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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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죽이는 건 워낙 간단해서 나 같은 사람은 자동차와 몇초의 시간만 있으면 된다. 왜냐하면 너 같은 사람들은 나를 믿기 때문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잠든 채로 뒷자리에 태우고 어둠을 뚫고 시속 백 몇십 킬로미터로 쇳덩어리를 몰 때 나 같은 사람이 맞은편에서 차를 몰고 오더라도 브레이크가 고장 났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좌석 사이로 떨어진 휴대전화를 찾거나 과속을 하거나 눈물이 고인 눈을 깜빡이느라 차선을 넘나들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전조등을 꺼놓고 111번 고속도로 진입로에 앉아서 대형 트럭을 기다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너는 나를 믿는다. 내가 술에 취하지 않았을 거라고. - P30

마음을 얻고 싶은 여자아이에게 주려고 귀걸이를 산 게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네 엄마에게 주려고 산 거였지.
너는 두 번 다시 포커를 치지 않았다.
나는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너는 다정한 아이로 자랐으니.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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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할머니 - 그래, 사는 게 지겨워질 리가 없어 아무튼 시리즈 50
신승은 지음 / 제철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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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젊어서부터 관리를 잘해야 한다. 관리가 별게 아니다. 여자는 이기적으로 살아야 해.
누군가가 했던 말이 스친다. 사는 게 재밌는, 삶이지겹지 않은 할머니가 되려면 이기적인 아가씨가되어야 한다. 사실 이기적인 것도 아니지. 헌신적이지 않을 뿐. 사실 아가씨도 아니지. 나는 서른두 살이니 아줌마인가.

아무튼, 할머니라고 해서 새로운 것이 싫고 귀찮을 리 있다. 남편 밥, 아들 밥, 가족 밥을 차리는인생이 지겹고 싫을 수는 있어도 삶 자체가 지겹지는 않을 것이다. 살 만큼 살았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 배 터지게 밥을 먹어도 몇 시간 지나면 꼬르륵대는 뱃가죽처럼, 삶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을 것이다. 나는 재밌게 살고 싶다.  - P120

"내가 젊었을 때는 ‘이거 한번 해볼까?‘ 그러면 남들이 그걸 못 하게 하는 거야. ‘너는 하면 안돼. 그러는 수가 있어. 그러는데... 그 박자에 맞추지 말어.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해. 내 인생 철학은요.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예요. 남의박자는 좆같은 박자다, 내 박자가 맞는 박자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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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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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캔디드라는 남자인데 완전 웃겨요. 뭘 모르는 사람이라 인생이 거지처럼 꼬이죠. 어딜 가서 무얼 하든 죄다 실패하지만황당할 정도로 낙천적이라 계속 그렇게 살아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믿으면서요. 사실은 그 사람 인생이거지 같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데도 너무 바보 같아서 좋아하게 되었어요.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서."
매티가 카트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그레이스는 재미로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읽어 봐야겠다는생각이 들었다.
- P221

그레이스의 할머니는 말했다.
한 발짝씩 꾸준히 앞으로 내딛는 거야. 그렇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거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지에 도착해 있지.
이론적으로는 옳은 말이었지만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한발짝씩 내딛다가 빠져나오기 힘든 곤경에 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P337

어떤 고통은 사람을 영원히 바꾸고, 영혼에 문신을 새긴다. 할머나는 그런 경우를 ‘영원한 고통‘이라고 불렀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그런 고통을 이겨내며 삶을 이어간다. 영원한 고통도 결국 희미해지고 무뎌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면 더는 그 고통이 마음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여전히 고통은 존재하고, 저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예전처럼 선명하게나 두드러지지 않고, 주의를 집중해야만 느껴진다.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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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말들 - 일상이 즐거워지는 마법의 주문 문장 시리즈
마녀체력(이영미) 지음 / 유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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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시작해 보라고 권할 수 있는 운동은 ‘걷기‘다. 왜?
첫째,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맘만 먹으면 지금부터 운동화 신고 나가서 당장. 둘째,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아파트 단지 안이든 논두렁이든. 셋째, 별 가윗돈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차비를 절약할 수 있다. 넷째, 운동 신경이나 민첩성, 순발력이 필요치 않다. 장삼이사, 남녀노소 누구나가능하다. 다섯째, 매일 걸어도 질리지 않는다. 평생 동안 지속할수 있다. 여섯째, 뭣보다 걷기조차 시작하기 어렵다면, 대체 무슨운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 P19

아들한테 문제가 생겼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들 곁에 가 있지도 못했다. 마침 시아버지 사십구재 기간이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절에 가야 했다. 평소에는 남들 따라 몇 번절이나 하고 불경도 대충 읽었다. 그런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무릎이 닳도록 절을 하면서, 한없이 부처님을 찾았다. 목이 메고 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그토록 간절히 빌어 본 적이 있던가. 종교가 없는 사람은, 어쩌면 신을 찾을만큼 절박한 상황에 빠져 보지 않은 게 아닐까.
그때 이후로, 산책을 할 때면 종종 기도를 한다. 내 한 몸 잘살게 해 달라고 빌어 본 적은 없다. 남편과 아들이 많이 웃고 살기를, 두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하시길 기도한다. 외국에 이민 가서 외롭게 사는 동생네 부부 생각을 한다. 시동생네 말성쟁이 큰조카 녀석을 떠올리기도 한다.  - P27

