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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없는 여름 ㅣ 상상 동시집 41
문신 지음, 도원 그림 / 상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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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없는 여름 


#여름이없는여름 #상상 #문신 #도원 #상상동시집 


여름이 없는 여름이라 

나와 시인을 비교해 본다. 

감히.. 


아는 단어는 그냥저냥 비슷할 것 같은데... 

동시를 읽고 나면 "어쩜 이리도..", "어떻게 이런 표현이..." 

그러니까 

시인이지! 

참 부러운 능력이다. 


어느 상황은 간결하고 명확하게 군더더기 하나 없이 

때론 물레를 잡고 연을 연줄로 이어 살살 풀고 당기듯 이야기를 맛깔나고 구성지게 당기고 밀어내고... 


사람 이름과 계절명을 갖고 장꾸같이 있다 없다 장난치듯 하다가 

서쪽 하늘 노을의 붉은색은 어느새 열 번도 더 울었을 하느님의 눈시울 색이 되어버린다. 

그럼 나도 아까 치던 장난으로 신이 나서 하늘 높이 나는 연 같았다가 노을 지고 곧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고 물레를 감는 자의 마음처럼 고도를 낮추는 연처럼 차분히 가라앉는다. 


이런 시어로 시를 쓴다는 것이 갑자기 툭 하고 시상이 떠올라 후다닥 적어놓는 것일까? 

쓰고 고치고 읽다가 또 쓰고 고치고 읽으면서 수십 번, 수백 번 고치고 고쳐서 이렇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다가 울다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시를 쓰는 것일까? 


"야 너희 나라로 가버려" 

아슬아슬 잘 버티던 젠가 게임 

"베트남으로 가버려"라는 주문에 마지막 조각이 빠지면서 무너져 내리는 순간... 

슬픔으로 쌓아 올렸던 열두 살이란다. 

이런 지금 젠가 게임에서 확 슬픈 것도 안쓰러워지는데 열두 살... 슬픔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젠가 게임 하려고 막대를 쓰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쌓는 그 마음이 게임을 한다는 들뜸이 아니라 슬픔으로 쌓아 올려놓고 이제 좀 재밌게 친구들과 놀아보려 했더니 열두 살 인생이 산산이 부서져 버렸단다. 

다시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 또 쌓았을까? 슬픔으로.. 하나하나? 

다시는 두 번 다시 막대를 쌓아 올리지 않았을까? 

억지로 죽을힘을 다해 쌓아 올렸건만 언제 또 그 주문이 들릴지 몰라 손을 벌벌 떨며 나무 조각을 빼고 있는 것인지... 


여름이 이야기에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손바닥이 아프다. 

파고드는 손톱 때문에...


씁쓸하다는 말 

나도 그렇다. 

나도 씁쓸하다는 말을 열두 살에 알았을까? 

언제 알았을까? 


부럽다. 

글을 쓰고 누군가 그 글을 읽고 씁쓸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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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하나, 양 둘 ㅣ 알맹이 그림책 82
곽수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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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나, 양둘 


#바람의아이들 #양하나_양둘 #곽수진 #그림책 #책추천 


왜 아이들은, 아니 몇몇 어른들도 잠이 안 오면 양을 셀까? 

무심히 외롭거나 무섭거나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반복적으로 수를 세다 보면 잠이 온다고 믿는 건가? 


뜬금없이...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생각난다. 


높은 산 홀로 양을 지키다가 거짓말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친 후 헐레벌떡 양을 지키러 뛰어 올라오는 마을 사람들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다는 거짓말쟁이에 장난 꾸러니 소년 이야기 말이다. 


나중에 위 이야기 주인공은 실제로는 산에 홀로 양을 지키는 소년은 고아이거나 마을에 신세를 진 아이가 차출되어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들었다. 

생각해 보라. 

부모가 있다면 왜 어린아이를 산 위 늑대가 있는 위험한 산꼭대기로 두어 달 넘도록 방치하겠는가? 

그렇게 매일 밤 무섭고 외로웠던 아이는 그래도 양을 지키기 위해 양을 세고 또 세고 그랬을 듯하다. 

하지만 그 무서움과 외로움이 극에 달하면 "늑대가 나타났다"며 거짓말을 해서라도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을까? 거짓말했다고 뺨 몇 대 맞더라도 그 순간은 안심이 되고 외롭지 않았을 테니... 자신도 마을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소속감을 느끼면서... 


양을 세는 행위는 이렇게 시작되지 않았을까? 

외로움을 느낀 아이가.. 

무서움을 느낀 아이가.. 

