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개인적으로 받았던 느낌은, 마치 한편의 짜릿하고 임팩트 있는 영화를 본 것이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으로 기억 된다. 그동안 연쇄살인범죄를 주제로 한 많은 작품들이 등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줄거리의 구성내용과 그 이면에 짙게 착색되어 있는 스릴과 공포의 이미지는, 독자들이 이전에 체감해왔던 것 이상으로 독특하고 신선한 면을 선보이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 작품은 연쇄살인이라는 소재로만 제한해서 생각한다면 기존의 범죄스릴러와 비교해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품의 전개과정에서 치밀하게 구성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 스릴의 무게감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이 작품에는 다른 무엇보다 사건과 연계하여 펼쳐지는 스토리의 진행과정에서, 전율에 가까울 만큼의 공포와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작품 전체를 지배할 만큼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적 묘사와 함께 생동감 있게 다루어지고 있어서, 독자들이 여타의 작품에서 감상할 수 없었던 스릴의 묘미를 만끽하는 기대 이상의 흥미로움을 제공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전편이었던 눈알 수집가에서 보아왔던 장르의 대중적 요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풍부한 스토리의 전개와 깊이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면모의 범죄스릴러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따라서 이러한 장르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작품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을 조금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눈알 수집가를 먼저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듯하다. 이전 작품의 줄거리와 연계하여 작품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아이를 유괴하고 아이의 어머니를 죽인 뒤 범인은 엄마의 손에 일정 시간이 입력된 타이머를 놓아둔다. 그리고 그 시간 안에 아이 아빠가 아이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아이의 눈알은 제거되고 그 목숨마저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마치 게임이 연상되는 이 독특한 연쇄살인사건에 전직경찰 알렉스는 불행하게도 이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의 입장에 처하고 만다. 그는 아무런 증거와 증인이 없는 상태에서 아들을 찾아 나서던 과정에서, 맹인이면서도 사람의 과거를 꿰뚫어 본다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알리나의 도움으로 아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지만, 범인은 일정 시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권총으로 자살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결국 그는 차마 아들을 죽일 수 없어 권총으로 머리에 대고 죽음을 선택하게 되지만, 이후 천만다행으로 살아나게 된다. 한편 경찰은 세계적인 안과의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주커라는 인물이 이번 범죄사건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그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이를 뒷받침 해줄 것으로 생각되는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던 타마라라는 여성의 증언을 통해 구속할 것을 계획하지만, 사건 이후 그녀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그를 풀어주기에 이른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알리나는 경찰의 부탁으로 의문점을 찾기 위한 주커와의 잠깐의 만남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석연치 않은 이상한 점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용의자의 혐의를 벗은 주커에 의해 알리나가 돌연 납치를 당하게 되면서, 작품 속 사건은 점점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작품은 자신의 아이와 부인은 잃고 복수의 기회를 노리는 알렉스, 알리나의 납치함으로서 완전범죄를 꿈꾸는 주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사건의 진행에서 베일에 가려진 또 다른 인물을 새로이 등장시킴으로서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독자들에게 미스터리 스릴러물로서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서사과정에서의 조금은 억지스러운 부분이라든가, 중간 중간 다소 이해하기 힘든 개연성의 문제가 껄끄럽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스토리의 전개과정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나 싶다. 특히 다른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전달되는 공포와 스릴의 묘미는 웬만한 호러물 이상으로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은 주목해 볼만하다. 그래서 이 작품이 차라리 지금이 아닌 여름에 출간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장르소설은 다른 무엇보다 대중적인 요소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무리 작품성이 좋아도 독자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소설의 내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면, 독자들에게 주목받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줄거리 전개과정에서 있어서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핵심적인 부분, 다시 말해 사건으로 파생되는 긴장감이나 호기심이 분산되지 않도록 하는 점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만 한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그러한 여러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잘 배합하여 장르를 대하는 독자에게 상당한 만족감을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추리나 미스터리를 다룬 장르소설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독자에게 눈길을 주는 작품은 생각만큼 많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작품의 내용에 따라 그 선호도의 차이가 조금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범죄스릴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기대이상의 재미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한번 읽어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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