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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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편협적인 생각과 인식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어쩌면 우리 주위에서 심심찮게 행해지는 여러 일들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 볼 것은 이것이 단순한 무지에 의해 금방 깨달아 질 것이라면 모르지만 아예 자기주장과 곁들여져 고착 된 것이라면 그리하여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이곳저곳을 넘나들어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그리 간단하게 치부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편견을 좀 넓게 확대해보면 우리의 생활 주변은 물론이고 정치 사회적으로도 넓게 퍼져 있는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최고선이며 이외의 종교는 모두 악이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것이라든지, 가난한 사람은 무조건 게으를 것이라는 혹은 선거 때 자주 등장 되는 지역감정과 같은 편견의 예를 들지 않아도 수없이도 많이 발견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소한 편견들이 모여 하나의 집중적인 힘으로 과시 되거나 표출될 때 은연 중 생겨나는 사회적 병폐의 고질적 문제가 됨에도 우리가 그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다는데 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사회 정의는 어디에서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든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도덕과 개인의 양심에 기초한 진정한 행동의 가치가 제 역할을 다하기 바라지만 이미 팽배해질 때로 팽배해진 극도의 개인주의나 이기주의에 묻혀 이것 역시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편견의 완전한 극복은 힘들다 하더라도 이성에 기초한 우리들의 기본적 양심과 사회정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재고하게 해주며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주는 매우 유익한 작품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9살 소녀의 시선에서 자신이 자라온 미국 남부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해 무고한 사람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인종 차별에 대한 불의와, 그 당시 경제 공황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맞물린 계층 간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 고발적인 내용을 담은 성장 소설이자 비판적 사회소설로 여겨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그 사회적 배경을 먼저 우리는 살펴 볼 필요가 있는데, 책에서 표현 되는 우울한 마을 분위기에서 느껴지듯이 그 당시는 미국 전체가 이미 경제 대공황이 한창 진행 중인 상태였고, 더구나 보수적 성향이 강했으며 인종과 계층 간의 차별이 특히 심했던 미국 남부의 메이콤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이글의 나를 지칭하는 9살 꼬마 스카웃을 중심으로 4살 위 그녀의 오빠인 젬과 그리고 여름방학 때마다 메이콤을 방문 하는 그들의 친구 딜을 포함해 호기심 많은 어린 시절의 소소한 일상생활과 아이의 시각에서 그려진 마을의 일반적 풍경 그리고 그곳 주민들의 각기 다른 성향들이 그려져 있으며, 이 책의 중심적인 부분을 다루는 후반부에는 스카웃의 아버지인 변호사 애티커스가 젊은 백인 여자인 메이옐라 어웰을 강간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을 옹호하는 국선 변호인이 되면서, 흑인을 혐오하는 마을 주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성에 따른 양심과 사회 정의를 위해 소신껏 흑인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과의 갈등이 섬세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작가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우리에게 인종 차별에 관한 일방적이고도 편협한 생각이 사회 정의는 물론 도덕적 양심에도 우선하는 그 당시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어른들의 그릇된 편견을 비판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려고 하는 세심한 배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속에 있는 내용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은 많아 보인다. 인종 차별에 관한 잘못된 마을 주민들의 의식의 부재 이외에 엄마 없이 홀로 자녀를 키우는 주인공 스카웃의 아버지인 애티커스의 자녀에 대한 교육관이라든지 폐쇄적이고 보수적 시각에서 생기는 성차별의 문제 그리고 군중 심리에 묻혀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과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접어버리는 인간의 비굴하고도 나약한 의지 등 많은 것들이 이 한권의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이 책이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가끔 인간의 존재에 대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아갈까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물론 사람들 저마다의 의견은 각자 다르겠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도 인간다움을 잃어버리지 않고 순수한 이성적 존재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의 연속이 바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은 아니겠나 싶다. 이 글의 중반에 나오는 앵무새는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고 우리들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 인간에게 다른 피해를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모디 아줌마의 말에 순수한 한 흑인의 결백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 어떤 확실한 증거도 없이 결국 유죄의 선고를 내리는 마는 배심원들의 일방적인 행위가 곧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그것과 같은 모습은 아닐지 이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도 오랜 여운으로 남아 계속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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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꿀꺽 삼킨 사회 교과서 : 역사편 질문을 꿀꺽 삼킨 사회 교과서 1