지켜야 하고 무언가 해야 하고 해내야 하는 그 무언가... 

그렇게 외로움과 쓸쓸함,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삶에서 배우게 되는... 양치기 소년, 그리고 책 속의 아이 ^^ 


아이는 참 착하다. 

노아도 아니면서 

자신의 방이 방주도 아닌 데도 

밤 빗방울을 피해 온 동물 친구들에게 결국 자신의 자리까지 내어주고 ^^ 


동물들도 기가 막힌 촉을 지니지 않았나? 

서로서로 다들 잘 자~푹 자~좋은 꿈 꿔라고 인사해주는 꼬마를 한 방에 찾아서 부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빠 엄마가 이번에 거짓말은 완돼!라고 말씀하셔도 뭐 어떤가~ 

모두 무사하니까~ ^^ 



아이의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따스해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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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 소통 불가능성의 인문학
정희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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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정희진 #당신과내가대화할수있을까? #소통법 #책추천 #창비 


버릇처럼 뒤표지에 소개된 문장을 옮겨본다.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그 인간은 절대 내 말을 안 들어요!" 

옮겨 적으면서도 깜짝 놀란다. 

음.. 사실 오늘도 마음속으로 했던 말이다. 

할 할수록 억울하고 외로워지는 당신을 위한.... 

"왜 나만 소통하려고 애쓰나?"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소통에 관한 책... 이란 소개이다. 


책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 더 편집자님의 이야기를 보태본다. 

편집자님이 수많은 문장을 공유하고 싶지만 가장 기억나는 문장 중 하나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저는 완벽한 소통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욕망, 환상을 걷어내고 소통 불가능성을 이해하는 말이 일종의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너무 잘 해내고 싶지만 소통이 되지 않아서 자책하고, 자기 비하에 피로와 우울감이 드는 나에게도 이 책은 위안을 줄 것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 난 어떤 한 문장을 기억하고 손글씨로 천천히 꾹꾹 눌러가며 필사를 할지... 


내가 추천할 한 문장을 고르기 위해 후보 문장들을 골라 보자. 


앗 처음 접어 놓은 페이지 마지막 문장이 바로 편집자님이 추천한 문장이었구나. 

보물을 찾은 느낌이고 나 역시 작가님, 편집자님과 무언가를 공유하고 공감한다는 생각, 책을 내가 잘 읽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안심한다. 

자 그다음 어디 페이지를 접어 놓았더라. 


'결국 기존의 인식에서 우리가 평화라고 믿는 상태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가진 집단이 상대방을 지우고 굴복시키는 전쟁을 동반하는 평화인 것입니다.' 

즉 평화는 전쟁의 부재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라는 것, '평정'이란 단어의 뜻도 살펴보면 한 세력을 진압했다~라는 무서운 의미가 내포된... 이런... 

이건 관계에서 소통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인가? 

완벽한 소통은 절대자에게 하는 고백이란 사례 단 하나! 아니면 힘과 폭력으로 상대를 굴복시켜 평정한 상황 속에서의 소통? 이란 것으로 나름의 정리를... 


무섭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의 혐오~라는 소제목 때문에 접어두었던 페이지 

요즘 영화 한 편으로 표현의 자유인가? 아닌가?로 한창 시끄럽기에... 말의 대담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편견을 보편적 사실인 양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이 혐오 발화이다. 아까 언급한 힘과 폭력을 병풍 삼아 자신의 편견이 보편적 사실인 양 말을 대담하게 하는 상황에서의 소통은... 소통이 아닐 것이다. 


외우고 싶은 표현이어서 접어두었던... 

'광물을 캐면 돈을 벌지만 사람을 캐면 돈이 들어간다. 끝내 시신을 수습하지 않는다.~마이너는 캐는 사람이건만 그들은 묻힌다.' 

계급, 장애, 젠더, 나이, 경험, 처지 등에 따라 불편할 수 있는 말들..."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이 주는 것...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동병상련은 없다.' 

바로 전에 읽은 돌봄에 관한 책에서도 비슷한 문장을 읽었다. 

왜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우리'가 불편하고 각자, 홀로 경쟁하고 외로워하는 것인지... 

그러면서 파생되는 피해의식을 경쟁하는 문화가 만연하고 서로 밀치고 짓밟는 시대가 되었다. 악인들은 정신 승리로 세상을 망치고 있다. 


교통의 요지 '대전' 그런데 공항이 없다? 제주도를 가려면 대전이 교통의 요지? 

지리를 가르치는 나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의문이다. 이런... 


