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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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가제본 #장편소설 #창비 


가제본으로 읽기 시작해서 과연 이 책의 결말을 볼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끝은...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운 결말이다. 

그리고 요즘 계속 드는 생각... 

귀한 작가, 감독님들이 많고 흥미진진하고 전 세계 사람들도 홀릴 만한 문학, 영화 등이 만들어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우린 정말 아프고 쓰린 기억이 많은 민족이라는... 


어느 페이지에선가 양반들을 다 싸잡아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풀지 않아. 네가 입안의 혀처럼 명령에 복종할 때는 여동생처럼 대해주다가도 심기를 거스르면 다시 하인 취급을 하지' 


계급이 있어 불평등했고, 근대로 들어왔어도 우리끼리의 계급과 계층에 더해 타른 나라의 간섭을 받아야 했고, 사상에 따라 밤낮 색깔로 위아래가 또 정해지고 이제는 부자와 가난한 자에 따라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이 나뉘는 시기를 관통 중이며 여전히 뭔가 정리되지 못한 채 아직도 어수선한 시기이다. 

단순히 지배층의 갈등에 아버지가 죽고 가족이 해체되어 오빠를 찾아 나서다가 찾았으나 비극을 맞고 다시 일어서보려는 굵직함으로 이 글의 전체와 이글의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그 사이사이 너무 말할 것들이 많은 아픔과 슬픔, 잔인함과 인간으로서 도저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이 우리 손으로 자행되는 것들을 본다. 등 떠밀려서 해야 하고 나쁜 일임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할 수밖에 없는 고통과 두려움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숨이 턱 막히는 상황들.. 

개인적으로 그런 시간들이 지나온 시절을 살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며 또 오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이 교차한다. 


특히... 소설 속 이 부분... 


'죽은 사람을 보는 것은 고역이지. 하지만 코를 없애면 그자들이 이교도라는 사실이 떠오르거든. 사악한 자들이라는 것이 말이야.' 


악인이다. 

물론 그전에 불행한 사람이고 불우한 환경 속에 처해있으며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악을 행하기로 한 순간부터... 그 사람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살해한 자를 쳐다보는 자신의 고통스러움 때문에 그 시신의 코를 다시 베어내는 인간의 무지막지한 이기적인 행위가 나온다. 

처참하다. 

소름이 끼친다. 

그를 움직인 것은...'수치심'인데... 그 행위가 저리 잔인하단 말인가? 


'기존의 세상과 새로운 세상이 충돌하면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법이야. 우리 다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모두가 상처를 받을 테니까' 


그 당시 기존, 기득권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나타낸 문장을 읽은 적이 있어서 옮겨본다. 

'저것들은 대체 누구인가. 저것들은 왜 저러는가. 왜 죽여도 또 번지는가. 저것들은 어째서 삶을 하찮게 여기고 한사코 죽을 자리로 나아가는가... 임금은 그것을 물었으나 신료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받지 못한 의문은 두려움이 되어 번져나갔다.' 

그리고 '저것'으로 표현된 사람들은 그 시절 목숨을 걸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변화를 꾀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요즘 역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세상은 무척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세대 간 갈등을 포함하여 그래서인가? 모두 상처받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이? 단단히 각오해야 하는 것 말고 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리학의 세상에서 실학을 배운 학자들로부터 세상이 변화하는 시기 정약전과 공부하고자 하는 가난한 흑산도 청년을 다룬 자산어보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성리학과 실학을 벗으로 두고 상대를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내가 더욱 성장하는... 해법은 이미 우리 조상들이 제시해 주었다. 


모두 상처받기보다 이전과는 또 다른 상처를 우리가 서로 주고받지만 해답이 있으니... 실천하려는 노력을 좀 더 기울인다면... 소설 속에 나오는 수많은 상처를 볼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다. 


#도서협찬 #서평 #잃어버린이름들의낙원 #2024톨스토이문학상작가추천 #김주혜추천 #역사미스터리 #소설 #미스터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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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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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에세이 #사계절 


오늘은 2025년 스승의 날이다. 

언제부턴가 정말 어색해진 날이다. 

아이들도 뭔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날이고, 우리끼리 자축하기에도 좀 그런 날이 되어버렸다. 


