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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 ㅣ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평점 :
캐리커처
_"그때그때 캐리커처를 갈아 끼우는 능력은 인생살이를 돕는다."
_"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반겨 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까?"
#단요 #창비 #캐리커처
"내가 진짜로 영어 잘한다는 걸 증명하면 애들이 인정해 줄 거 같아서 그랬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 그건 사실 실력 때문도 아니고 발음 때문도 아니었던 거야. 그냥 내가 욕먹을 애로 정해져 있었고, 그래서 내가 하는 건 뭐든 욕먹을 일이 된 거야. 맞지?"
아들을 키우면서, 남고에서 근무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뭐든 하나만 잘하면 아이들은 깜 보고 얕보지 않는다. 그게 공부든 운동이든...
키가 작고 힘없어 보이는 아들이나 반에 그런 아이들이 혹시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아주 잘하라고... 또는 축구든 배드민턴이든 탁구든... 뭐든 하나를 "오우~"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뽐내는 순간이 있어야 하고 그럴 실력이 있으면 좀 안심이 된다고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책을 읽으면서도 요즘 아이들에게도 여태 적용되는구나.
그저 정해지는구나.
뭐든 괴롭히는 이유, 무시하는 이유는 그냥 그렇게 정해져 있어서 그렇구나.
그 아이가 사라지면 또 다른 아이로 정하고... 그렇게...
'고마운 일을 만들면 곧 미안해지게 될 테니 고마운 마음만 받아 두겠다는 거였다. 서로가 고맙지만 어느 한쪽만 절실한 관계는 실망과 염오로 끝나기 마련임을 요한은 그때 이미 알았나 보다. 나는 승윤과 싸우고 나서야 겨우 알았다.'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나름의 평등한 관계, 수평적인 관계인 것이구나.
잠시 저울의 추가 기울었다가 다시 반대가 될 것이라는 보장 없이 늘 받기만 해야 하는, 둘 다 좋다기보다는 한쪽만 좋은...
책의 표현이 참 제대로 표현된 듯하다.
'어느 한쪽만 절실한 관계...'
그걸 미리 알아차리든 나중에 알게 되든 둘 다 속상하다.
마음 편히 주고받으며 서로의 따스한 정을, 마음을 매 순간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 누적은 신뢰의 밑바탕이 될 것이고.
'인터넷에는 기혼 여성, 미혼 여성, 유색 인종,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 육체 노동자, 장애인, 배달부, 저학력자, 지방민, 무주택자, 기타 등등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조롱이 마련돼 있었고 조롱은 곧잘 유머의 탈을 뒤집어썼다. 비웃는 일과 웃는 일은 고작해야 한 음절 차이니까. ~ 지상에는 악이 가득하다.'
얼마 전 수업 중에 혐오표현, 차별표현을 가르쳤다.
곧 한글날 캠페인으로 역시 위와 같이 지양하고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을 등교하는 전교생을 상대로 캠페인을 통해 알릴 생각이다.
그런데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모르고 사용했던 것을 알게 되어 조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것까지 우린 최선을 다해 알릴 수 있지만, 하지만 알고도 사용하는 그 마음은 어찌할까?
'유모차', '녹색 어머니회'라는 말도 차별표현이란 것을 이제 알게 되었으니 그만 쓰자! 하면 좋은데, 그런 억지, 억까~라고 하면서 일부로 알고 나서 더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그 마음은 어찌 다스리게 하고 공감할지... 소설 속 반군지도자, 사령관, 동남아와 같은 표현과 같이 말이다.
학교와 아이들이 배경이다.
최근 부쩍 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한 가지 상황에 적응한 단 하나뿐인 자신의 캐리커처만으로는 갈등과 고민이 가득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즉, 다양한 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하고 진짜를 숨기고 연기를 해야 하는 부담을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것도...
실제 쓰이고 지금도 쓰일 교과세부특기사항의 문장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나도 읽으면서 그 구체성과 실감 나는 문장력에 깜짝 놀라게 된 것까지...
위와 같은 매력들이 모여 이주 배경 청소년을 위한 섬세하면서도 정교한 서사가 펼쳐진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내가 아는 주현, 승윤, 노아, 요한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 보고 싶다.
역시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어둠을 몰아내고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겠구나. 싶은 기대감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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