'보편의 상대어는 특수가 아니라 차이이고 예술과 사회운동은 기존의 차이를 문제 삼으면서 보편을 해체하고 경계를 제구획하는 행위입니다.' 

계속 느끼지만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나혜석 님은 수원 사람이다. 인용문이 나온 페이지 접어야지!라고 생각했다가... 난 또 이게 무슨 지역에 얽매인... 

"우리 모두에게 칼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칼자루를 여자는 칼날을 쥐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할수록 여성을 피를 흘릴 뿐... 


이제 소통 불가능성에 대한 근거와 사례를 충분히 접한 후 

몸의 개별성, 사회적 위치, 권력관계, 말의 미끄러짐, 듣기의 정치로 인한 소통 불가능성을 알게 되고, 


그렇다면


소통을 어디까지 포기? 설득을 시도하지 않아도 되는지? 대화를 끝낼 자유가 있는가? 어떤 순간 말을 다시 건네야 하나? 즉 나를 위한 침묵과 '언어도단' 말이 끊겨버린 자리에서 다시 어떻게 소통을 시작할지 소통할 수 없다고 용기를 내어 정직하게 고백을 할지... 다시 어떻게 시작할지 머리를 맞대는 것, 침묵이 무능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음을 사회적 이유에서 찾는 노력... 

이러한 노력이 켜켜이 쌓일 때... 

다시 우리는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는 위안을... 


이 책은 충분한 근거와 사례, 단오한 힘을 담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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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 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유나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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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사계절 #최유나 #조기현 #이해령 #오현아 


'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으로 소개되고 있다. 

기꺼이 돌보고 돌봄 받는 '돌봄 시민'이 되기 위한 안내서이며, 사회복지학 연구자, 돌봄 활동가, 의료사회 복지사, 미술치료사인 네 저자가 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도 하고 타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준다.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두고 싶다. 

오늘 아침만 해도.. 다리가 부은 어머니에게 툴툴대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오늘이 어제가 공휴일이었던 토요일이라서 진료를 하는지 안 하는지 미리 알아보지 못했고, 워낙 진료받는 환자가 많아서 예약도 못한 상태에서 일단 가야 하는 상황에 살짝 짜증이 낫고, 곧 예약일에 대학병원 가서 진료받을 텐데 굳이 한의원을 가느냐고 핀잔을 하는 또 한 분의 어르신을 말리는 일도 해야 하고... 

그냥 가족들 사이에 오가는 이런저런 말이고 상황이라고 가벼이 생각하고 넘기려 하지만 가끔 고개가 숙여지고, 한숨이 나오고, 어깨가 쳐진다. 

다녀오면서 다음 주 예약된 병원 진료에서 의사 선생님은 과연 무엇이라고 처방을 내릴지 그 이후 수술은? 약은? 

동생이 가장 걱정하는 집 계단 오르내리는 문제는? 그렇다고 아파트를 구해? 지하방은 답답해서 싫다고 하시고... 부모님의 간병도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결정이 어렵고 선택에 혼선을 빚기도 한다. 


그냥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 적어 내려 가는 걸 보면 '돌봄'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내가 하고 싶은 모양이다. 

헌데 더 중증의 부모님을 간병하며 정서적 지지와 경제적 지지까지 해내야 하는 영 케어러의 입장이라면... 난 오십이 넘었지 않은가? 직장을 다니고 있고, 시간적 여유가 존재하며 적어도 몇 년 간 간병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데도 그저 힘들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깃드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꿈, 아니 그저 일상의 생활 유지마저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 속 영 케어러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공감해 본다고 고백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영 케어러는 이전에도 있었고 올해도 있다. 

과연 난 그들에게 무지한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혹시 그들이 건네는 신호를 눈치 재지 못했는지, 아무런 도움도 요청하지 않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해 줄 만한 '돌봄 시민'의 역량을 갖추었는지.... 

책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공기처럼 순환되는 돌봄'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의 삶 전 과정에서 다양한 맥락의 취약함을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것! 자신의 취약함을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의 취약함을 살피면서 적절한 도움을 주는 삶이어야 한다는 교훈을 이제야 알다니... 


돌봄은 그저 타인에게 베푸는 선행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지지해 주는 행위입니다. 