김동찬.최윤선 지음, 장정오 그림 / 주니어중앙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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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제 이전에 배웠던 사회의 분야가 좀 더 확대 되어져 역사나 경제 그리고 지리와 같은 다양한 내용을 폭넓게 접하게 된다. 그러나 자녀를 둔 일부 부모의 경우 암기과목이려니 학교 교육만 가지고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하고 이를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쉽게 넘어 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그리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의 교과서를 살펴보면 역사의 내용에 대해 대략적인 부분만 설명 되어 있고 구체적인 부분들은 아이들 스스로 학습하도록 맞추어져 있어 어려운 용어나 역사 사실에 대한 시대적 상관관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익히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하겠다. 게다가 역사의 내용이 때로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건조하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 역사 교육에 관한 학습 방향에 대하여 한번쯤은 제대로 기초에 대한 틀을 바로 잡아줄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 과목에 과한 아이들의 질문을 가끔 들어 보면 많은 것 중 하나가 용어에 관한 것이고 그 다음 역사 사실에 대하여 왜 그렇게 됐나요, 혹은 왜 그럴까요, 같은 다소 구체적인 의문을 물어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설명을 해주기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어서 아이에게 적합하고 참고할 만한 좋은 책이 없을까 하는 생각의 경험들이 보통 있었으리라 본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책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책 속에는 아이들이 한번쯤 의문을 품고 질문할 만한 선사시대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사 사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으며 이에 대한 상세하고도 재미있는 설명 되어 있어 아이들이 쉽게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는 좋은 참고 서적인 것 같아 참고도서에 관한 고민을 하는 부모가 있다면 이 책을 한번 두루 살펴보면 어떨까 싶다.

역사에 대한 학습 부분은 역사 사실에 대한 그 시대적 상황 그리고 전후관계가 충분히 이해되지 않고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단순하게 암기만으로 이를 해결 하려고 한다면 나중에 상급학년으로 올라갔을 때 여러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음을 미리 염두 해두고 애초 처음부터 기초를 튼튼히 해둘 필요가 있다. 더구나 역사 과목은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한다고 해도 계속해서 같은 내용이 반복 되어져 나오므로 이 책에 나오는 핵심 키워드 부분을 질 짚어 간다면 그때 가서도 큰 어려움 없이 쉽게 적응 할 것으로 생각한다. 묻고 답하기 형태로 구성 되어 있는 이 책은 아이들이 역사의 내용을 일일이 외우거나 기억하는 학습 형태를 벗어나 학교 교과서 내용을 알기 쉽게 아이들이 이해하고 누구의 도움 없이도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율적인 책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의외로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가 사회 과목인데 이는 새로운 용어나 학습 내용에 관한 충분한 개념 숙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단순 암기식으로 해왔던 잘못된 학습방법에 기인한다 하겠다. 따라서 사회 학습에 힘들어 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러한 책을 참고삼아 학교 교과서의 흐름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발맞추어 간다면 분명 좋은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사회 학습에 한층 흥미와 관심을 일으키게 해줄 이 책에서 많은 우리의 어린이들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길 바라며 그 동안 사회 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이제는 벗어버리고 앞으로 재미있고 즐거운 공부 시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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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역사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영화는 역사다 - 한국 영화로 탐험하는 근현대사
강성률 지음 / 살림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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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보면 그 동안 오랜 시간을 통해 많은 영화들을 보아 오면서 사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솔직히 깊이 생각해 본적은 별로 없는 듯하다. 단지 내게 있어서 영화란 그나마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에 따분함과 같은 건조한 시간을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혹은 쌓였던 스트레스 해소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편 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영화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반영하는 시대적 산물이며 대중과 함께 호흡을 같이 해오며 그 맥을 함께한 실용적 도구는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는 때로 우리가 느끼는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의 배설구가 되기도 했으며, 질곡 된 우리의 역사적 사실에 관하여 이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 하여 지난 과거의 사실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여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져주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단순이 오락적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다소 안일한 자세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좀 더 영화 속으로 깊이 들어가 한 번 쯤은 자신을 작품 속에 녹아내어 그 진면목을 들여다보고 작품의 세계와 한번 소통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영화 속에 표현된 지나온 우리의 역사적 사실에 관하여 그 당시 영화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았고 어떻게 해석 했는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상세하고도 집중적인 분석을 통해 독자의 충분한 이해를 돕고자 했으며, 또한 굴곡이 많았던 우리의 현대사에 비추어 이와 관련한 영화사의 문제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살펴보면서 영화가 정치적인 행보에 따라 어떤 형태로 이용되고 혹은 어떻게 통제 되었는지를 또한 영화관계자들은 영화 속 내용을 통해 대중에게 무엇을 어필하고 함께 대화 해보고자 했는지를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가급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 되어 있는 심층적이고도 깊이 있는 글이 담겨 있는 책이라 하겠다. 