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은 밀항중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와카타케 나나미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 비해 그다지 많이 접하지는 안았기에 작가의 미스터리적 추리물 작품에 대한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랄까 하는 것에 딱히 구체적으로 점찍어 무엇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품의 책을 읽다보면 도중 어느새 내 자신도 모르게 책의 이야기 속에 폭 빠져 있다는 나를 발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 이야기들을 그녀의 풍부한 상상력과 시각을 통해 다양하고도 신선한 형태로 보다 새롭게 각색하어 매우 재미있는 독서의 시간을 독자들에 선사한다는데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이전에 내가 읽어 왔던 나나미 작가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책이다. 먼저 제목에서만 얼핏 생각하면 어떤 우연한 사건에 관하여 명석하고 유능한 명탐정이 등장하여 명쾌하고도 논리적인 추리력을 바탕으로 한 대단한 활약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것과는 별개로 내용이 흐른다는 것과 하나의 어떤 사건을 두고 이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숨겨져 있던 다양한 사건의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 새롭게 등장하면서 독자의 호기심을 한곳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 이곳에서 저곳으로 계속 유발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녀 특유의 재치 있는 유머와 맛깔스러운 문장을 통해서 말이다.

이 책은 1930년대 일본 요코하마 항에서 런던으로 출항하는 호화 여객선상에서의 배경을 토대로 배 안에서 벌어지는 승객들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면서 독자들이 편하고 즐겁게 음미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켜 더불어 한편의 멋진 여행기를 감상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 이야기의 도입부를 보면 주인공처럼 보이는 인물 스즈키 류자부로 형제가 등장 하지만 실제 진행 되는 내용은 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단지 전개의 구성상 필요에 의한 부분적인 것이고, 책을 읽어가다 보면 어떤 특정인이 주연이 되기보다는 배 안의 승객 하나하나 모두가 주인공이 되었다가 조연이 되었다가 하면서, 그 안에서 생기는 살인 사건에서부터 기묘한 유령의 이야기, 배안에서의 탈출 소동과 같은 여러 가지 웃지 못 할 다양한 해프닝들이 연속적으로 전개 되어 있어서 독자에게 재미를 한층 더해줌과 동시에 이야기의 흐름이 앞으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궁금증을 자아내어 그 관심의 폭이 줄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겠다. 또한 이야기의 전개 장소가 호화 여객선 이다보니 의외로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이들의 캐릭터들이 대체적으로 모두 독특하다는 것이다. 성격들은 물론 저마다 취향들이 특이하다보니 이들이 좌충우돌 하면서 겪는 서로간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오해와 의혹적인 행동들이 많은 다툼과 갈등을 야기 시키기도 하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따스함과 배려 같은 것도 함께 섞여 있어서 이러한 점은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다만 이러한 작가의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 중에는 간혹 이해하기 힘든 다소 억지스러운 내용이나, 하나의 사건이 연속적으로 흐르고 있지 않다보니 이야기 흐름의 맥이 분산되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달리 독자에 따라서는 새롭게 등장하는 이야기에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스터리 추리물 치고는 그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카타케 나나미 작가의 상상력에 의거한 경쾌하고 발랄해 보이는 이 책 한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전혀 시들지 않는 흥미와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호화스러운 51일간의 크루즈 여행 속에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갖가지 소동과 의문의 사건들을 다룬 와카타케 나나미의 새로운 신간을 접하면서 역시 그녀는 명성에 걸 맞는 재미난 이야기꾼 이라는 걸 새삼 다시 느낀다. 여객선 이라는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도 무한히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심리적 묘사 그리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일상의 행위에 대한 유쾌하고도 사실적인 표현들을 보면, 끔찍한 살인이 저질러지고 보이지 않는 음모가 곳곳에 이 책속에 도사리고 있음에도 독자가 그러한 것을 전혀 의식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녀 특유의 치밀한 이야기 전개 구성이 잘 나타난 이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분명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 주리라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미처 생각지 못하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의 내용도 물론 포함해서 말이다. 따라서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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