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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발칵 뒤집은 판결 31 - 법정에서 바라 본 세계사의 극적인 순간들과 숨은 이야기
L. 레너드 케스터 외 지음 / 현암사 / 2014년 5월
평점 :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라는 테두리 안에 빼곡하게 채워진 수많은 일련의 사건들 대부분은, 그러한 일이 발생할 것을 미처 예상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우연처럼 보이지만, 해당 사건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여러 정황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역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말하기를, 역사는 반복된다는 전제하에, 과거 역사의 경험을 토대로 오류를 제대로 인식하고 반성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그 무게를 두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편으로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대개 교과서를 통해서 역사의 내용을 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리처럼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행해지는 역사지식습득에 자연스럽게 대두될 수밖에 없는 문제는, 일반화 된 역사의 단편적인 사실에만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역사를 보는 시각과 그 인식의 깊이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수박 겉핥기식의 역사교육이, 결국에는 폭넓은 역사관이나 세계관의 확장은 고사하고, 더러는 역사의 진실을 호도하는 그릇된 방향으로의 편협한 역사인식을 고착화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역사 속의 여러 사건들 중에서도,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왔으며 이후에도 역사가들로 하여금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몇몇의 기억할만한 사건을 집중조명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할 만하다. 더구나 책 속에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어떤 이유로 그러한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당시의 시대상황과, 그러한 일이 향후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적인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기대 이상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는 편의상 4개의 파트로 나누어 31개의 역사적 사실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데, 책에 열거된 모든 사건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그 나름대로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중요한 사건들이 다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일부 내용을 살펴보자면, 먼저 17세기 영국의 왕당파와 의회파가 힘을 겨루던 과정에서, 결국 의회파가 승리함으로서 당시 국왕이었던 찰스 1세가 법정에서 심판을 받게 된 일은,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사건이 아닐까 싶다. 이 사건은 오늘날 영국의 정치제도가 자리 잡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는 사건으로, 대헌장과 영국의회의 기원과 관련하여 국왕의 존재를 인정하는 대신에 정치적인 권력을 용인하지 않는, 균형과 견제를 이루는 영국 특유의 입헌군주제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20세기 초반 레닌을 중심으로 볼셰비키들이 러시아혁명을 성공시키고 권력을 잡은 후에, 레닌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스탈린이 권력계승자로 여겨졌던 트로츠키를 제압하고 이들의 잔재세력을 숙청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모스크바 재판에 관한 것인데, 이는 대약진 운동과 문화혁명으로 혼란을 자초한 마오쩌둥의 권력 말기에, 중국에서 벌어졌던 4인방 재판과 연관하여, 당시 공산권 국가 정치권력의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프랑스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던 드레퓌스 사건과, 인종차별로 대표되는 넬슨 만델라의 리보니아 재판, 그리고 무자비한 살인으로 기소되어 전 세계의인의 이목을 이끌었던 O. J 심슨 재판, 음주 운전자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이 동원되어 마침내는 LA 폭동으로까지 확대되어버린 로드니 킹 폭행 사건, 더 나아가서 부실회사를 인수 합병하여 변칙적인 회계로 자산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사기극을 펼치며, 자본주의 기업의 위험성을 인식하게 만든 엔론 재판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한 재판과 판결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 책에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그 면면을 살펴보면, 그 시대를 대표하고 역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놀랍고도 의미 있는 사건을 담았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보다는 각 사건에 대해 그 시기에 법정에서는 어떠한 관점에서 사안을 해석하고 평가하는지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면밀하면서도 총괄적으로 검토분석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더불어 사건의 시대적 배경과 관련한 전후 맥락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이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다각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은, 독자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유연한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은 물론, 깊이 있는 역사의식을 일깨우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리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사건들이 법정에서 그 진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고는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정치적인 입김이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이유에서 법의 준엄한 심판이 언제나 정의로운 방향에서 실현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례로 책에 나오는 도쿄전범재판의 경우를 보면, 일본은 주변국들을 향한 반인도적인 수많은 증거와 전쟁에 직간접 연관되어 있던 여러 나라들의 강력한 처벌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도한 이 재판의 결과는 일본천황을 치죄하지도 못했으며, A급으로 분류되어 기소되었던 주요 전범들도 대부분 석방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소련의 존재를 의식하여 일본을 가급적 우방국으로 삼으려 했던 미국의 정치적인 야욕을 어느 정도 감안한다 하더라도, 형평성을 잃은 재판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우리의 역사에 길이 남게 될 다양한 사건들의 실질적인 부분을 파헤쳐 독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아울러 법정에서 판결과정을 통해 그 진위와 함께 우리의 올바른 역사관을 고취시키는 유익한 책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