사실 그 동안 많은 영화들이 발표 되었지만 역사의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룬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 된다. 물론 지난 시절 한때 이념의 대립과 갈등이 심각했고, 또한 군부 독재 시절 권력자들의 정권유지 차원에서 상당한 압력에 눌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감안 하더라도, 대중적 요구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 필요성을 우리가 못 느꼈던 것인지는 몰라도 분명 적었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처럼 보인다. 더구나 이러한 것이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생각해봐도 몇 개의 작품을 빼고 나면 실제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손에 꼽는다. 다만 다행스럽다고나 해야 할까 그나마 시사성 있고 현실적인 문제를 최대한 왜곡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루려 했던 작품이 있기는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의 위안을 삼을 수는 있기도 하지만 이점에 대해 분명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내용에는 일제 강점기 우리의 영화가 시작 된 부분에서 시작하여 해방을 거쳐 정치적 혼란과 한국전쟁을 전후시대를 그리고 서슬 퍼런 군부독재를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여러 영화의 상세한 내용과 분석이 실려 있으며 끝으로 국내 영화감독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 대한 저자의 섬세한 평론까지를 담아 우리의 지나온 역사 영화를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두루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우리에게는 매우 유용한 책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방송이나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가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기에 사실 엄밀히 따지면 방송이나 영화를 직접 다루는 그 당사자는 프로그램이나 작품에 대한 준비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도 다각적인 노력들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과, 이와 함께 대중들도 단순히 영화를 오락적인 측면에서만 즐기거나 수동적인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때로는 적극적으로 다가가 앞으로 우리의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영화 분야가 암흑의 시기에 한때 그 본질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길을 걸어오긴 했어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작품들이 요즘 들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예전에 비해 일취월장 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해 볼 것은 영화를 대하는 대중들이 언제나 그렇게 매사 호락호락 하거나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중들의 눈높이는 예전과 달리 상당히 높아졌고 예리해 졌으며 어리석지도 않다. 우리의 영화가 그 동안 파란 만장한 고통의 세월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여러 부분에서 갈고 닦아야 할 부분은 많다. 따라서 대중들의 인식이 높아진 만큼 우리의 영화도 이제는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계인들에게 각광받는 영화들이 앞으로 많이 창작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간소한 희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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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 - 부모와 아이의 인연을 60억 분의 1의 기적
아오키 가즈오.요시토미 다미 지음, 오유리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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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들어 소아들의 정신적 질병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자주 들리고 있다. 예전과 달리 오늘날 우리의 삶을 보노라면 생활의 편리함은 물론 물질적 풍요로움이 차고 넘치는데, 왜 이러한 질병들이 우리의 사회에서 점점 일반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는지에, 이 책은 아마도 그 의문에 대한 간접적인 해답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책의 첫 장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장을 덮기까지 매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왠지 모를 긴 한숨이 중간 중간 나도 모르게 새어나와 예전에 없던 긴장감을 줄기차게 던져주었던 이 책은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라도 꼭 한번쯤은 읽어 보아야 할 책인 것 같아 사실 적극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 불과 몇 달 전에 읽었던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던 침묵의 무게라는 책을 통해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에 관해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어서, 그 여파를 채 정리하기도 전에 새롭게 다가 온 이 책의 내용을 보고 지금까지 평상시 일상생활에서 아이의 교육문제나 정서 함양에 있어 가급적 아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마주보고 대화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것에 대해서 혹시나 조금은 느슨해진 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이 나를 호되게 다시 채찍질하는 것 같아 한편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과연 그 동안 아이에게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했었나 하는 일종의 자책감 같은 것이 들기도 해서 솔직히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최근 언론보도 자료에서 본 아동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자녀를 둔 30-40대의 부모들 중에는 일부 그들 스스로도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부모로부터 행해지는 자녀들과의 잘못된 대화법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지지 않는 감정 교류의 부조화는 자칫 아이들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고 충고 하고 있어 무엇보다 자녀를 둔 부모가 먼저 정신적으로 제대로 서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을 가져본다.  

