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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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를 흡수해서 그 생명을 유지하여 살아간다는 드라큘라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책과 영화, 그리고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워낙 광범위하게 다루어지고 있어서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의 경우 그리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최근 판타지영화에서 뱀파이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도 사실 그 이름만 달리할 뿐 드라큘라를 조금 변형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드라큘라가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영국의 작가 브램 스토커에 의해서다. 그는 1897년에 드라큘라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흡혈귀를 소재로 했던 비슷한 유형의 여러 작품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문단과 독자들에게 호평과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종전까지 존재하던 모든 흡혈귀물의 성과를 집대성한, 흡혈귀 문학사상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작품은 고딕소설이자 환상문학의 대표작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에 이르렀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런던이라는 도시적인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서간체라는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과, 등장인물에 따라 그 시각을 달리하는 공포적인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데, 작품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닌 마치 현실적인 내용으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사실적인 묘사가 압권이다. 특히 발표된 지 100년이 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교차적 배치와 복선의 암시와 같은 치밀한 구성이 돋보임에 따라 장르문학으로서 특성이 잘 드러나 있기도 해서 읽어볼만 한 문학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하겠다. 따라서 아직도 이 작품을 접하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환상문학에 대한 풍미와 함께 스릴의 묘미를 동시에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작품 속 주요인물이 되는 젊은 변호사 조너선은, 영국에 대저택을 물색해달라는 드라큘라백작의 요청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백작이 머물고 있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성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머나먼 여정의 과정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향하는 목적지에 대해 이상하게도 걱정 어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급기야는 그가 묵던 여관의 주인에게서는 그곳에 가지 말라는 제지를 받기도 하는 등의 의아한 상황을 경험한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큘라 백작이 머무는 성에 무사히 도착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던 그는 거대한 성의 규모에 비해 오로지 백작만이 살고 있으며, 밤에만 비밀스럽게 활동하는 드라큘라의 특이한 행동에 의심을 품고 집중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조너선은 지하에 있는 어둡고 습한 방의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관을 발견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 백작이 누워있다는 것을 알고 아찔한 충격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 동안 눈으로 확인한 여러 사실들을 토대로 백작은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흡혈귀라는 스스로의 결론을 내린다. 한편 조너선의 약혼녀인 미나는, 네덜란드의 의사 반헬싱으로부터 몽유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루시가 흡혈귀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고, 아울러 조너선은 영국으로 다시 돌아와 지내던 중에 예전에 자신이 보았던 드라큘라를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결국 이들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은 줄로만 알았던 드라큘라백작의 실체를 새로이 깨닫게 되면서, 그가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런던으로 잠입했는지에 대한 그 상세한 내막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1세기 이전에 발표되었다는 그 시기성을 감안해볼 때, 문학계에서는 이에 비견할 만한 더 이상의 환상적인 소설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문학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현재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반면에 이 소설에 대한 그만큼의 비평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소설이 발표되고 나서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심리주의 경향에 따른 비판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일부비평가들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동성애나 윤간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으며, 한편으로 드라큘라라는 악의 형상을 두고 종교적인 차원에서의 반 기독교적이라는 비평과, 또한 이성과 비이성, 전통과 현대라는 대결의 구도로 보는 이들까지 많은 견해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한때는 이 작품이 시대적 학풍에 따라 대중들로부터 잠시 외면을 당하기도 했고, 더불어 이 작품에 대한 여러 형태의 재해석들이 이루어짐으로서, 변형적인 다양한 아류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작 드라큘라를 뛰어 넘는 역작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환상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소설의 특징은 아무래도 공포적인 긴장감을 조장하는 리얼한 서술 방식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독자들이 작품 내용을 읽다보면 픽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여겨지는 착시적인 느낌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 가지는 이미 언급했듯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재해석에서 보는 것처럼, 어떤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할 것인가에 따라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내용을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드라큘라 원작에 가장 충실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고딕소설의 진수를 맛보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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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속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남자
마크 해스켈 스미스 지음, 남명성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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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이 읽고자 하는 책을 선택하게 될 때, 그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물론 책의 내용이 가장 우선일 것이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그와 비슷한 방법을 따르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더러 있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책의 일러스트나 제목을 통해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발동하는 경우인데 이 작품은 바로 그것이 원인이 되어 읽게 된 책이다. 이 작품을 읽은 다른 독자들은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으나, 소설이라는 것은 외에 누군가의 추천이나 책에 대한 여타의 정보 없이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그 내용을 접했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불만족인 부분보다는 만족스러운 면이 더 많았던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스스로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예기치 못한 어떤 특수한 상황을 맞닥트릴 때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본의 아니게 복잡하게 얽혀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유형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작품 속의 내용은 멕시코의 어느 지하갱단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엉뚱한 해프닝에 따른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펼쳐져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이 소설은 독자의 입장에서 마치 한편의 코믹스런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내용을 읽다보면 조금은 관능적인 이미지가 연상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개성적으로 보이는 여러 유형의 등장인물들에 의해 연출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여타의 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선하면서도 거부하기 힘든 또 다른 매력적인 면을 한껏 감상할 수 있을듯하다.