조용한 내 방에서 '어떤 어른' 서평을 써보는 것으로 스승의 날 마무리를 해보려 한다. 

오늘 하루 중 반가운 연락과 누군가에겐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 어쩔 수 없음이라고 두 마음이 교차하는 어수선한 상태를 깊은 날숨과 들숨으로 차분하게 정리해 보면서 말이다. 


오늘 난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었을까? 어떤 선생님인가? 생각해 본다. 

작가님이 오랜 시간을 두고 '어쩌면 좋아요', '열일곱 살이면', '어른의 어른'을 생각해 오고 그 나름의 결론을 책으로 엮었 듯 오늘 난 지금 이 아이들에게 98년 임용 후 아니... 어른이라도 말할 수 있게 된 나이부터 오늘까지 누적된 모습으로 그들에게 '어떤 어른'인지... 


[이웃 어른] 


이른 아침, 즉 출석을 체크하는 담임 선생님의 아침 조회 전... 

나이 많은 부담임을 챙기려는 부산함이 복도에서 느껴진다. 

쑥스럽기도 하고 안 나온다고 버티는 늙은 부담임에게 서운함을 표한다. 

암튼 노래를 부르고 초에 켜진 불을 끄라고 해서 '훅' 단박에 꺼버렸더니 전세가 역전되었다. 

녀석들 케이크 선물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가져가 버린다. 담임 선생님께도 써먹을 속셈이다. 으휴... 

하는 짓이 귀엽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장난 아닌 장난이 신나는 모양새인 녀석들 얼굴이다. 

어느 정도 친하지 않다면 못하는 장난.. 난 적어도 이웃에 사는 얼굴만 아는 이웃 어른보다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숙한 좋은 어른에 범주에 들어간다고 장담해 본다. 그래서 웃음이 나온다. 


[다양한 역할의 선생님 중 그저 한 명] 


그럼 스승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꿈 쩍 안 하고 한마디 말 건네지 않은.. 그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또 어떤 어른인가? 

내가 뭐 잘못한 일이 있나? 서운하게 한 일은 무엇인가? 그냥 내가 싫은가? 생각해 본다. 

그러다 금방 고민을 중단한다.


오래 고민할 필요 없고, 자책할 필요는 더욱 없다. 


'시절인연' 


그들에게 '좋은 선생님' '좋은 어른'을 만나는 곧 올 것이다. 

올해 이 순간 그저 그 역할에 내가 아닐 뿐이다. 무리하게 그 이상의 주연을 맡으려고 억지를 부리면 더 부담스러워질 뿐... 

그저 난 2025년 그들이 만나는 다양한 역할의 어른 중 한 명으로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임으로 추후에라도 나쁘지 않은 기억에 남는 어른이 되거나 다양한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에 일조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이렇게 스스로 안정을 찾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여 내 역할을 존재를 인정하며 사는 것이 사실 내게도 중요해지는 오늘이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배웠다] 


모두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기는 하다. 

재학생 말고도 졸업한 아이들과의 만남이 오랜만에 이루어지는 날이다. 

몇몇 졸업생이 직접 찾아와 주었고, 그들의 직접 못 오는 경우 선물이 배달되는 경우가 있다. 

공익근무 가기 전 즉 나 출근하기 전인 7시 즈음 내 책상에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두고 간 녀석도 있다. 

근사한 떡을 보내줘서 교무실 샘들 앞에서 어깨를 으쓱할 수 있게 해 준 녀석도 있고... 

그 녀석들 모두 열일곱, 열아홉에 내가 주었던 관심을 통해 사랑받았다는 것을 배운 것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본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느낌을 감사히 여기고 오늘 같은 날을 빌어 고맙다고 인사해 주는 그때 그 어린이... 청소년? 

그 어린이에게 '어떤 어른'이었던 나... 좋은 어른이었겠지라고 조심스럽게 점수를 매겨본다. 


모두에게는 불가능할지언정 

많은 열일곱, 열여덞, 열아홉 고1~고3 학생들에게 '좋은 어른'으로서 그들이 내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행복해하면 참 좋겠다. 

난 그저 묵묵히 좋은 어른이 되는 연습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전제를 잊지 말고 말이다. 