가정교육은 엄마의 의무이며 책임이라는 생각을 가진 다소 가부장적인 아빠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며 언제나 가슴속에 응어리진 회한의 기억을 가진 엄마 사이에 11살의 소녀 아스카는 언제나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생일날 “넌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 라는 엄마의 충격적인 말을 듣고 더 이상 입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평소와는 다른 아스카의 상태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학교 양호선생님과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오빠 나오토는 결국 어린 아스카를 위해 엄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있는 조그만 시골로 그녀를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조부모는 아스카에게 있었던 그간의 여러 상황을 오빠 나오토에게 전해 듣고서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아스카의 목소리를 되찾아 주게 되고, 아스카는 조부모로부터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야 할 새로운 희망의 꿈을 잉태함은 물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를 갖는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아스카는 자신에 대한 엄마의 무관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학교에서의 왕따를 당하는 급우를 도와주고 중증장애인과 두터운 우정을 쌓으며 그 동안 자신을 두텁게 둘러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어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은혜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성숙한 소녀로 성장 하게 된다. 아마도 작가가 이 책의 내용에서 다루고자 했던 건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이 충분히 전제되지 않는다면, 결국 아이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함께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남게 되어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성장 할 수 없는 불행한 일을 초래 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에 알려주려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를 살펴보면 획일적이고도 틀에 박힌 주입식 학교 교육과 일등만을 강조하며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력 속으로 아이들은 내몰려지고 있고, 또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도 금전만능에 의한 극도의 이기주의와 무분별한 향락주의가 판을 치고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안정적인 가정의 구조가 해체되면서 빠른 산업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자신의 가치관의 확립은 물론 사회적 연대감마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점점 병들어져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마당에 아이들을 책임감 있게 포용해야 할 가정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 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의 아이들은 심각한 정신적 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마침내는 사회규범으로부터의 일탈적 행위에 자연스럽게 내몰릴 수밖에 없음을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한번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와 아이와의 인연의 확률은 60억분의 1 이라고 한다. 그만큼 부모와 자녀의 만남은 기적 중에 기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로 그 만남의 소중한 가치에 대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오늘을 사는 것은 아닌지 부모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자녀들은 당신의 사랑에 갈증을 느끼며 자신을 한번 돌아봐 달라고 애타게 속으로 울부짖는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제라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자아의식이 제대로 설 때까지만 이라도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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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은 밀항중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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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와카타케 나나미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 비해 그다지 많이 접하지는 안았기에 작가의 미스터리적 추리물 작품에 대한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랄까 하는 것에 딱히 구체적으로 점찍어 무엇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품의 책을 읽다보면 도중 어느새 내 자신도 모르게 책의 이야기 속에 폭 빠져 있다는 나를 발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 이야기들을 그녀의 풍부한 상상력과 시각을 통해 다양하고도 신선한 형태로 보다 새롭게 각색하어 매우 재미있는 독서의 시간을 독자들에 선사한다는데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이전에 내가 읽어 왔던 나나미 작가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책이다. 먼저 제목에서만 얼핏 생각하면 어떤 우연한 사건에 관하여 명석하고 유능한 명탐정이 등장하여 명쾌하고도 논리적인 추리력을 바탕으로 한 대단한 활약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것과는 별개로 내용이 흐른다는 것과 하나의 어떤 사건을 두고 이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숨겨져 있던 다양한 사건의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 새롭게 등장하면서 독자의 호기심을 한곳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 이곳에서 저곳으로 계속 유발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녀 특유의 재치 있는 유머와 맛깔스러운 문장을 통해서 말이다.