소설 속 이야기는 LA 병리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주인공 밥이, 어느 살인사건 현장에서 범죄증거물로 보내온 분리된 팔에 정교하게 새겨진 이국적인 여성의 농염한 모습에 흠뻑 빠지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멕시코 갱단 소속으로 일하던 아마도가 보스의 명령에 따라 누군가를 처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팔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는 것에 기인한다. 자신의 부하에게 심상치 않은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갱단의 보스는,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팔이 보관되어 있는 곳을 추적하게 되고, 현재 밥에 의해 수사 검식반으로 이동되고 있다는 정보를 얻은 후에, 즉시 행동에 나서 밥을 납치하고 팔을 되찾아 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어떤 방법으로 범죄의 사실을 은폐할 것인가이다. 결국 이들이 고민한 끝에 생각해낸 것은, 신체가 비슷한 또 다른 누군가를 납치하여 팔을 제거하고, 밥을 이용해 다른 팔로 이를 대체하여 경찰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다. 밥은 뒤늦게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의 전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갱단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범죄에 가담할 것을 약속하는 대신에, 팔에 새겨진 문신 속 여인을 만나게 해준다는 확약을 받는다. 한편 오래전부터 조직의 보스를 검거하기 위해 증거를 모아오던 경찰청 소속의 형사로 있는 돈은, 이번 사건의 배후세력을 찾는데 골몰한다. 이후 작품 속 이야기는 이들의 바라는 방향대로 결코 순탄하게 흐르지만은 않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뜻하지 않은 우연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겹치면서 운명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독자들이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촉발하며 생동감 있게 진행된다.


이 소설은 엄밀하게 말하면 느와르풍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줄거리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그러한 느낌보다는 가벼운 한 편의 코믹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입체적이고 다양한 감상의 포인트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일단 겉으로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문체에 평범해 보이지 않는 이채롭게 보이는 독특한 설정자체가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온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간혹 폭소를 터트리게 되는 블랙코미디의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다가,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에 복잡하게 얽히면서 펼쳐가는 다사다난한 인생의 행로가 속도감 있게 드러나고 있어서 그 재미를 더한다. 특히 작품 속 주인공으로 나오는 밥의 경우, 문신 속의 한 여인의 모습에 한눈에 반하게 되면서 상상 속으로만 생각하던 일이 현실로 이어지는 극적인 삶을 맞게 되는데, 조금은 괴리감이 들기는 해도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물론 발단의 과정에 비해 결말부분이 너무 단조롭게 끝나버려 옥에 티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사실 이러한 소설의 줄거리는 대개 자칫 유치하다는 평을 받을 수 있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러한 선입견적인 느낌을 허용하지 않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역동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그래서 그럴까 몰라도 작품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보니 할리우드의 영화사로부터 판권이 넘겨진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이 작품을 토대로 영화로 만들어지게 될 것 같아 보이는데, 영화 속에서는 과연 어떻게 그려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소설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흥미의 요소가 작품 전반에 걸쳐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언론과 문단에서 극찬을 받은 이 작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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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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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교회의 극심한 대립이 있은 후에 종교개혁과 같은 구체적인 역사의 사실 때문인지는 몰라도,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한 가지는 조금은 음산하고 신비적이며 이질적인 색채가 짙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중세 분위기의 전반적인 특징을 섬세한 묘사와 함께 생동감 있게 그려냈으면서도, 긴장감과 스릴이 느껴지는 한 편의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의 내용을 담았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고려해볼 때, 아마도 장르분야에 관심이 있는 여타의 독자들에게는 한번쯤 읽어볼 만한 추리스릴러물로 여겨진다. 먼저 이 작품의 작가와 관련하여 언급하고픈 것은, 사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크게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일부의 독자들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작가는 사형집행인의 딸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이미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을 떨치고 있으며, 현재 해외독자들과 문단에서의 호평은 물론이고 언론에까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은 먼저 발표된 사형집행인의 딸에 이어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두 번째 장편스릴러물이다. 