돌봄은 어머니가, 또는 자식이... 의무로서, '효'로서 그저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것을 안 하고 회피하는 것에 대한 자책, 후회, 피로와 우울감이 오기에 절대 중단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누가 되었든 절대 혼자서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돌봄을 모두가 할만한 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실수나 일시적 좌절을 치명적인 존재의 결함으로 자기 비판하는 사회, 꽤나 괜찮은 노동자가 되기 위해 돌봄을 등한시하는 사회, 돌봄을 받기만 하고 감당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사회를 지양하고 누군가의 취약함에 응답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 즉 상호 의존성을 키우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온전히 사회권을 주장하고 국가는 복지로 답해야 한다는 것! 돌봄이 대가와 경쟁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가치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 이런 진정한 돌봄의 가치가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자기 돌봄'이라는 것! 


옮겨 놓고 싶은 문장이 한둘이 아니다.


내가 잘 알아야 나도 내가 매년 만날 수 있는 영 케어러 일수 있는 내 제자들에게 나 역시 너처럼 돌봄을 하고 있고, 돌봄을 받는 사람임을 인식하고 내가 아는 누군가가 홀로 무너지지 않도록 삶의 무게를 나눌 수 있을 역량을 키워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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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 특별전 - 옛 그림 속 숨은 이야기를 찾는 특별한 전시회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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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 특별전 


#블랙피쉬 #탁현규 #조선미술특별전 #옛그림 #책추천 


살면서 "우와, 이런 거였어? 오호, 정말 몰랐었네"라고 연신 감탄하며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주던 책 몇 권 중 손가락에 꼽히는 책이 있다. 

오주석 님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다. 

얼마 전 학교 도서관에서 파본? 오래되어 더 이상 보관하기 힘들거나 훼손된 책을 나눔 하는 일이 있었다. 

가져오고 싶은 다른 책도 많았지만 집에 한 권 있는데 그 책을 또 가져오고 싶어졌다. 

이 사례로 내가 이 책을 참 좋아한다는 것의 근거가 되려나? 

암튼 난 그 책을 읽을 때 무척이나 신났던 기억이 난다. 


조선 미술 특별전 

이 책은 나에게 그때 책 읽기의 즐거움, 옛 그림의 즐거움을 다시 가져다주었다. 

이제 조금 아는 그림도 있고, 노안도 고마운 것이 안경을 벗고 그림에 내 코가 닿을 정도로 끌어당겨 자세히 쳐다볼 줄 안다. 


옛 그림이 그저... 

옛날 사람이 마음 수련하려고 매난국죽 휘이 휘어 이 붓 끝으로 그려내고, 규방, 사랑방에서 남는 시간 때우려고 글씨 쓰다가 그림 그리다가 나온 것이고, 사진기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풍경 그리고 초상화 그려낸 것이 남아 전해지는 것이 아님을 잘 알게 되었다. 

B4사이즈로 출력해서 옛 그림을 보자 하니 

그림 속 인물이 큼지막하게 보인다. 흐트러진 여인의 머리카락도 보이고 어르신 턱수염 사이 사마귀, 그 사마귀 위에 자란 검은 털도 보인다. 

개구리는 엄지 손가락 한 마디 만하고 개구리 먹이는 엄지손톱만 하고 그러다 보니 어찌 그리 잘 보이고 세심한 관찰에 따른 표현에 계속 놀라게 된다. 


풍속화, 초상화, 영모화, 도석화로 나누어 책 속에서 특별한 전시를 하는 분류에 따라 그 속에 숨은 뜻을 따로따로 찾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영모화? 도석화? 좀 낯설다. 

영모화는 새와 짐승 등 털이 나 있는 동물을 소재로 그린 전통 회화이고 도석화는 도교나 불교 속 인물을 그린 그림이다. 

모두 액운을 막는 벽사의 의미, 복을 바라는 길상의 의미가 담겨 있으니 그 의미를 찾고 이야기를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풍속화에서는 작가의 연출을 찾는다. 

낮술 먹고 불콰하게 마셔 얼굴이 붉은 사내의 얼굴과 괜히 나물 소쿠리를 뒤지는 모양새가 웃음을 자아낸다. 

초상화에서는 선비 정신을 읽는다. 

정신을 전하는 것 '전신'이라 부르는 것을 알며 조선 초상화의 핵심을 느껴본다. 

'논의가 지나치게 준엄하다고도 말하지만 충역의 의리에 엄격하고 지조가 확고하다는 것'이 그림으로 전해진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 

영모화와 도석화에서는 무엇이 '벽사'의 의미이고 '길상'의 의미인지 알 수 있다. 

흰 박쥐가 그림 한 귀퉁이에 왜 날아오나~를 알게 되는 순간 나도 작가가 준비한 특별한 전시실에서 작품 하나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도슨트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이제 일부가 아닌 제대로 된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일어난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갔으니 동선 따라 다 보고 출구로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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