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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시간 - 길 잃은 물고기와 지구, 인간에 관하여
마크 쿨란스키 지음, 안기순 옮김 / 디플롯 / 2023년 3월
평점 :
서평을 쓰고자 할 때 가끔 내보는 욕심은 출판사 편집자님/추천인 보다 더 멋진 문장, 문구를 찾아내어 그 문장으로부터 서평을 시작하거나 끝을 맺고 싶다는 욕심이다.
책이 처음 도착하면 그래서 새 책이라는 표식의 띠지, 그리고 앞뒤표지의 날개단(길게 더 연장되어 접혀있어 가끔 책갈피의 용도로 쓰이는 부분), 그리고 뒷 표지, 가끔은 제목 위아래 아주 짧게... 적혀 있기도 한 그런 멋진 선별된 문장들 말이다.
그곳에 없는 문장을 찾아내야 꼼꼼하게 잘 읽었다는 인정을 받을 듯하고 안 읽고 썼다는 오해도 안 받을 것 같다는 생각도 사실해본다.
연어에 관한 책이다.
다른 문장으로 대체하기 힘든 문장이 뒷 표지에서 안쪽으로 접혀 있는 날개단에 쓰여있다.
그대로 옮길 수밖에...
생애 한 시점에는 강물에서, 어느 때는 바다에서 살아가기에 연어의 삶은 육지와 바다의 생태계가 서로 연결되는 지점에 걸쳐 있다. 그러니 연어가 살아가는 방식과 속도가 바뀐다는 것은 환경 전체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어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저자는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연어의 일생을 오래도록 쫓아왔고 그곳에서 마침내 생태계를 뒤흔들어온 인간의 흔적을 마주한다. 이 책은 그 경이와 참혹의 생생한 기록이다. 소로가 썼듯이 "물고기가 울 때 누가 그 소리를 듣는가?" 연어가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가 그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두툼한 책 한 권이 모두 연어에 관한 것이다.
#개는 천재다 를 정독했기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재차 놀랄 뿐이었다.
한 분야에 이리도 깊게...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러웠으며 '개는 천재다'의 경우와 같이 여느 석박사 논문 같은 수준 같은데 불구하고 우리 삶에 우리 생에 가깝고도 큰 영향을 주는 소재를 갖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중간중간 요리 레시피가 나온다. 뜬금없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지역에서든 어떻게 요리를 하든 연어는 우리 식탁에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는 의도인 듯하다.
중간에 '백인이 오다'라는 소제목이 나온다.
그 바로 뒤 무섭게도 '갈 곳을 잃다'라는 글이 연달아 나온다.
그럼 뜬금없는 퀴즈 같지만 백인이 오다 앞에는 어떤 제목일지 묻고 싶다.
정답은 '인간과 연어가 공생하던 시절'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과 연어, 일본의 조몬족과 연어, 유럽에서 연어가 돌아올 수 있는 강과 숲, 그리고 바다로 나가기 전 머무를 연어에게 필요한 곳이 보존되어 있고, 연어를 먹기 위한 것 이상을 잡지 않으며 먹고 난 뼈를 다시 고이 강에 돌려주는 마음들이 인간에게 있었던 그 시절....
백인이 오다.
백인만 그러했겠는가?
아메리카에 한정해서 유럽에 한정해서 그렇다 하겠으나 그렇게 지구상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를 베고, 톱밥을 날리고, 침전시켜 자갈을 덮고, 댐을 건설해서 연어의 솟아오름을 봉쇄하는 것에 미안함이 하나도 없는 사람만 남아 있으니 말이다. 연어와 함께 살아가려던 사람들을 어부에서 농부로 만들려던 못된 백인만 탓할 일은 아닌 듯하다.
양식장 이야기, 그 안에 사는 연어의 배설물과 기생충(바다물이), 그리고 항생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끝까지 불안한 이야기뿐이다.
양식장을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을 연어가 돌아올 수 있는 강과 숲으로 만드는 힘으로 바꾸려는 이야기가 다시 나올 때까지 이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연어가 우는 소리를 과연 들어줄 사람은...
어디... 누구일까? 연어가 강으로 돌아오듯...
우리도 이전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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