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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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거져왔다 살아남는 건 공짜, 고통은 셀프서비스같은 시간들 그냥 간다
이쉬워 한 귀퉁이 글 찾아본다.


세모에 지난 한 해 동안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나는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잊으며
무엇을 간직해야 할지 생각해봅니다
신영복-

씩씩하게 살기 힘들어지고
스스로 뉘우치기는 더 힘든 나이다.
칼로 어깨를 내려 잘라내듯이
모든 것을 내려놓라고 일갈하는 이 무식에 대항해보자면
모든 것이 남의 손에 있는데
뭘 내려놓는단 말이냐
용기도 없고
기억은 더 고통스럽고
존버 ㅡ이 단어 친숙한 미국놈같이 다가온다 ㅡ늘 존나버텨라는 구호도 오늘 하루는 흐릿하게 데칼코마니로 치장하고픈 날이다.
벌써 누군가는 로또를 샀다고 하고
누군가는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나는 여기에 먼지 얹어놓는다.
아무것도 못버린 굴욕자로서
아무것도 기억하는 용기도 없는 자에게
이정도면 그만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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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01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1세기 컴맹님, 자괴보다 자조하고 계시다고 생각하고요.
이왕 씹는 삶, 고통과 웃음도 같이 자근자근 씹어 보려 합니다.
새해에도 건강과 강건 두루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1세기컴맹 2016-01-0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벼랑에서 밀리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지 복걸복이지요. 불안의 다른 형태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필이면 새해라는 새 것이 밀려옴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것 혹은 짐승들처럼 하루란 개념이 없이 살고 싶지 않았을까
좋은 책이 쏟아지고 시력은 더 약해지고 마음은 완고해지니 이제 침묵으로만 살아야되는 나이가 아닌지 그것이라고 믿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