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버스데이 - 부모와 아이의 인연을 60억 분의 1의 기적
아오키 가즈오.요시토미 다미 지음, 오유리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들어 소아들의 정신적 질병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자주 들리고 있다. 예전과 달리 오늘날 우리의 삶을 보노라면 생활의 편리함은 물론 물질적 풍요로움이 차고 넘치는데, 왜 이러한 질병들이 우리의 사회에서 점점 일반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는지에, 이 책은 아마도 그 의문에 대한 간접적인 해답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책의 첫 장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장을 덮기까지 매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왠지 모를 긴 한숨이 중간 중간 나도 모르게 새어나와 예전에 없던 긴장감을 줄기차게 던져주었던 이 책은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라도 꼭 한번쯤은 읽어 보아야 할 책인 것 같아 사실 적극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 불과 몇 달 전에 읽었던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던 침묵의 무게라는 책을 통해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에 관해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어서, 그 여파를 채 정리하기도 전에 새롭게 다가 온 이 책의 내용을 보고 지금까지 평상시 일상생활에서 아이의 교육문제나 정서 함양에 있어 가급적 아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마주보고 대화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것에 대해서 혹시나 조금은 느슨해진 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이 나를 호되게 다시 채찍질하는 것 같아 한편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과연 그 동안 아이에게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했었나 하는 일종의 자책감 같은 것이 들기도 해서 솔직히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최근 언론보도 자료에서 본 아동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자녀를 둔 30-40대의 부모들 중에는 일부 그들 스스로도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부모로부터 행해지는 자녀들과의 잘못된 대화법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지지 않는 감정 교류의 부조화는 자칫 아이들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고 충고 하고 있어 무엇보다 자녀를 둔 부모가 먼저 정신적으로 제대로 서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을 가져본다.  

가정교육은 엄마의 의무이며 책임이라는 생각을 가진 다소 가부장적인 아빠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며 언제나 가슴속에 응어리진 회한의 기억을 가진 엄마 사이에 11살의 소녀 아스카는 언제나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생일날 “넌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 라는 엄마의 충격적인 말을 듣고 더 이상 입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평소와는 다른 아스카의 상태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학교 양호선생님과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오빠 나오토는 결국 어린 아스카를 위해 엄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있는 조그만 시골로 그녀를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조부모는 아스카에게 있었던 그간의 여러 상황을 오빠 나오토에게 전해 듣고서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아스카의 목소리를 되찾아 주게 되고, 아스카는 조부모로부터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야 할 새로운 희망의 꿈을 잉태함은 물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를 갖는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아스카는 자신에 대한 엄마의 무관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학교에서의 왕따를 당하는 급우를 도와주고 중증장애인과 두터운 우정을 쌓으며 그 동안 자신을 두텁게 둘러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어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은혜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성숙한 소녀로 성장 하게 된다. 아마도 작가가 이 책의 내용에서 다루고자 했던 건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이 충분히 전제되지 않는다면, 결국 아이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함께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남게 되어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성장 할 수 없는 불행한 일을 초래 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에 알려주려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를 살펴보면 획일적이고도 틀에 박힌 주입식 학교 교육과 일등만을 강조하며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력 속으로 아이들은 내몰려지고 있고, 또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도 금전만능에 의한 극도의 이기주의와 무분별한 향락주의가 판을 치고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안정적인 가정의 구조가 해체되면서 빠른 산업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자신의 가치관의 확립은 물론 사회적 연대감마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점점 병들어져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마당에 아이들을 책임감 있게 포용해야 할 가정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 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의 아이들은 심각한 정신적 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마침내는 사회규범으로부터의 일탈적 행위에 자연스럽게 내몰릴 수밖에 없음을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한번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와 아이와의 인연의 확률은 60억분의 1 이라고 한다. 그만큼 부모와 자녀의 만남은 기적 중에 기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로 그 만남의 소중한 가치에 대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오늘을 사는 것은 아닌지 부모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자녀들은 당신의 사랑에 갈증을 느끼며 자신을 한번 돌아봐 달라고 애타게 속으로 울부짖는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제라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자아의식이 제대로 설 때까지만 이라도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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