그의 이전 작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음울하고 봉건적인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풍부한 서사를 바탕으로 스릴의 요소를 가미된 신선하면서도 특색 있는 줄거리의 전개가 돋보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된 작품은 그러한 요소들에 더하여 미스터리적인 부분을 강조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추리의 묘미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건의 발단에서부터 그 전개의 흐름이 역동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한층 확대된 스릴의 체감을 가능케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작품 속 사건의 이야기는 알텐슈타트 성 로렌츠 교구성당의 신부가 누군가에 의해 독극물에 무고한 희생을 당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신부는 음식물을 섭취한 후에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음을 의식했는데, 그는 죽음이 임박하기 전 성당내부로 돌아와 무언가를 암시하는 자세로 취함으로서 이를 외부에 드러내고자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부의 죽음을 발견한 성당지기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고 성당에 도착한 마을의 젊은 의사 지몬은, 신부의 모습에서 어떤 비밀스런 것이 있음을 간파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사형집행인에게 알려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신부가 남긴 수수께끼 같은 의혹을 토대로 과연 신부가 무엇을 알리고자 한 것인지 추적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이들이 알아낸 것은 오래전 기독교의 구교와 신교의 세력들 사이에서 극심한 다툼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템플기사단이 어딘가에 숨겨 놓았을지 모르는 엄청난 보물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신부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그들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그것은 이들의 행동을 은밀하게 지켜보며 뒤를 쫓는 정체불명의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석연치 않은 신부의 죽음과 더불어 숀가우 마을은 이상하게도 예전과는 달리 강도들에 의해 상인들이 약탈을 당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갑자기 불어 닥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과 함께 뒤숭숭한 기운에 휩싸인다. 이후 작품 속 줄거리는 템플기사단이 남겨놓았을지도 추측되는 숨겨진 보물의 행방을 찾으려 하는 자와, 과연 누가 신부를 살해했을까 하는 배후 세력을 밝히기 위한 사형집행인의 무리와 쫒고 쫒기는 숨 막히는 대결의 양상을 보이며 대단원의 결말을 향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이 소설은 평화로운 마을에 한 교구성당의 신부가 의문에 죽음을 당하면서 남기게 되는 미스터리인 요소가 단초가 되어, 향후 진실의 내용이 밝혀지기까지 여러 복합적인 부분이 얽혀져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전형적인 추리스릴러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에는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몇 가지의 흥미로운 소재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한 가지는 먼저 도입부분에서 독극물에 살해되는 신부가 남긴 무언의 암시로 여겨지는 미스터리에 관한 것이다. 이 점은 사건의 발단에서부터 앞으로 심상치 않는 조짐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고하고 있는데다가, 작품 전체를 지배할 만큼 강렬한 스릴의 묘미를 담보해주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또 하나는 작품 속 개성적인 캐릭터의 역할에 있다 하겠다. 작고 왜소하지만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마을의 젊은 의사 지몬과, 거구의 몸집의 우악스러운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 불타는 정의감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씨를 가진 사형집행인 퀴슬, 그리고 비록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천민의 신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때로 당당하면서도 아름다운 외모와 슬기로운 지혜를 갖춘 그의 딸 막달레나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이 소설 전편에서 보듯이 마을에 불길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인물인 된다. 특히 지몬과 막달레나는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로서, 이들에 의해 밀고 당기는 로맨스의 분위기를 펼쳐내는데, 이는 작품의 스릴적인 부분과 함께 독자들에게 또 다른 흥미의 요소를 제공해준다. 그 외에도 결말 부분에서의 예기치 못한 놀라운 반전과 작품 전반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정 역시도 이 소설을 주목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건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따라서 중세 유럽의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특색 있게 다루어낸, 추리스릴러물이기도 하면서 사실감 있는 역사 팩션의 재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 작품에, 장르분야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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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 쌍쌍바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5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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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사회 집단의 틀에서 독자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아웃사이더라 칭한다. 이들은 유행에 민감하지도 않고 누구나 당연처럼 여겨지는 것을 거부하고, 사회의 주류가 되어 살아가기보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세상 속에 존재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가리켜 사회부적응자니 혹은 현실을 도피하려 한다는 조금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개성이 존중되고 삶의 방식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진 오늘 우리의 현실을 볼 때, 그렇게까지 색안경을 쓰고 매도하듯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오히려 시류에 편승하여 부화뇌동하는 식의 수동적이고 획일적인 인생에 비해,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를 우선으로 하려는 그들의 삶이 한편으로 더 아름답고 바람직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의 개념으로는 그러한 삶의 내용이 쉽게 받아드려지지도 않을 것이며,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을 고려했을 때, 다소 거칠고 무모하며 