔고 창작의 발상에도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창작의 발전은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독자와의 소통 그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때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서사 자체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야만 한다. 대체적으로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유명작품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잘 반영되어 있음을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작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글을 쓴다든지 그림이나 영화를 만드는 창작의 과정이 어떤 특정인의 전유물로만 간주해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누구나 창작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디지털 스토리헬퍼라는 창작도구를 통해 얼마든지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만의 창작을 통해 나와 다른 타인과의 교감을 나누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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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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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남서부에 위치한 폼페이 유적지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마도 꼭 한번은 들러보고 싶은 장소로 자주 거론되곤 한다. 그것은 그동안 교과서로만 보아왔던 그리스·로마 시대의 다양한 생활상과 독특하고 수려한 그들만의 문화를 감상해보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폼페이와 관련하여 다양하게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대해 실제 유적을 확인함으로서 그 세부내용을 어느 정도 가늠해보고 싶은 일종의 호기심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많은 독자들이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시피 고대 도시 폼페이는, AD79년 베스비우스의 거대한 화산이 폭발한지 불과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한때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의 위용을 자랑하던 그 모습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비운의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도시는 화산폭발이 진행된 후 무려 천 오백년 동안 매몰되어 있다가, 16세기말에 이르러서야 건축가 도메니코 폰타나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고, 이후 시작된 유적발굴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 이라고 한다. 순식간에 2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참사의 목격담은, 당시 미네눔의 로마 함대 사령관이었던 플리니우스의 죽음에 대해서 묻고 있는, 그의 조카 타키투스에게 쓴 2통의 서신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이 소설은 그 내용을 기초로 하여 작가의 상상력이 적절하게 가미된 역사팩션이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그런데 독자의 입장에서 이 작품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치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사실성이 뛰어나면서도, 개연성 있는 줄거리의 전개와 더불어 장르작품이 지니는 여러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서 역사팩션으로서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폼페이가 화산폭발에 의해 그 모습이 사라지기 전후 4일 간의 과정을 마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리얼한 묘사로 흥미롭게 그려냈는데, 평화로웠던 일상이 화산으로 인해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아비규환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어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속으로 점차 동화되게 만드는 것이 우선 눈에 띤다. 작품 속 이야기는 전임 로마 수도교의 기사였던 엑솜니우스라는 인물이 갑작스런 의문의 실종으로 주인공 아틸리우스가 새로이 그 자리에 부임되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수원지 확보를 위해 지하수를 찾던 중에, 코렐리아라는 한 여자로부터 급한 도움을 요청받고 길을 나서게 된다. 도착한 곳은 한때 노예였다가 예전 폼페이의 지진을 계기로 엄청난 갑부가 되어버린 암플리아투스라는 사람의 집이었는데, 그곳 양어장에서 물고기가 때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원인이 바로 유황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자신이 관리하던 수도교의 저수조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되었고, 평소와는 달리 수압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한 후, 이를 위한 시급한 조치의 필요성을 깨닫고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그는 수도교와 관련한 전임자의 막대한 비리와 부정을 발견하게 되고, 또한 지하 지반이 융기되는 현상으로 보아 조만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결국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한 화산의 폭발은 일순간에 이루어졌고, 영원할 줄 알았던 폼페이는 자연의 위대한 힘 앞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다.


이 작품은 스토리의 전개과정도 무척이나 흥미롭지만, 등장하는 여러 특징적인 인물들을 통해 우리사회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반추해보게 하는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독자들이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폼페이라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상의 모습을 담아 놓았는데, 그 인물 하나하나의 행동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을 보는 것 같아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그들이 펼쳐내는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다소 의미심장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작품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관련해서, 코렐리아라는 여성을 등장시킴으로서 주인공과의 애틋한 남녀관계를 설정해놓아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은 이채롭지만, 그보다는 사전에 비교적 역사의 고증이 잘되어 있어서인지 몰라도 배경의 묘사나 당시 시대의 생활상을 독자들이 유추해볼 수 있을 만큼 그 내용이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특히 화산폭발이 발생한 직후, 폼페이가 급격하게 아수라장으로 변모되어가는 장면은 이 작품의 압권이라고 할 만큼 인상적이어서 그 잔상의 여운을 독자들이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작품과 연관하여 새로운 내용으로 각색된 영화 폼페이가 만들어져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영화를 관람한 이들의 후기를 보면, 기대 이하의 그리 썩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 작품이 해외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음을 굳이 근거로 두지 않더라도, 많은 독자들에게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감흥의 시간을 충분히 선사해 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또한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의 이면에,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이 얼마나 무모하고 잘못된 일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점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눈여겨 볼만한 부분으로 여겨지기에,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름 괜찮은 선택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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