'더 나은 세상을 바란다면 더 나은 어른이 되는 수밖에 없다.' 


#도서협찬 #어떤어른 #김소영에세이 #어린이라는세계 #나라는사람의안쪽으로걸어들어가면어린이의마음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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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이야기집을 짓다 - 이야기 창작의 과정
황선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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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이야기집을 짓다. 

_이야기 창작의 과정 

#황선미 #문학과지성사 


만약 글을 쓰려고 시도를 해본다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난 이 책을 꽤 열심히 읽기는 했다. 

정작 동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내 메신저에 내가 전달하는 글이라도 좀 남들 불편하지 않게 잘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니 말이다. 동료들이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


시작을 위와 같이 적어 놓고 한참 쳐다보았다. 


"역시... 별로야."


사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이 '어떻게 시작해야 매력적일까'이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시작과 첫 문장에 대한 이야기... 

요즘 수업의 첫 시작에 대한 고민도 많아져서이기도 하다. 

동화를 쓰는 작가와 1시간 수업을 기획하는 교사가 다르다면 다르겠지만 그 시작에 대한 고민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을 읽는 자들을 한눈에 반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캬~ 


대여정의 관문이고, 매우 의도적인 서사 도입부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두렵고 설레는 작업 포인트라는 것에 공감한다. 

이 책의 말미에는 '멋진 작가를 기대하며'라는 작가님의 글이 쓰여있지만 읽을 수록 이 책은 날 위해 적혀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평소 단어와 자간을 읽어내려가는 평소 속도에 10배는 느리게 꼼꼼하게 읽었다. 출간을 앞두고 최종 검토하는 점독 작업처럼... 


간결한 문장으로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줘라. 

너무 많은 정보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산뜻한 정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효과 적라고 조언해 준다. 그리고 친절하게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았을 것을 예상하듯 기존에 나온 동화책의 도입부 사례를 언급해 주며 친절한 해설을... 


아래와 같이 말이다. 


'로즈 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손가락이 세 개, 오른쪽 팔꿈치하고 무릎뼈는 런던에 있는 묘지에 묻혀 있으니까' 


작가님의 말처럼 누구라도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는 장치가 되어 있는 시작... 

펜 끝을 종이에 대는 순간 멋들어지게 시작을 술술 써 내려가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사실 솔직한 심정은 '시작만이라도...' 무난하게... ^^ 


작가님은 글을 잘 쓰려는 마음보다 동화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는 것을 요구한다.


어린아이라기보다는 좀 많이 커버린 아이들을 상대하기에 

내가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시도는 절대 안 할 거란 막연한 생각에 

그렇게 이 책은 3자의 입장에서 그림책 작가와 글을 쓰는 작가의 마음과 일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읽다 보니 이렇게 책을 다 읽고 기록을 남기려는 행위부터 아까 언급한 일상에서 사내 메신저에 짧은 단문을 적어 내려가는 것까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해 쓰였다기보다 사회의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어린이라는 존재와 더불어 접근하는 문학이고 어린이 편에서 사유하는 문학이며 어린이만의 시각으로 문제를 바다 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문학이라는 날개단에 적혀있다. 

그리고 본문에는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가 자료를 확보해 가며 어린이의 시절을 겪었던 것(우리 모두 어린이였던 적이 있지 않은가)을 토대로 어린이가 이 사건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전하는 메시지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어린이 같은 어른을 꿈꾸는 사람도 꽤 있지 않은가? 깊은 고민과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하게 풀어내는 동화를 통해 인간이 지켜야 할 진실한 마음을 다루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이며 가치 있는 이야기를 쓰는 행위가 멋져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싶다. 


'금쪽이'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좀 불길한 징조이며 어린이가 모호한 존재, 알려고 들면 더 모르겠고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존재로 어른 입장에서 가르치고 나아갈 방향을 가리켜서 시키는 그런 일방이 아닌 어린 시절을 겪어 여기까지 온 사람들로서 고개를 젓지 말고 시선을 낮춰 어린이와 함께 공감하고, 행복한 사건, 불편한 사건들을 모아 쓰기의 희열을 토대로 문학적 표현으로 어린이의 시선을 맞춰 써내려 간 글... 