초라해질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선입관이 빚어낸 잘못된 오해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음을 염두 해두면 어떨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남들의 인식이나 의견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삶의 행복과 의미를 찾으려는, 바로 우리 시대의 아웃사이더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책의 내용에서 독자들은 요즘처럼 과도한 경쟁과 승자독식주의가 점차 가시화 되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설 속 주인공 광택은 부조리한 세상에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방식처럼, 틀에 얽매인 평범한 삶을 단호히 거부하는 열혈청년이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일이라도 아마추어적이기보다는 프로기질을 지닌 일명 선수로서의 정신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는 공부실력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재미도 없고 역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대학 입시를 포기하고, 대한민국남자라면 필수 코스인 군대생활에서도 별다른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 제대 후에 정글과도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선택한 일은, 세차장을 비롯해 중국집과 치킨 배달 그리고 도서를 배송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다. 남들이 보기에는 보잘 것 없고 초라한 일로 여겨졌지만, 그에게 있어 아르바이트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최고의 스피드와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세상의 일 이라는 것이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때로는 부당한 사유로 해고당하거나 멸시나 조롱을 참지 못해 스스로 그만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모님의 걱정과 핀잔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스스로 무언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한동안 그렇게 낙담의 시간을 보내던 중에, 그가 새로이 찾게 된 곳은 북유럽풍의 레스토랑 예테보리 상상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일이다. 이곳은 의외로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서 엄청난 양의 그릇들을 빠른 시간 안에 깨끗하게 처리해야만 했는데, 힘들고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노동이 아니라 승부라는 생각으로 그가 줄곧 유지해왔던 스포츠 정신을 앞세워 침체되어 있던 자신의 삶에 에너지를 다시금 되찾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소설 작가에 대한 여타의 작품들을 읽어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 이면에 멘탈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 역시도 줄거리의 밑바탕에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정정당당하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투지의 스포츠 정신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작가는 작품 속의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에게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며 비굴하고 구속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가 강하게 표현된 자유롭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권유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에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자신의 그러한 의지와는 다르게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하는 두려운 시선 때문에 혹은 조금이라도 잘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때로 위선적이며 가식적인 가면을 뒤집어쓰고 살아가기를 서슴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의 열정이 있을 때, 그 성취에 대한 행복감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느껴지는 체감의 정도는 분명 다를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광택은 아웃사이더로서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아르바이트라는 불안정적인 생활을 영유하지만, 그런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분야에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물론 그런 그에게도 뜻하지 않은 일로 상처도 받고 좌절과 절망에 빠지는 우울함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자신을 부정하는 굴절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주류로서의 인생을 마다하고 아웃사이더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무척 외롭고 고통스런 행보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자신만의 열정적인 의지로 어떤 가치 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떤 다른 이의 삶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주인공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이 조금은 버겁더라도 이에 무릎을 꿇지 말고 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자신감으로 삶에 처절하게 맞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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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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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르분야에서 추리스릴러물과 관련한 작품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듯하다. 