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 쌍쌍바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5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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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사회 집단의 틀에서 독자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아웃사이더라 칭한다. 이들은 유행에 민감하지도 않고 누구나 당연처럼 여겨지는 것을 거부하고, 사회의 주류가 되어 살아가기보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세상 속에 존재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가리켜 사회부적응자니 혹은 현실을 도피하려 한다는 조금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개성이 존중되고 삶의 방식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진 오늘 우리의 현실을 볼 때, 그렇게까지 색안경을 쓰고 매도하듯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오히려 시류에 편승하여 부화뇌동하는 식의 수동적이고 획일적인 인생에 비해,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를 우선으로 하려는 그들의 삶이 한편으로 더 아름답고 바람직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의 개념으로는 그러한 삶의 내용이 쉽게 받아드려지지도 않을 것이며,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을 고려했을 때, 다소 거칠고 무모하며 초라해질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선입관이 빚어낸 잘못된 오해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음을 염두 해두면 어떨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남들의 인식이나 의견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삶의 행복과 의미를 찾으려는, 바로 우리 시대의 아웃사이더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책의 내용에서 독자들은 요즘처럼 과도한 경쟁과 승자독식주의가 점차 가시화 되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설 속 주인공 광택은 부조리한 세상에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방식처럼, 틀에 얽매인 평범한 삶을 단호히 거부하는 열혈청년이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일이라도 아마추어적이기보다는 프로기질을 지닌 일명 선수로서의 정신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는 공부실력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재미도 없고 역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대학 입시를 포기하고, 대한민국남자라면 필수 코스인 군대생활에서도 별다른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 제대 후에 정글과도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선택한 일은, 세차장을 비롯해 중국집과 치킨 배달 그리고 도서를 배송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다. 남들이 보기에는 보잘 것 없고 초라한 일로 여겨졌지만, 그에게 있어 아르바이트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최고의 스피드와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세상의 일 이라는 것이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때로는 부당한 사유로 해고당하거나 멸시나 조롱을 참지 못해 스스로 그만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모님의 걱정과 핀잔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스스로 무언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한동안 그렇게 낙담의 시간을 보내던 중에, 그가 새로이 찾게 된 곳은 북유럽풍의 레스토랑 예테보리 상상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일이다. 이곳은 의외로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서 엄청난 양의 그릇들을 빠른 시간 안에 깨끗하게 처리해야만 했는데, 힘들고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노동이 아니라 승부라는 생각으로 그가 줄곧 유지해왔던 스포츠 정신을 앞세워 침체되어 있던 자신의 삶에 에너지를 다시금 되찾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 소설 작가에 대한 여타의 작품들을 읽어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 이면에 멘탈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 역시도 줄거리의 밑바탕에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정정당당하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투지의 스포츠 정신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작가는 작품 속의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에게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며 비굴하고 구속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가 강하게 표현된 자유롭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권유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에 주인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자신의 그러한 의지와는 다르게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하는 두려운 시선 때문에 혹은 조금이라도 잘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때로 위선적이며 가식적인 가면을 뒤집어쓰고 살아가기를 서슴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의 열정이 있을 때, 그 성취에 대한 행복감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느껴지는 체감의 정도는 분명 다를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광택은 아웃사이더로서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아르바이트라는 불안정적인 생활을 영유하지만, 그런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분야에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물론 그런 그에게도 뜻하지 않은 일로 상처도 받고 좌절과 절망에 빠지는 우울함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자신을 부정하는 굴절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주류로서의 인생을 마다하고 아웃사이더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무척 외롭고 고통스런 행보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자신만의 열정적인 의지로 어떤 가치 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떤 다른 이의 삶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주인공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이 조금은 버겁더라도 이에 무릎을 꿇지 말고 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자신감으로 삶에 처절하게 맞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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