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속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남자
마크 해스켈 스미스 지음, 남명성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자신이 읽고자 하는 책을 선택하게 될 때, 그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물론 책의 내용이 가장 우선일 것이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그와 비슷한 방법을 따르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더러 있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책의 일러스트나 제목을 통해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발동하는 경우인데 이 작품은 바로 그것이 원인이 되어 읽게 된 책이다. 이 작품을 읽은 다른 독자들은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으나, 소설이라는 것은 외에 누군가의 추천이나 책에 대한 여타의 정보 없이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그 내용을 접했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불만족인 부분보다는 만족스러운 면이 더 많았던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스스로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예기치 못한 어떤 특수한 상황을 맞닥트릴 때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본의 아니게 복잡하게 얽혀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유형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작품 속의 내용은 멕시코의 어느 지하갱단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엉뚱한 해프닝에 따른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펼쳐져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이 소설은 독자의 입장에서 마치 한편의 코믹스런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내용을 읽다보면 조금은 관능적인 이미지가 연상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개성적으로 보이는 여러 유형의 등장인물들에 의해 연출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여타의 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선하면서도 거부하기 힘든 또 다른 매력적인 면을 한껏 감상할 수 있을듯하다.


소설 속 이야기는 LA 병리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주인공 밥이, 어느 살인사건 현장에서 범죄증거물로 보내온 분리된 팔에 정교하게 새겨진 이국적인 여성의 농염한 모습에 흠뻑 빠지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멕시코 갱단 소속으로 일하던 아마도가 보스의 명령에 따라 누군가를 처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팔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는 것에 기인한다. 자신의 부하에게 심상치 않은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갱단의 보스는,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팔이 보관되어 있는 곳을 추적하게 되고, 현재 밥에 의해 수사 검식반으로 이동되고 있다는 정보를 얻은 후에, 즉시 행동에 나서 밥을 납치하고 팔을 되찾아 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어떤 방법으로 범죄의 사실을 은폐할 것인가이다. 결국 이들이 고민한 끝에 생각해낸 것은, 신체가 비슷한 또 다른 누군가를 납치하여 팔을 제거하고, 밥을 이용해 다른 팔로 이를 대체하여 경찰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다. 밥은 뒤늦게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의 전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갱단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범죄에 가담할 것을 약속하는 대신에, 팔에 새겨진 문신 속 여인을 만나게 해준다는 확약을 받는다. 한편 오래전부터 조직의 보스를 검거하기 위해 증거를 모아오던 경찰청 소속의 형사로 있는 돈은, 이번 사건의 배후세력을 찾는데 골몰한다. 이후 작품 속 이야기는 이들의 바라는 방향대로 결코 순탄하게 흐르지만은 않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뜻하지 않은 우연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겹치면서 운명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독자들이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촉발하며 생동감 있게 진행된다.


이 소설은 엄밀하게 말하면 느와르풍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줄거리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그러한 느낌보다는 가벼운 한 편의 코믹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입체적이고 다양한 감상의 포인트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일단 겉으로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문체에 평범해 보이지 않는 이채롭게 보이는 독특한 설정자체가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온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간혹 폭소를 터트리게 되는 블랙코미디의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다가,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에 복잡하게 얽히면서 펼쳐가는 다사다난한 인생의 행로가 속도감 있게 드러나고 있어서 그 재미를 더한다. 특히 작품 속 주인공으로 나오는 밥의 경우, 문신 속의 한 여인의 모습에 한눈에 반하게 되면서 상상 속으로만 생각하던 일이 현실로 이어지는 극적인 삶을 맞게 되는데, 조금은 괴리감이 들기는 해도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물론 발단의 과정에 비해 결말부분이 너무 단조롭게 끝나버려 옥에 티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사실 이러한 소설의 줄거리는 대개 자칫 유치하다는 평을 받을 수 있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러한 선입견적인 느낌을 허용하지 않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역동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그래서 그럴까 몰라도 작품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보니 할리우드의 영화사로부터 판권이 넘겨진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이 작품을 토대로 영화로 만들어지게 될 것 같아 보이는데, 영화 속에서는 과연 어떻게 그려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소설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흥미의 요소가 작품 전반에 걸쳐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언론과 문단에서 극찬을 받은 이 작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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