자꾸 반복해서 정의를 내린다.

동화는 그렇구나. 동화가 이렇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제대로 된 글을 쓰겠구나. 

글뿐 아니라 누군가를.. 어느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행위는 이렇게 진지하고 꼼꼼해야 하는구나.라는 것도 함께 느끼며 말이다. 


#도서협찬 #어린이와더불어사는이야기집을짓다 #책추천 #동화 #동화작가 #그림책 #그림책작가 #작가 #글쓰기 #어린이 #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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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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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소설집 #창비 


여러 단편 소설의 묶음이다. 

제목 '빛의 호위'는 첫 번째이고 가장 집중해서 읽은 소설이기도 하다. 

굳이 주관적인 순위를 매길 필요는 없지만 난 '빛의 호위'와 '산책자의 행복'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책 모서리를 접은 듯하다. 


아직도 책을 읽는 내공이 부족해서 현대시만큼은 아니지만 소설과 에세이를 읽으면서 작가님이 이 문장을, 이 소설을 쓰며 어떤 마음이었는지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내 나름대로의 이해도 괜찮다고 주변 지인들은 위로? 하며 말해주지만 작가님이 쓴 의도도 파악하며 내 나름의 이해도 하고 싶은 욕심이 늘 있다. 


필사를 하면서 옮겨 적은 문장들을 여기에도 남겨본다. 


'셔터를 누를 때 세상의 모든 구석에서 빛 무더기가 흘러나와 피사체를 감싸주는 그 마술적인 순간을 그녀는 사랑했을 테니까' 

이 문장에서 나오는 빛은 그냥 어둠을 밝히는 것 말고도 소설을 읽다 보면 얼마나 따뜻한 온기를 지닌 빛인지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위대한 일.. 그저 카메라를 팔아 생활을 유지하라는 마음뿐이었을지라도 그 마음이 밝음과 온기를 지녀 사람이 살아가려는 의지를 생기도록 만든 마술적인 순간을 탄생시키는 그 찰나의 빛... 멋지다. 이렇게 표현하려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안젤라는 포갠 두 손을 오른쪽 귀에 대 보이며 푹 자라는 다정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찌 보면 소설 속 등장인물의 행동을 그대로 글로 옮긴 별거 아닌 문장이지만 이 장면은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가 다르다고 '정'이 오고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삶이 죽음으로 완성되고 죽음 또한 다른 살아 있는 자들의 애도 속에서 봉합될 수 있는 것이라면...' 

'죽음은 단절이 아니고 존재를 완성하고 성숙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추상적인 과정...' 

'죽음은 아무것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것'


죽음에 대한 사색이 펼쳐진다. 유실물 센터와 삶... 존재와 부재... 기억과 망각... 기억을 하더라도 다르게 적히는... 


'기억을 하더라도 한나와는 다른 무게와 질감으로 그 시절을 간직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런 요동치는 삶 말고 '몇 개의 동일한 일상과 감정이 반복되는'... 겨우 그런 삶은 전진하려 했으나 장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허무와는 다른 허무. 즉 애초부터 전진을 시도하지 않은 고정된 허무라는 표현이 나온다. 다른 소설에서는 유사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다. '관성과 습관에 복종하며 사는 건 심연을 모른 채 표면만을 훑는 방식...' 지금의 내 모습과 같은 상황을 이렇게 멋진 문장으로 '쿵' 하고 한 대 내려치는 듯한 표현을 할 수 있는 필력의 힘은 도대체... 


'가능성은 실패하고 좌절할 확률과 비례한다는 의미이다. 어떤 실패는 또 다른 가능성에 가 닿은 사다리가가 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직선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라는 문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삶에서 전진을 겁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문장과 달리 겁 없이 전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는 게 원래 이렇게 무서운 거니?' 

'그렇게 하루아침에 존재가 부재가 될 수 있다..' 

'나는 아직 살아남았고 계속해서 살아야 하는가?' 

'난 어째서 그의 딸인가?' 


