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편협적인 생각과 인식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어쩌면 우리 주위에서 심심찮게 행해지는 여러 일들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 볼 것은 이것이 단순한 무지에 의해 금방 깨달아 질 것이라면 모르지만 아예 자기주장과 곁들여져 고착 된 것이라면 그리하여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이곳저곳을 넘나들어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그리 간단하게 치부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편견을 좀 넓게 확대해보면 우리의 생활 주변은 물론이고 정치 사회적으로도 넓게 퍼져 있는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최고선이며 이외의 종교는 모두 악이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것이라든지, 가난한 사람은 무조건 게으를 것이라는 혹은 선거 때 자주 등장 되는 지역감정과 같은 편견의 예를 들지 않아도 수없이도 많이 발견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소한 편견들이 모여 하나의 집중적인 힘으로 과시 되거나 표출될 때 은연 중 생겨나는 사회적 병폐의 고질적 문제가 됨에도 우리가 그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다는데 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사회 정의는 어디에서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든 상황인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도덕과 개인의 양심에 기초한 진정한 행동의 가치가 제 역할을 다하기 바라지만 이미 팽배해질 때로 팽배해진 극도의 개인주의나 이기주의에 묻혀 이것 역시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편견의 완전한 극복은 힘들다 하더라도 이성에 기초한 우리들의 기본적 양심과 사회정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재고하게 해주며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주는 매우 유익한 작품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9살 소녀의 시선에서 자신이 자라온 미국 남부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해 무고한 사람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인종 차별에 대한 불의와, 그 당시 경제 공황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맞물린 계층 간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 고발적인 내용을 담은 성장 소설이자 비판적 사회소설로 여겨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그 사회적 배경을 먼저 우리는 살펴 볼 필요가 있는데, 책에서 표현 되는 우울한 마을 분위기에서 느껴지듯이 그 당시는 미국 전체가 이미 경제 대공황이 한창 진행 중인 상태였고, 더구나 보수적 성향이 강했으며 인종과 계층 간의 차별이 특히 심했던 미국 남부의 메이콤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이글의 나를 지칭하는 9살 꼬마 스카웃을 중심으로 4살 위 그녀의 오빠인 젬과 그리고 여름방학 때마다 메이콤을 방문 하는 그들의 친구 딜을 포함해 호기심 많은 어린 시절의 소소한 일상생활과 아이의 시각에서 그려진 마을의 일반적 풍경 그리고 그곳 주민들의 각기 다른 성향들이 그려져 있으며, 이 책의 중심적인 부분을 다루는 후반부에는 스카웃의 아버지인 변호사 애티커스가 젊은 백인 여자인 메이옐라 어웰을 강간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을 옹호하는 국선 변호인이 되면서, 흑인을 혐오하는 마을 주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성에 따른 양심과 사회 정의를 위해 소신껏 흑인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과의 갈등이 섬세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작가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우리에게 인종 차별에 관한 일방적이고도 편협한 생각이 사회 정의는 물론 도덕적 양심에도 우선하는 그 당시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어른들의 그릇된 편견을 비판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려고 하는 세심한 배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속에 있는 내용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은 많아 보인다. 인종 차별에 관한 잘못된 마을 주민들의 의식의 부재 이외에 엄마 없이 홀로 자녀를 키우는 주인공 스카웃의 아버지인 애티커스의 자녀에 대한 교육관이라든지 폐쇄적이고 보수적 시각에서 생기는 성차별의 문제 그리고 군중 심리에 묻혀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과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접어버리는 인간의 비굴하고도 나약한 의지 등 많은 것들이 이 한권의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이 책이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가끔 인간의 존재에 대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아갈까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물론 사람들 저마다의 의견은 각자 다르겠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도 인간다움을 잃어버리지 않고 순수한 이성적 존재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의 연속이 바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은 아니겠나 싶다. 이 글의 중반에 나오는 앵무새는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고 우리들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 인간에게 다른 피해를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모디 아줌마의 말에 순수한 한 흑인의 결백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 어떤 확실한 증거도 없이 결국 유죄의 선고를 내리는 마는 배심원들의 일방적인 행위가 곧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그것과 같은 모습은 아닐지 이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도 오랜 여운으로 남아 계속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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