내게도 철인3종은 거창하고 도저히 도달하지 못할 종착지였다. 처음부터 그걸 염두에 두고 훈련했더라면 보나마나 일찌감치나자빠졌을 거다. 그저 출근하기 전에 ‘운동 삼아 수영을 한 시간씩 했다. 일주일에 두 번, 동호회 사람들과 만나 ‘즐겁게 달리는연습을 했다. 주말에는 제법 멀리까지 사이클을 타고 ‘놀러‘ 나갔다. 몇 년 동안 그런 시간과 경험이 계속해서 쌓였다. 그러다 보니 순리대로 어느 날 선수가 되고 만 거다.
하나하나 점이 모여 선이 되는 법이다. 그러니 허투루 점을찍으면 되겠는가. 한 걸음씩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제고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것이다. 가는 길이 맞는지, 가끔 고개 들어 표지판을 살피면 된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멀리 있는 미래를 막연히 쫓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게 우선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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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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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적도 없고 누가 봐도 분명한 슬픔에 짓눌리지도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슬플 따름이다. 엑스레이를 찍어도 보이지 않는 조그만 악마가 가슴속에 기생하면서혈관을 타고 동에번쩍서에번쩍 하며, 머릿속이 가득 차도록그녀는 부족하고 나약하고 못생겼으며 망가진 인생 말고는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거라고 속삭여댔다. 다른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그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하면, 자신이 정상처럼 느껴지는 공간에 있지 못하면, 눈물이 말랐을 때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꽂혀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수도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정체를 들키면 안 되는데 들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평생 가슴을 펴고 어깨를 꼿꼿하게 들고 주먹을 으스러져라 쥐고 벽을 따라 피해다니다 결국에는 지쳐버린다. - P152

안나레나와 로게르는 전국의 모든 이케아 매장을 섭렵했다. 로게르에게는 수많은 결점이 있고 안나레나는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가 이케아 안에서만큼은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으려한다. 아주 오랫동안 함께 지낸 사람들끼리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중요하다. 오래도록 해로한 부부는 말이 없어도 싸움을 시작할 수 있듯 말이 없어도 ‘사랑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얼마 전 이케아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는데 
로게르가 
각자 케이크를한조각씩 먹자고 한 적이 있었다. 그날이 안나레나에게 중요한날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녀에게 중요한 날은 그에게도 중요한날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런 식으로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 P169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무섭고 불안한마음에 소리 지르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평소처럼 대답했다. 항구에 머무는 배는 안전하지만 배가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게 아니잖니."

야크는 당장 후회할 말을 했다. "엄마는 목사니까 칼에 맞지않게 하느님이 보호해주실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녀는 지구 반대편의 병원에 앉아 있었을지 몰라도 그럼에도 아들이 느끼는 바닥 모를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칼에 맞지않게 하느님이 보호해주지는 않으시지. 그래서 하느님이 다른사람들을 주신 거야, 서로 보호하면서 살 수 있게."
그렇게 고집스러운 사람하고는 언쟁을 벌일 수 없었다. 야크는 그녀를 엄청나게 존경하는 자기 자신이 가끔 싫었다.  - P301

"미국 대기업의 선임 애널리스트였어요. 그녀가 하도 허술해서 나도 처음에는 못 믿었지만....… 이 아파트에서 그녀보다 똑똑하고 더 많이 배운 사람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로게르가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그녀가 더 잘나갔기 때문에 그가 승진을 마다하고 아이들과 함께집을 지켰고, 덕분에 그녀는 여기저기 출장을 다닐 수 있었어요. 몇 년만 그러기로 했지만 그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그녀는 더욱 승승장구했고 연봉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둘의 역할을 바꾸기가 점점 어려워졌죠. 아이들이 다 크고 자신의 모든목표를 이루었을 때 안나레나는 로게르를 돌아보며 ‘자, 이제 당신 차례야‘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승진의 기회가주어지지 않았어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버린 거죠. 그들은 알맞은 대사를 연습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걸 두고 대화를 나눌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녀가 줄기차게 이사를 다니고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방식으로 그에게 보상하려 하고 있어요………….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말이에요. 이제 돌볼아이들도 없으니 로게르는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 된 기분을 느끼거든요 - P343

‘죽음, 죽음, 죽음‘ 에스텔은 벽장 안에서 생각했다. 오래전에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그 단어로 전화 통화를 시작하곤 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죽음, 죽음, 죽음. 그걸 치워버려야 다른 화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어느 나이 이후부터는 그러지 않으면 통화 내용의 초점이 삶이 아니라 오로지 죽음에 맞추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에스텔은 요즘 들어 그런 시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까 그 작가는 ‘죽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지만 에스텔로서는 그게 더 힘들었다.
예전에 아이들을 재우며 읽어주던 책에서 피터팬이 이렇게 선언했던 기억이 났다. "죽는 것도 정말 짜릿한 모험이 될 거야."
죽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럴지 모르지. 에스텔은 생각했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천 번의 해돋이와 아름다운 감옥과도 같은 삶이었다. 그녀의 뺨이 부르르 떨리며 그녀에게 나이를 먹었음을, 피부가 너무 얇아져 아무도 못 느끼는 미풍에도 살결이 노상 흔들리고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그녀는 나이를 먹는 것이 싫지 않았지만 다만 외로웠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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