이런 삶의 밑바닥을 느꼈을 때 나올만한 상황에서부터 미래의 죽음을 떠맡으며 강인한 현재를 살기 위해 힘쓰는 이야기 

읽지 않고 답이 없어 무력해져도 지인들과 고인들 그리고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와 메시지 

시간을 거스르고, 생활 방식과 생각이 너무 달랐던 세대를 관통하고, 부끄러운 시대적 배경이 소재와 화두가 되어 한 개인의 운명을 기억과 추억으로 포장한 스토리이다. 

한 줄만 적는다면 소설에 나오는 문장 그대로 '살아있는 동안엔 살아있다는 감각에 집중하려는 애씀을 알 수 있는 이야기의 묶음이다.' 

단순하게 주어진 시간을 소비하며 사는 삶도 있고, 환부 없는 통증이 있고, 늘 함께하고 싶지만 주변에 생기는 부재를 감당해야 하는 두려움에 대한 걱정이 있지만 말이다. 


#도서협찬 #단편소설 #책추천 #빛의호위 #조해진소설집 #창비소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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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의 힘 꿈꾸는돌 42
이선주 지음 / 돌베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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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의 힘 


#이선주 #돌베개 #장편소설 


검지의 힘이란 제목을 읽는 순간 선플? 악플? SNS와 관련 있다고 지레짐작을 했다. 

그런데 진짜 그냥 검지의 힘! ^^; 

웃기면서도 흥미로웠다. 


주인공의 검지를 거쳐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에게 주인공이 주는 것을 원하는 마음까지 겹쳐지면 검지의 힘은 옮겨지는 설정까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괜히 내게도 올 것 같은... 

그리고 서로 다른 검지의 힘을 사용하는 상황설정이나 그 마음 역시 어쩜 이리 다르구나. 싶은 것 역시 매력적이다. 

그래서 또 생각한다. 난 어떻게 사용했을까?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슬정아, 호여준, 유익표, 김별 그리고 주인공인 연하지의 이야기 중 난 어떤 이야기를 가장 재밌게 읽었는가~답해본다. 

난... 

여준이... 호여준의 이야기가 가장 맘에 든다.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을 쓰지 않았다고 할 정도의 이야기... 

영웅이 되고 싶어서 그 힘을 원했지만 결국 스스로 영웅이기를 포기한 아이의 이야기... 

그렇지만 '소영웅'이라 칭해질 정도로 오지랖이라고 돌려 표현하지만 무해하면서도 선한 삶을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의 스토리... 

가장 맘에 든다는 것은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아닌가 싶다. 

나에게도 검지의 힘이 생긴다면 처음엔 세상을 구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결국 여준이처럼... 그 힘이 주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 운명이 정해준 그릇에 맞춰 그 힘을 반납할 듯하다. 그렇지만 그 힘을 갖고 있으나 없으나 남들에게 무해하고 다른 이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주변의 어려움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잘 보이는 그런 사람.... 


익표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다들 그럴 거라 생각한 뻔한 이야기라 생각했고, 앞에서부터 다져진 익표의 캐릭터로 인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삐져 들어갈 틈도 없이 그저 익표의 검지 활용에 빠져있었다. 

유명해지려는 시도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잠시 그 부분에서 책 읽기를 멈추게 되었고, 탄탄한 이야기 구성에 감탄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게 된다.


영인이와 하지의 경우 부모님의 이혼이란 같은 상황이지만 부모님에게 자신이 벌칙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 에서도 사실 멈칫거렸었다. 

그리고 계속 다른 아이들이 검지의 힘을 발휘하고 있을 때 계속 잊지 말라고 말해주는 해일이의 이야기... 왜냐면 이 책은 사실 주인공 연하지의 이야기이며 진짜 검지의 힘은 나중에 등장하니까~말이다. 


소설이 끝나고 끝에 작가의 말까지도 감동이다. 

왜 '검지'였을까? 엄지도 주먹도 아닌 '검지'인가? 에 대한 답이 나온다. 


'서로를 일으켜 주는 덴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 검지의 힘 정도만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좀 더 보듬고 아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고단했던 작가님은 이번에 특별히 무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내 몸과 마음도 그러했나? 이번 무해한 사람들의 이야기의 매력에 난 많이 끌린 듯하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힘... 참 부럽다. 


#도서협찬 #검지의힘 #책추천 #소설 #장편소설 #청소년소설 #꿈꾸는돌 #돌베개청소년문학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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