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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 덕분입니다 -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모녀 블루스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은혜씨 덕분입니다
치매 노인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의 형님은 보호 시설에서 살고 있다.
한참을 집에서 머물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보호 시설로 갔는데 그전에 모습이 기억난다.
뒤꿈치를 들고 걸으며, 종종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고, 벽에 가깝게 마주 서서는 한참을 침을 뱉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떻게 열렸는지 모르지만 동네 밖으로 나간 형을 찾아 친구들이 모두 동원되어 찾으러 다닌 적도, 양팔 양다리를 붙잡고 동네 목욕탕에 가서 같이 씻기고 씻은 기억도 있다.
꽤 오랜 기간 특수학급 아이들을 경험하지 못하다가 4~5년 간 특수학급 아이들을 담임도 하고 수업시간에 만나고 있다.
특수 학급이 아니더라도 경계에 있는 아이들과도 끊임없이 마주치고 있다.
얼마 전 언어치료사로 만난 아이들에 관한 책을 읽고 요즘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읽고 있다.
은혜 씨의 그림책을 본 적이 있다.
은혜 씨의 어머님 이름을 그래서 알고 있다.
어머님의 그림은 이번 책으로 처음 보게 되었다.
더 적으라면 더 적을 수 있을 정도로 '장애의 경계'가 과연 우리 삶에 있을까? 싶은...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이미 조금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우리 이웃으로 살고 있다. 우리는 스을쩍 모른 척할 뿐이고 그들은 우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스윽 몸을 숨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금 해보았다.
가장 큰 고민이 있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맨 마지막 어머님은 이렇게 적고 있다.
에필로그 p195 어린 은혜에게 필요한 지원들이 있듯이 이제 나는 은혜를 세상에 남겨두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집단수용으로 감금하고 배제하는 시설을 대안으로 여기는 후진적 복지 시스템에서 '탈'하는 것~(중략)~서른네 살의 은혜는 독립하여 혼자 살아가고 있다. 은혜에게는 활동지원과 근로지원, 주간활동 제공인력이 있어 은혜의 독립된 삶을 지원한다. sns 친구만 해도 수천 명이 넘는 은혜가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가끔 안도의 숨을 쉰다. 쉽지 않은 길이다.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찐 모녀 블루스 '은혜 씨 덕분입니다.'
이리도 솔직하게 쓰인 책을 읽게 되었구나. 싶었다.
다 읽고 혹여라도 100% 공감한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읽었으나 늘 마지막엔 어머님의 웃음과 행복이 느껴졌기에 너무 심각하게 읽지 않았다. 내 아이의 출생과 함께 작은 뼈의 돌출과 어느 장기로 통하는 혈관의 이상여부에도 덜컥했던 하룻밤... 같은 시간을 어머님은 지금도 계속하고 계시고 아직도 하고 있으나 늘 결론은 행복하다. 딸 때문에 웃고 울고 행복해하며 지금의 삶을 은혜 씨 덕분이라고 말하는 그 내공에 탄복 중이다.
얼마나 힘들고 불쌍한가?라고 울어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버럭 화를 내시는 어머님 그림이 떠오른다.
어설픈 공감, 공감한다는 착각....
실수하지 말고 내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고 같이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할 이유가 생긴 듯하다.
따뜻한 책을 읽었다.
내 서평은...
좋아요~는 30~60 사이를 왔다 갔다..이지만
글솜씨 없는 이 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가끔 생각해 본다.
얼마 전 책도 내 추천에 해당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댓글이 있었다.
이번 책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이 읽고 지금 오고 있는 봄의 따스함처럼 마음이 따스해졌으면 좋겠다.
얼음이 깨지면서 녹듯...
장애라는 편견이 깨어지도록.... 깨어지는 과정이 좀 오래 걸리고 아프고 힘들더라도.... 그냥 녹지는 않으테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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