이 책은 1930년대 일본 요코하마 항에서 런던으로 출항하는 호화 여객선상에서의 배경을 토대로 배 안에서 벌어지는 승객들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면서 독자들이 편하고 즐겁게 음미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켜 더불어 한편의 멋진 여행기를 감상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 이야기의 도입부를 보면 주인공처럼 보이는 인물 스즈키 류자부로 형제가 등장 하지만 실제 진행 되는 내용은 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전개의 구성상 필요에 의한 부분적인 것이고, 책을 읽어가다 보면 어떤 특정인이 주연이 되기보다는 배 안의 승객 하나하나 모두가 주인공이 되었다가 조연이 되었다가 하면서, 그 안에서 생기는 살인 사건에서부터 기묘한 유령의 이야기, 배안에서의 탈출 소동과 같은 여러 가지 웃지 못 할 다양한 해프닝들이 연속적으로 전개 되어 있어서 독자에게 재미를 한층 더해줌과 동시에 이야기의 흐름이 앞으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궁금증을 자아내어 그 관심의 폭이 줄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겠다. 또한 이야기의 전개 장소가 호화 여객선 이다보니 의외로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이들의 캐릭터들이 대체적으로 모두 독특하다는 것이다. 성격들은 물론 저마다 취향들이 특이하다보니 이들이 좌충우돌 하면서 겪는 서로간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오해와 의혹적인 행동들이 많은 다툼과 갈등을 야기 시키기도 하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따스함과 배려 같은 것도 함께 섞여 있어서 이러한 점은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다만 이러한 작가의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 중에는 간혹 이해하기 힘든 다소 억지스러운 내용이나, 하나의 사건이 연속적으로 흐르고 있지 않다보니 이야기 흐름의 맥이 분산되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달리 독자에 따라서는 새롭게 등장하는 이야기에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스터리 추리물 치고는 그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카타케 나나미 작가의 상상력에 의거한 경쾌하고 발랄해 보이는 이 책 한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전혀 시들지 않는 흥미와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호화스러운 51일간의 크루즈 여행 속에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갖가지 소동과 의문의 사건들을 다룬 와카타케 나나미의 새로운 신간을 접하면서 역시 그녀는 명성에 걸 맞는 재미난 이야기꾼 이라는 걸 새삼 다시 느낀다. 여객선 이라는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도 무한히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심리적 묘사 그리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일상의 행위에 대한 유쾌하고도 사실적인 표현들을 보면, 끔찍한 살인이 저질러지고 보이지 않는 음모가 곳곳에 이 책속에 도사리고 있음에도 독자가 그러한 것을 전혀 의식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녀 특유의 치밀한 이야기 전개 구성이 잘 나타난 이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분명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 주리라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미처 생각지 못하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의 내용도 물론 포함해서 말이다. 따라서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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