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캐치 유어 데스 ㅣ 스토리콜렉터 22
루이즈 보스.마크 에드워즈 지음, 김창규 옮김 / 북로드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참 묘해서, 우리는 종종 드라마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극적인 갈등의 상황을 보게 될 때, 만약에 주인공이 나 자신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하고 스스로를 자문할 때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것을 두고 어떤 이들은 쓸데없는 상상이라 여길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아마도 편협한 시각에서 나오는 인식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그러한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향후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를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방법이나 수단을 모색할 수 있을뿐더러 하나의 새로운 교훈적인 가치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그러한 상황에 자기감정이입에 심취한 나머지 현실을 무시한 허무맹랑한 이상향을 쫓는다거나, 가능하지도 않은 것을 억지로 만들어 보려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줄곧 내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은, 작품 줄거리의 내용이 소설이 아닌 현실의 이야기였다면, 그래서 내가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맞닥트렸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했을까 하는 생각을 끊이지 않게 만들었던 작품 중 하나로 기억된다. 사실 이 소설은 그 내용 면에서 보면 발단 부분에서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과 갈등이 수 없이 교차되는,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상황을 현실에 접목하여 상상하기에는 여러 부분에서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관심 있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서사 과정에서의 드라마틱한 전개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독자들로 하여금 개입의 소지를 주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소설 속 주인공 게이트는 과거에 대한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었는데, 그것은 16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바이러스 면역과 관련한 감기예방 연구소의 일원으로 실험에 참가했다가, 의문의 대형화재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가슴 아픈 추억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화재사고에서 구조된 후 신경치료를 받음과 동시에 미국으로 건너가 바이러스 예방과 관련하여 촉망받는 학자로 지내게 되지만, 무능한 남편의 학대를 피해 자신의 아이와 함께 자신의 조국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잠시 머물던 그 시기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첫사랑 연인과 똑같은 모습을 지닌 한 남자를 우연히 길에서 만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그 사람이 16년 전 화재로 죽어간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첫사랑과 일란성쌍둥이였던 그의 형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들은 과거 상처에 대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과정에서 동생이 죽기 전에 남긴 의문의 메시지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화재 사건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게이트는 과거 화재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기억의 일부가 사라진 것을 두고 최면요법으로 과거의 기억을 살리는 과정에서, 연구소 내부에서 놀라운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기에 이른다. 한편 과거 연구소 화재사건에서부터 끔찍하고 잔악한 음모의 계획을 꿈꾸고 있던 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게이트에 의해 그동안 감추어 왔던 비밀이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추적에 나선다. 이후 소설 속 이야기는 베일에 가려진 거대한 음모의 사실을 밝히려는 주인공 게이트와, 새로운 바이러스를 이용해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으려는 자들의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대결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우선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장르소설에서 주요 주제로 다루어지는 로맨스와 범죄스릴러를 결합한 새로운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나 싶다. 또한 이야기의 흐름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동안 감추어졌던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 둘씩 발견되고, 그에 따른 스릴의 묘미가 점차 확대되는 전개를 보이는 이 작품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대중적인 요소를 흥미롭게 엮어나감으로서 주목을 이끌게 한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그래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 의한 남녀 간에 펼쳐지는 애틋한 로맨스와, 범죄와 관련한 강렬한 스릴이 펼쳐지는 조금은 독특한 구성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줄거리의 전개과정에서 일부의 내용을 보면 개연성 부족으로 인한 서사의 과정이 공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작품이 아쉬운 점은 장르작품이 다른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충실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개 내용에서의 억지스럽게 생각되는 부분이 눈에 띤다는 것과, 특히 전반부의 풍부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결말 부분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전개의 흐름은, 이 작품에 흠으로 여겨질 만큼 반감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이 기존의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장르 요소의 결합으로, 새로운 관점의 모색을 추구함으로서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관심의 축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그래서 이러한 장르요소의 다채로운 조화의 시도는 계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인공 게이트의 첫사랑의 기억을 중심으로 예상치 못한 반전의 스릴과 그 과정에서 싹트는 남녀 간의 미묘한 로맨스가 펼쳐지는 이 작품은,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키게 할 만큼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 따라서 이와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