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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인간의 피를 흡수해서 그 생명을 유지하여 살아간다는 드라큘라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책과 영화, 그리고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워낙 광범위하게 다루어지고 있어서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의 경우 그리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최근 판타지영화에서 뱀파이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도 사실 그 이름만 달리할 뿐 드라큘라를 조금 변형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드라큘라가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영국의 작가 브램 스토커에 의해서다. 그는 1897년에 드라큘라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흡혈귀를 소재로 했던 비슷한 유형의 여러 작품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문단과 독자들에게 호평과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종전까지 존재하던 모든 흡혈귀물의 성과를 집대성한, 흡혈귀 문학사상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작품은 고딕소설이자 환상문학의 대표작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에 이르렀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런던이라는 도시적인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서간체라는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과, 등장인물에 따라 그 시각을 달리하는 공포적인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데, 작품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닌 마치 현실적인 내용으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사실적인 묘사가 압권이다. 특히 발표된 지 100년이 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교차적 배치와 복선의 암시와 같은 치밀한 구성이 돋보임에 따라 장르문학으로서 특성이 잘 드러나 있기도 해서 읽어볼만 한 문학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하겠다. 따라서 아직도 이 작품을 접하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환상문학에 대한 풍미와 함께 스릴의 묘미를 동시에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작품 속 주요인물이 되는 젊은 변호사 조너선은, 영국에 대저택을 물색해달라는 드라큘라백작의 요청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백작이 머물고 있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성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머나먼 여정의 과정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향하는 목적지에 대해 이상하게도 걱정 어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급기야는 그가 묵던 여관의 주인에게서는 그곳에 가지 말라는 제지를 받기도 하는 등의 의아한 상황을 경험한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큘라 백작이 머무는 성에 무사히 도착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던 그는 거대한 성의 규모에 비해 오로지 백작만이 살고 있으며, 밤에만 비밀스럽게 활동하는 드라큘라의 특이한 행동에 의심을 품고 집중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조너선은 지하에 있는 어둡고 습한 방의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관을 발견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 백작이 누워있다는 것을 알고 아찔한 충격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 동안 눈으로 확인한 여러 사실들을 토대로 백작은 인간의 탈을 뒤집어 쓴 흡혈귀라는 스스로의 결론을 내린다. 한편 조너선의 약혼녀인 미나는, 네덜란드의 의사 반헬싱으로부터 몽유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루시가 흡혈귀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고, 아울러 조너선은 영국으로 다시 돌아와 지내던 중에 예전에 자신이 보았던 드라큘라를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결국 이들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은 줄로만 알았던 드라큘라백작의 실체를 새로이 깨닫게 되면서, 그가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런던으로 잠입했는지에 대한 그 상세한 내막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1세기 이전에 발표되었다는 그 시기성을 감안해볼 때, 문학계에서는 이에 비견할 만한 더 이상의 환상적인 소설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문학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현재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반면에 이 소설에 대한 그만큼의 비평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소설이 발표되고 나서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심리주의 경향에 따른 비판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일부비평가들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동성애나 윤간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으며, 한편으로 드라큘라라는 악의 형상을 두고 종교적인 차원에서의 반 기독교적이라는 비평과, 또한 이성과 비이성, 전통과 현대라는 대결의 구도로 보는 이들까지 많은 견해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한때는 이 작품이 시대적 학풍에 따라 대중들로부터 잠시 외면을 당하기도 했고, 더불어 이 작품에 대한 여러 형태의 재해석들이 이루어짐으로서, 변형적인 다양한 아류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작 드라큘라를 뛰어 넘는 역작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환상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소설의 특징은 아무래도 공포적인 긴장감을 조장하는 리얼한 서술 방식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독자들이 작품 내용을 읽다보면 픽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여겨지는 착시적인 느낌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 가지는 이미 언급했듯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재해석에서 보는 것처럼, 어떤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할 것인가에 따라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내용을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드라큘라 원작에 가장 충실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고딕소설의 진수를 맛보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