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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날지 않는다
김병민 지음 / 담다 / 2024년 9월
평점 :
펭귄은 날지 않는다
어떤 단어, 행위에 대한 고민이 이렇게 깊을 수 있었구나. 싶다.
책의 결론
하고자 하는 말, 의도
독자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멱살을 잡고 어딘가로 끌고 가려는 억지스러움은 없다.
자취방과 강의실, 경주, 그리고 붉은 벽돌과 무디, 그리고 어디였더라. 국수를 안주로 먹던 그런 곳들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저 조용히 독자와 서로 좋아하는 커피를 탁자에 놓고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농담과 위트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아니면 음악을 신청해서 재즈를 듣는다.
독자엔 내게 묻는다. 그냥 생각을 말해보라고...
단순히 어른들에게 배워왔고, 이젠 학생들에게 배울 것이 있음을 깨달은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한 편, 작은 조각 같은 어찌 보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던 것들에 대한 사유의 깊이에 나도 같이 고민에 빠져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귀가 얇아 돌 교수를 욕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보기도 하고 공감의 표현을 크게 해보기도 한다.
물론 문돌교수에게 들키지 않게... 말이다.
삶, 죽음, 사랑, 일, 고통, 호흡, 돈, 인간관계
소설 속 농담, 위트처럼 그에 준하는 깊이의 사유가 있음에도 위, 아래, 양 옆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사유하지 않고 살아내도 괜찮은 인생인 건가?
농담에 비해 너무 묵직한 무게의 화두인 건가?
결국 사람인 건가? 함께 이런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
그렇네 그런 사람들이 필요한 거네...
그런 자연스러운 또는 약간 의도가 담긴 인연들..
그리고 빨간 벽돌, 무디, 오두막 같은 공간까지 더불어 만들어놓을 수 있다면 더욱!
내게 속한 사람들 내가 속한 사람들
같이 있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대화..
조간대 이야기 속 문장을 옮겨본다.
p171 육지와 바다 사이에는 조간대라 불리는 지대가 있다. ~조간대는 생명체가 살기에 상대적으로 혹독한 환경이다. 조간대는 생태 이행대에 속한다. ~ 흥미로운 것은 생태 이행대의 다양성과 생산성이 경계 너머의 지역보다 큰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아니 그보다 더 궁금한 것은 우리 사회에도 조간대 같은 장소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조간대에 잠시 머무르고 적응한 다음, 적절한 시기가 무르익으면 다시 떠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떠난 곳에는 먼저 떠난 사람과 이제 막 도착한 사람 사이에 새로운 생태 이행대가 형성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다른 누군가에겐 가장 최근의 이야기일 수 있다. 청년의 삶으로 어른의 삶을 살 수 없고, 청년의 삶이 지났다고 어른의 삶이 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말이다.
p146 졸업시험 장면도 옮겨본다.
"~저는 지금 마치 한 마리의 펭귄처럼 보입니다. 펭귄은 조류이지만 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독어독문학을 전공하지만 독일어를 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실히 학교생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펭귄은 날 수 없지만 다른 새들과 달리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습니다. 저는 내일부터 헤엄을 치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되물은 질문까지 "학생에게 바다 같은 곳은 어디인가요?"... 이 책의 제목이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제목에 단서를 서평에 남겨두었으니 굳이 나도 내 서평을 읽는 지인의 시선을 잡고 어딘가로 더 이상 끌고 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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