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친구나 말죽거리잔혹사와 같은, 학원가의 폭력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몇 편의 영화들이 개봉되면서 한동안 국내 영화관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영화 줄거리 자체의 내용이 조금은 일탈적이면서도 자극적이고 무엇보다 근절되어야 할 폭력을 미화시킨다는 적잖은 비판적 시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재자체가 대중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것이기도 하고, 아울러 등장인물을 통해 대리만족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것으로 기억 된다. 하지만 마치 유행이 지나간 것처럼 이제는 그와 같은 유사한 이야기가 새로이 등장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식상해진 이유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만화로 일컬어지는 웹툰에서 예전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짜릿한 쾌감을 전해주는 ‘통’이라는 작품이 출간되어, 누리꾼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주목을 이끈다. 그 부분과 연관해서 이 작품은 요즘 매주 업데이트될 때마다 엄청난 조회 수를 보이면서 언론에서까지 기사화 되고 있는 웹툰 ‘통’을 소설화 한 것이다. 만화로 이 작품을 접해본 일부 독자들이 그랬듯이, 이 작품의 내용을 겉으로만 보면 거침없는 남성들의 마초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겨질 만큼, 폭력적인 내용이 주를 다루고 있어 다소 꺼려지는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보면 의외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전개와, 중간 중간 왕따와 같은 심심찮게 벌어지는 학내 문제의 실상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이라 여겨진다.


주인공 정우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 부산에서는 주먹으로 제법 이름을 날리던 친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로 전학을 오게 되는데, 싸움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일가견이 있던 정우는, 첫날부터 주변 친구들이 걸어오는 고의적인 시비 거리에 대해, 이대로 학교를 지내게 된다면 얕잡힐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가볍게 상대를 무너트리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이런 소식은 급우들에게 삽시간에 전해졌고 이를 알게 된 3학년 선배들은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회유의 제스처를 보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누구의 구속과 간섭을 꺼려했던 정우는 이를 단박에 거절하고, 이것이 또 하나의 계기가 되어 다툼으로 연결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학교 짱으로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후 한 치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는 배짱 있는 그의 행동과 매서운 주먹을 가졌다는 정우에 대한 소문은, 결국 폭력조직에까지 알려지게 되고, 정우는 그들로부터 뜻하지 않은 놀라운 제의를 받는다. 한편 그런 과정에서도 정우는 뜻하지 않은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일탈적인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영어선생 강덕중은 그 중 한 사람으로, 솔직하고 인자한 미소로 정우에게 학교생활에 충실하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으로는 정임이라는 교생인데, 그녀는 정우가 한때 싸움으로 상처를 입으면서 그때의 우연한 일과 또한 정우 학교로 교생실습을 통해 더욱 각별한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에 정우의 오른팔이었던 정현이라는 친구가 정우를 대신해서 누군가에 의해 의문의 죽임을 당하게 되고, 정임 역시도 조폭들과의 싸움에 휘말리게 되면서 위험에 빠지게 되자, 정우는 이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그들과의 한판 전쟁을 불사하며 자신을 따르던 한 무리의 친구를 이끌고 사지 속으로 뛰어든다.


사실 이 작품은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미국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영웅주의적인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싸움에 있어서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출중한 실력과, 왜소한 체력임에도 결코 밀리지 않으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정우라는 개성적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서 독자들에게 흥미를 더해주는 철저한 오락성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고교 일진들을 주먹 하나로 차례대로 하나씩 평정해가는 호쾌한 액션이 펼쳐가고 있는 이 작품은, PC통신이 일반화되어가던 초창기에 만들어졌지만 당시에는 독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2년 전 즈음에 만화로 이 작품이 연재되면서 전개되는 스토리에 매력을 느낀 일부독자들에 눈길을 끌게 되었고, 이를 발판으로 지금은 시리즈 2가 등장할 만큼 웹툰에서 상당한 인기작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대중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은,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줄거리와 개연성에 따른 사실적인 묘사, 그리고 주먹 하나로 꼭대기의 자리로 올라가기까지의 스릴적인 요소가 작품의 전반에 걸쳐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작품의 내용이 너무 폭력적인 부분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문장에서 섬세함이 부족해 보이는 투박함과 서사부분에서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아쉬운 면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많은 누리꾼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주인공을 통해 자신을 이입시켜 대신해보는데서 오는 만족감과, 부담 없이 작품의 줄거리를 즐길 수 있는 오락적 요소가 곳곳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따라서 이 작품을 아직 접하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액션, 스토리는 물론 개성적인 캐릭터의 매력을 한번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