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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평점 :
어떤 어른
#김소영 #에세이 #사계절
오늘은 2025년 스승의 날이다.
언제부턴가 정말 어색해진 날이다.
아이들도 뭔가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날이고, 우리끼리 자축하기에도 좀 그런 날이 되어버렸다.
조용한 내 방에서 '어떤 어른' 서평을 써보는 것으로 스승의 날 마무리를 해보려 한다.
오늘 하루 중 반가운 연락과 누군가에겐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 어쩔 수 없음이라고 두 마음이 교차하는 어수선한 상태를 깊은 날숨과 들숨으로 차분하게 정리해 보면서 말이다.
오늘 난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었을까? 어떤 선생님인가? 생각해 본다.
작가님이 오랜 시간을 두고 '어쩌면 좋아요', '열일곱 살이면', '어른의 어른'을 생각해 오고 그 나름의 결론을 책으로 엮었 듯 오늘 난 지금 이 아이들에게 98년 임용 후 아니... 어른이라도 말할 수 있게 된 나이부터 오늘까지 누적된 모습으로 그들에게 '어떤 어른'인지...
[이웃 어른]
이른 아침, 즉 출석을 체크하는 담임 선생님의 아침 조회 전...
나이 많은 부담임을 챙기려는 부산함이 복도에서 느껴진다.
쑥스럽기도 하고 안 나온다고 버티는 늙은 부담임에게 서운함을 표한다.
암튼 노래를 부르고 초에 켜진 불을 끄라고 해서 '훅' 단박에 꺼버렸더니 전세가 역전되었다.
녀석들 케이크 선물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가져가 버린다. 담임 선생님께도 써먹을 속셈이다. 으휴...
하는 짓이 귀엽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장난 아닌 장난이 신나는 모양새인 녀석들 얼굴이다.
어느 정도 친하지 않다면 못하는 장난.. 난 적어도 이웃에 사는 얼굴만 아는 이웃 어른보다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숙한 좋은 어른에 범주에 들어간다고 장담해 본다. 그래서 웃음이 나온다.
[다양한 역할의 선생님 중 그저 한 명]
그럼 스승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꿈 쩍 안 하고 한마디 말 건네지 않은.. 그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또 어떤 어른인가?
내가 뭐 잘못한 일이 있나? 서운하게 한 일은 무엇인가? 그냥 내가 싫은가? 생각해 본다.
그러다 금방 고민을 중단한다.
오래 고민할 필요 없고, 자책할 필요는 더욱 없다.
'시절인연'
그들에게 '좋은 선생님' '좋은 어른'을 만나는 곧 올 것이다.
올해 이 순간 그저 그 역할에 내가 아닐 뿐이다. 무리하게 그 이상의 주연을 맡으려고 억지를 부리면 더 부담스러워질 뿐...
그저 난 2025년 그들이 만나는 다양한 역할의 어른 중 한 명으로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임으로 추후에라도 나쁘지 않은 기억에 남는 어른이 되거나 다양한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에 일조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이렇게 스스로 안정을 찾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여 내 역할을 존재를 인정하며 사는 것이 사실 내게도 중요해지는 오늘이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배웠다]
모두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기는 하다.
재학생 말고도 졸업한 아이들과의 만남이 오랜만에 이루어지는 날이다.
몇몇 졸업생이 직접 찾아와 주었고, 그들의 직접 못 오는 경우 선물이 배달되는 경우가 있다.
공익근무 가기 전 즉 나 출근하기 전인 7시 즈음 내 책상에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두고 간 녀석도 있다.
근사한 떡을 보내줘서 교무실 샘들 앞에서 어깨를 으쓱할 수 있게 해 준 녀석도 있고...
그 녀석들 모두 열일곱, 열아홉에 내가 주었던 관심을 통해 사랑받았다는 것을 배운 것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본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느낌을 감사히 여기고 오늘 같은 날을 빌어 고맙다고 인사해 주는 그때 그 어린이... 청소년?
그 어린이에게 '어떤 어른'이었던 나... 좋은 어른이었겠지라고 조심스럽게 점수를 매겨본다.
모두에게는 불가능할지언정
많은 열일곱, 열여덞, 열아홉 고1~고3 학생들에게 '좋은 어른'으로서 그들이 내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행복해하면 참 좋겠다.
난 그저 묵묵히 좋은 어른이 되는 연습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전제를 잊지 말고 말이다.
'더 나은 세상을 바란다면 더 나은 어른이 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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