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 - 문화인류학으로 청소년 삶 읽기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함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7월
평점 :
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
#사계절 #함세정 #사뿐사뿐
사뿐사뿐 편집자님이 써주시는 편지에 이런 질문이 주어졌다.
"여러분은 살아오면서 어떤 시기에 '나'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셨나요?"
난 언제인가? 대학 전공이나 직업 선택할 때? 집에서 독립? 결혼을 결심할 때? 이렇게 선지를 몇 개 주시고는 스을쩍 답을 주신다.
빠질 수 없는 것이 청소년기 아니냐고~ 맞죠?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죠?라고 하시는 듯하다.
난 그런가?
내가 청소년 시절에 그렇게 '나'에 대해 많이 생각했나? 생각했었는데 잊은 건가? 아니면 그저 유치하게 친구들과 노느냐고 생각한 적 없는 건가?
그래서 이번 책에 그렇게 집중했나? 본래 이런 생각을 했어야 하나보다... 싶은 마음에 말이다.
이제 청소년들,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직업을 갖다 보니 이제야 난 청소년에 대해 생각하고 청소년기에 했어야 하는 고민을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에서야 고민한다. 다 큰 어른이 되어서야.. 이제야... 힘들게... 그리고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서..
어떤 방법으로 이해할지는 책 제목에 나와있는 듯하다.
교육학과 문화 인류학에서 학습을 위한 접근 방법으로 나름 그 영역에서 일반화되고 청소년 수준에서도 이해가 쉬운 방법으로 말이다.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에서 살짝 낯설게 보기를 시도했으면 하고 조언한다.
현재 우리의 생각, 우리라고 하면 어른들일 가능성이 크고, 현재 우리가 문화라고 하는 사회적 약속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려 보기를 권한다. 이 과정에서 위치성, 타자화, 질적 연구, 문화상대주의 등 문화 인류학과 교육학의 개념을 설명하고 적용하고 있음을 중간중간 간지를 넣어 추가 설명하듯 이해시켜 준다. 즉 '청소년', '청소년 문화'라는 테두리 안에 모두를 끼워 넣고 개별화하지 않고 그 테두리 밖 청소년에 대해 편견과 몰이해를 갖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대학 입시에 관심 없는, 혼자 있는 것이 좋은, 가족이 부담스러운 생각이 들어 자신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기준, 지표에 난 비정상인가?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그런 기준과 지표가 절대적이지 않고 '나'에 대해 한 번이라도 낯설게 보며 새로운,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깊고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과정을 도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책 속 몇 문장과 이야기를 내가 기억하기 쉽게 나름대로 편집하여 옮겨본다.
본질주의가 일으킬 수 있는 오류, 즉 청소년들에 _특정 집단 여기서는 청소년 집단에서 개인 정체성을 규정, 집단 내 다양성과 복잡성을 간과하기 쉽다. 그에 따르는 차별을 자연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우리 자아의 복잡성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청소년들이 전화보다는 SNS를 선호하는 이유가 그럴듯하다. 편집할 수 있다. 전화는 그렇지 못하는 반면 수정하고 대본을 적어 연기하듯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남과 소통하기를 원하며 또 그 소통을 잘 해내기 위한 부담은 우리 청소년들이 갖고 있다는 뜻 아닌가 싶다. 하지만 본래의 나가 아닌 다른 페르소나(부계, 비계 등 진짜와 가짜로만 구분 짓는 이분법 경계)로 연기해야 하는 피로감, 그리고 그 역시도 나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의 성찰이 동시에 오는 것을 이해시켜야... 그리고 이런 타자와의 마주침이 나를 오염시키고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닌 나(나에게만 집중하는 나)를 다시 한번 성장시키고 또 다른 나를 형성하고 변화해 가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과정임을 잘 설명해주고 싶다.
송이버섯을 사례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룩덜룩 오염된 세계라는 것을 말해주며 이런 비유를 통해 청소년기에 겪는 힘듦, 고민을 잘 감당할 수 있게..
'정이 들만한 시간이 되었으면 자르라'
임시직 비율이 높다는 것, 함께 일하는 사람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단면, 성과와 이윤 중심의 삶을 바꿔보려는 시도는? 쌓여가는 시간과 경험 속에서 만들어지는 '나', 정이 든다는 것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음력, 태양력, 건기와 우기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입시력... 슬프네...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
불안한 사회(긴장감과 우울감 상승), 높은 강도의 통제 경험(지나친 반항과 순응), 핵가족 안에서 지나친 애착(사회성 부족)
사모아의 청소년은 가족 밖 다양한 세대와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가족이 최선이자 최후의 사회제도? 국가와 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필요와 노력은?
계급을 구분 짓고 그 계급에 속하는 개인이 모두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차이인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는 과연...
계급은 고정된 틀이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과 실천을 통해 끊임없이 다시 쓰이고 있는 이야기..
가치 있는 것이 '지식'이 아니라 '간식'일 수 있다.
이렇게 적다 보니 책을 통째로 다 옮기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후 직접 학생을 마주하고 분명 어른으로서 좋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때 오해를 사지 않고 편견이 드러나지 않는 진짜 진짜 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정제되고 깔끔한 문장으로 쓰인 이 책 문장을 부드러운 대화체로 바꿀 수 있는 역량이 내게 필요한 시점이다.
#청소년 #도서협찬 #교육학 #문화인류학 #책 추천 #청소년기 #정체성 #사회 #문화 #청소년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