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의 도시 1 스토리콜렉터 2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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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소개되는 장르물들이 한때 일본이나 미국의 작품에만 집중되어 있었다고 한다면, 최근 몇 년 간 유럽 쪽의 소설이 유입되면서 장르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적잖은 호응을 얻고 있는듯하다. 이런 현상은 독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스릴러물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작품의 작가인 넬레 노이하우스 역시도 유럽의 추리물이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게 만들었던 대표작가 중 한사람이 아닐까 싶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작품을 통해 신선하면서도 추리물의 색다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어, 장르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선풍적인 열기를 그러모았던 그녀가,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독자들 곁으로 다시 찾아왔다. 이번 작품은 그녀가 독일 문단에서 인기작가로 자리매김하기 이전에, 손수 자비를 들여 출간하던 시기에 발표했던 데뷔작으로, 기존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형식의 내용과, 스릴의 묘미가 한층 확대된 느낌을 전해주고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장르작가로서의 그녀의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듯하다. 이 소설은 휘황찬란하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뉴욕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그 이면에 감추어진 거대한 음모가 결탁된 냉혹하고 비정한 지하세계의 현실을 드라마틱하면서도 사실적이고 긴장감이 가득한 느와르의 분위기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어서 주목해볼만하다. 더구나 줄거리 전개과정에서 시종일관 책에서 손을 떼게 하지 못하는 상당한 흡입력을 자랑함은 물론이고, 그 결말부분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반전의 양상은 독자들에게 기대이상으로 풍부한 스릴의 묘미를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주인공 알렉스 존트하임은 예리한 판단력과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비즈니스우먼으로서 원대한 꿈을 꾸며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가고픈 이지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당찬 여성이다. 그녀가 그곳에서 주로 하고 있는 일은 유망한 기업을 합병하거나 인수하는 투자처를 물색하는 것으로, 그동안 몇몇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되면서, 마침내 뉴욕 맨해튼에서 중견기업으로 알려진 레비 맨해튼 투자은행에 스카웃 되어 연봉 백만 달러가 넘는 커리어우먼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한편 세르지오는 오래전부터 이탈리아 마피아에 몸담아 오다가 미국에 정착하여 마약과 매춘 등으로 엄청난 돈을 모으면서 거대한 재벌이 되었고, 지금은 정계의 주요 인물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받치며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거래를 일삼는 암흑가의 대부로 통한다. 그는 알렉스가 다니는 기업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업무적인 문제로 그녀를 우연하게 만났다가 그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반면에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적인 여성이 되고 싶었던 알렉스는, 세르지오의 겉으로 드러나 있는 배경이 향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의 검은 유혹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알렉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르지오의 실체를 서서히 알게 되면서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 하지만, 그녀에게 깊이 빠져버린 세르지오는 그녀를 결코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거대한 자본의 권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었던 한 남자와, 남자들의 영역으로 간주되어진 월가에서 성공적인 삶을 꿈꾸었던 한 여성이 벌이는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대결 국면이 스릴감 있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단 한 순간의 느슨함도 허락지 않는 채로, 대단원의 결말을 향해 빠르게 진행된다.


넬레 작가의 작품을 접해본 독자이라면 알겠지만, 그녀의 소설에서 보이는 눈에 띄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애초 조성된 긴장감이 결코 흐트러지지 않고 결말까지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는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한 대중적인 요소를 작품 속에 전개되는 줄거리에 적절하게 배합시킬 수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인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넬레 작가는 그러한 부분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내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녀의 이번 소설은 이전의 작품과는 달리 웅장한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그에 상응하는 장르적인 부분을 속도감이 있게 진행되고 있고, 아울러 다음 내용이 궁금할 정도로 서사의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다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이 결국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될 수 있을듯하다. 또한 작품의 내용면에서 볼 때, 먹고 먹히는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기업투자의 냉혹한 현실과, 도시의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어두운 세력들의 불법적인 행태가 적나라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성공을 꿈꾸는 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선과 악, 정의와 불의라는 대결적인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독자들이 작품을 통해 강렬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압도적인 긴장감의 분위기를 맘껏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중간 중간 극적인 재미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은, 오히려 흥미를 감소시키는 불필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는 것과, 법정을 통한 검찰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 없이 급격하게 마무리 되고 있는 점은 조금 아쉽게 여겨진다. 그럼에도 이번 그녀의 작품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면모의 스릴러물을 선보임으로서, 차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데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따라서 장르스릴러물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감상해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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