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성년이 되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지 몇 년의 시기를 지내고 나서, 남자나 여자와 상관없이 동성 간에 친한 친구끼리 만나 커피나 술을 한잔하게 될 때, 으레 화제가 되어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한 가지는,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과거에 한때 경험했던 다양한 에피소드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누구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만큼 부끄럽게 생각할 만한 일들, 그리고 호기심과 궁금증에 간혹 일탈적인 행동도 있었을 것이며,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교제에서 애틋한 사랑 혹은 가슴 저미는 안타까운 이별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어느 누구의 인생이라도 그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면, 그 안에 알알이 맺혀있어 두고두고 잊지 못할 다양한 사연들이 마치 우리 인생에 각본이 되어, 결국 하나의 굴곡진 드라마가 되기에 충분하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마주하는 현실이 각박하고 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리하여 가끔은 좌충우돌하면서도 즐거움이 끊이지 않았던 그때의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소설은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해야하는, 바로 그와 같은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 책을 통해 전개된 줄거리의 내용을 읽다보면 문득 자신의 첫사랑이 생각나기도 할 것이며, 철없는 행동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면, 그때는 왜 그랬을까 하는 아쉬움내지는 차마 드러내놓고 싶지 않을 만큼의 비밀스러운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작중의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성숙한 인생의 한 단면을 고민해보는 계기로 작용될 수 있을듯하다.


이 작품은 이제는 자녀를 둔 어엿한 40대의 유부녀로 살아가는 다섯 언니들의 발칙하면서도 질펀한 과거 한때의 경험담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섯 언니들은 모두 이대여대의 같은 학번 동기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오랜 기간 우정으로 다져진 친구사이다. 이들은 마치 한 몸처럼 무리를 지어 줄리아나 나이트클럽을 아지트로 삼아 그곳에서 젊은 청춘의 시기를 불사르곤 했는데, 작품 속에는 그들의 지나온 과거사의 이야기가 현재로까지 이어지면서 그 동안 파란만장한 인생살이의 흔적이 드라마틱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다섯 언니들 중 먼저 소설 속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지연은 소설가이자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최근 책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에 자신의 작품이 알려지게 되면서 출연을 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 함께 하게 된 모 유명 잡지사의 편집장과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되어 이후 미묘한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정아라는 인물은 이대 법학과 출신으로 부장판사 출신 아버지의 든든한 집안배경과 함께 빼어난 미모를 지녔지만,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남편의 문제로 겉보기와는 달리 불편한 생활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진희라 불리는 친구는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며 화끈하면서도 농염한 자태로 뭇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녔지만, 정작 실제로는 정을 준 남자들에게 버림을 받는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간다. 다섯 언니 중에서 은영의 경우는 현재 굴지의 광고대행사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나이 40이 되도록 시집을 가지 못한 노처녀이며, 끝으로 세화라는 친구는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면서 천방지축으로 놀았던 대학의 생활과는 다르게 전업주부로서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바람기 많고 철없는 남편의 행동으로 마음을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소설은 각각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중간 중간 폭소를 터트릴 만큼의 유머적인 부분과, 예상외의 아찔하면서도 충격적인 사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그 결과를 예단할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전개로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책의 발단부분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결말이 있을 것으로 보였는데, 작품의 말미에 생각지 못한 의외의 반전은 극적인 여운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작품전반에 대중적인 흥미의 요소를 더하기 위한 다분히 작의적인 면이 없지 않나 싶고, 더구나 불륜과 같은 사회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힘든 소재를 너무 한쪽으로만 몰고 가는 경향이 없지 않아서, 조금은 불편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통해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겉과 속이 결코 일치 하지 않는 괴리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펼쳐내어, 독자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과, 행복한 삶에 대한 그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너무 멀리에서 찾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어려움은 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 있게 마련이고, 결혼 생활 역시 마찬 가지로 이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은연 중 자신을 타인과 비교함으로 그나마 가지고 있던 소소한 행복의 순간을 만끽하지 못하고 불행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기도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섯 언니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각 캐릭터들이 걸어왔던 지난 세월의 다사다난한 점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조용히 반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 쯤 주목해 볼만한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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