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진화론 - 창작의 원리에서 도구까지 위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인화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라도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의 내용을 통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명장면이나 쉽게 잊히지 않는 감동의 글귀들을 몇몇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러한 영상물들이나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다거나 혹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잠시나마 머릿속으로 동경해본 기억들도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서 어떤 이들은 자신이 직접 그런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개인적 욕망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창작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가벼운 습작이라 할지라도 결코 간단하게 넘겨짚어 생각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문학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창작을 해보고 싶은 개인적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자료수집에서부터 스토리텔링의 과정을 거쳐 완전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 까닭에 실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설사 그런 어려운 상황을 모두 수용한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창작의 영역은, 대부분 일부 작가로서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나, 작가를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나 실행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종의 고정관념과 같은 선입견은 1990년대 이후 인지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발달로 인해 조금씩 그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현재는 다양한 창작프로그램들이 개발되면서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 작가들이나 게임개발자 그리고 소설가들에게 창작의 훌륭한 도구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듯해 보인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이 책은 지금까지의 창작과정이 개인의 주관적 확신이나 경험에 의존해왔던 창작의 원리에서 벗어나, 그 방향의 틀을 확대하고 객관화함으로서 새로운 창작의 방법론을 찾아보고자 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영화나 소설에서의 서사 창작은 정교한 수사학적 목표를 추구하는 의식적이고 분석적이며 전략적인 과정이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서조차 명시적으로 인지되지 않는 혼란스런 암묵과정이라고 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창작의 본질적인 어려움의 문제에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스토리헬퍼와 같은 기능적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동안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명작들이, 작가 특유의 어떤 천부적 문학의 재능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우리는 생각해왔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상기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창작에 있어 어느 정도 재능이 필요하고 요구되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얼마든지 학습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작가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정한 틀 안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소재를 가공하여 이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놓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에 의한 새로운 창작의 결과물은 서로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연대를 구축하고, 한층 발전된 문화로 자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책의 저자는 지금까지의 창작이 대개 작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나 확신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보면, 이제는 이러한 창작의 원리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세분화시키고 누구에게나 손쉽게 도구로서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의 활용이 보편화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실질적인 방법으로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창작 도구를 통한 새로운 창작문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읽어보면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창작도구가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창작을 원하는 자와 창작을 받아들이는 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킴으로서 장르의 통합을 활성화 하며, 다양하고 새로운 유형의 스토리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데 있을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이 없지는 않다고 여겨진다. 이를테면 무분별한 창작으로 예술성의 가치를 떨어트려 오히려 애초 기대와는 달리 저급한 문화를 생성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와 더불어 예술의 가치를 판단하는 우리의 인식은 계속 변해왔으며, 새로운 발명으로 예술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변화되어왔고 창작의 발상에도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창작의 발전은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독자와의 소통 그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때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서사 자체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야만 한다. 대체적으로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유명작품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잘 반영되어 있음을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작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글을 쓴다든지 그림이나 영화를 만드는 창작의 과정이 어떤 특정인의 전유물로만 간주해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누구나 창작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디지털 스토리헬퍼라는 창작도구를 통해 얼마든지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만의 창작을 통해 나와 다른 타인과의 교감을 나누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