그것은 아마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진 독자층들이 제법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만족감을 주는 작품을 찾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렇게 된 요인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사건의 발단 과정이 되는 서사의 배경에서부터 전개과정에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장치되어 있는 트릭적인 부분, 그리고 결말에서의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반전에 이르기까지, 추리가 지니는 다양한 요소들을 향한 독자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진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 이유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근래에 국내에 소개된 추리스릴러 중에서 독자의 관심을 이끌만한 괜찮은 작품이라 여겨진다. 사실 처음 접해보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이 지니는 장점을 알지 못해 조금은 낯설다는 선입견에 의해 이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크지 않았었다. 그러나 작품을 읽고 뒤에는 그의 후속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생각날 정도로 상당한 매력을 안겨준 작가로 기억된다. 이 소설은 사건의 발단 부분에서 기인하는 미스터리적인 분위기의 요소가 작품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데다가,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전개되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져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작품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하는 강렬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특히 이 작품은 사건 자체의 흐름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감으로서 심상치 않은 결말을 예고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 스릴의 묘미를 체감할 수 있음은 물론,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와 치밀한 구성으로 볼 때, 추리스릴러물로서 특징을 잘 살려낸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러한 장르소설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주목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소심하면서도 여린 성격을 지닌 라이언은, 변변한 직업 없이 방황하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한때 빌려 쓰게 된 사채를 갚지 못한 이유로, 업자로부터 목숨에 위협을 느끼는 독촉을 받게 된다. 원금에 비해 상당히 불어난 이자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한 여자를 납치한 후에 몸값을 받아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어떠한 목격자나 범행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여자를 납치한 라이언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동굴 속에 그녀를 가두어 놓고 전화로 협상하기 위해 시내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몇 일전 술집에서의 폭행사건으로 인해 수배를 받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결국 몸값을 요구하려던 전화는 시도하지도 못하고 잠복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면서 그의 최종적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문제는 과거 전과기록이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곧바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바람에, 동굴에 가두어 두었던 여성에 대한 차후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편 여성에 대한 납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건지점에서 철저한 수색을 펼쳤지만 근거가 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고 계속된 수사에도 더 이상의 진전이 없자 미해결 사건으로 처리해 버린다. 이후 2년 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라이언은 특별가석방으로 풀려난다. 그는 힘든 교도소 생활에서는 해방되었지만 수감되기 전에 자신이 납치해 가두어 두었던 한 여성에 대한 죄책감과, 또한 돈을 빌렸던 사채업자에게로부터 어떤 보복이 있을 거라는 두려움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던 중, 자신의 어머니가 누군가에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후 작품 속 이야기는 예측하기 힘든 양상을 보이며 급박하게 전개된다.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의외의 결과를 가져오는 전형적인 미스터리스릴러물이라 할 수 있다. 사건의 발단에서부터 파급되어 다채로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있는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두 가지 면에서 여타의 작품과 구별되는 장점이자 특징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 한 가지는 각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되어 있는 개성적인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이 현실감 있게 구현되어 작품 속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작중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심리묘사에 의해 더욱 부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은연 중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나 싶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이 소설을 읽다보면 사실상 내용 어디에도 강한 인상을 남길만한 임팩트 있는 부분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작가의 전개능력에 있다 하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이야기 안에 어떤 불필요한 부연설명이 없으며, 애초 형성된 미스터리의 스릴적인 분위기는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차 고조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독자들이 작품 속으로 자연스러운 몰입을 가능케 한다. 물론 결말 부분에서 놀라운 반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본격적인 추리의 요소가 조금 미진해 보이는 등의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작품 구성의 전체적인 면에서 본다면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니라 생각된다. 따라서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으면 싶고, 더불어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작가의 후속적인 작품이 조만간 출간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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