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앞의 시는 오르간이다. 수학에 문맹인 나는 그의 시를 생필품 계산대에 선 느낌으로 읽곤 했다. 하지만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를 수학으로 풀어논 이가 있듯이 얼마든지 다른 변용이 존재하는 걸 믿는다.
많이 생활의 때가 묻어난 그의 언어를 장조와 단조의 리듬으로 춤 추게 되길 내가 내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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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
바다 한복판에 오르간이 환하게 떠 있다
누구의 익사체일까
새들이 건반에 내려앉을 때마다
밀물과 썰물이 반음 차로 울리고
파도가 모래해변으로 나와
하얀 혓바닥으로
사람 발자국을 지우는 시간
게들이 하늘을 본다
북극성 조등(弔燈)에 환하게 불이 켜지고
원을 그리며 도는 별들 음표들 시간들
누가 주검을 연주하는 걸까
건반 사이에서 새들이 날아올라
캄캄한 허공으로 흰 쌀알처럼 흩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