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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려는 말은 ㅣ 독고독락
낸시 풀다 지음, 백초윤 그림, 정소연 옮김 / 사계절 / 2025년 9월
평점 :
내가 하려는 말은
_나를 바꾸는 대신 '정상'으로 살 수 있다면?
_"한나, 그렇게 하고 싶니? 다른 아이들처럼 되고 싶어?"
#정소연 #낸시풀다 #백초윤 #사계절 #독고독락
두 편의 짧은 글로 묶인 책이다.
옮긴이의 설명을 살짝 옮겨본다.
'~장애를 다룬 두 편이 실렸다. [움직임]은 ~시간적 자폐라는 가상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소재로 하여 주인공의 고립감과 초월감을 아름답게 그려 낸다.'
'[다시 기억]은 치매로 인한 인지 장애를 '치료'받아 회복되는 주인공의 심리를 다루었다.~'
책은 꽤 얇다.
그리고 책을 여는 순간 위아래 좌우 여백이 크고 글자 크기가 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마음의 준비가 좀 덜 되어 있는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어야 하는 책을 초등생을 위한 단편 소설 읽듯 시작해 버린 실수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 하나가 기억난다.
'위대해질 기회 대신 확실한 평범함이 주어졌다면 저 파리지옥은 받아들였을까? 나는 궁금해진다.'
파리지옥을 보고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고민에 빠진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어리다. 그런 결정을 하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 나 대신 결정하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
내가 무엇을 원해야 할지 모르겠다.
위 문장은 [움직임]에서 나온 문장이다.
헌데 [다시 기억]을 읽을 때도 위 문장은 계속 생각이 나고 주인공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 너무 어려서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렸고 회복되는 치료 중에 안타깝게도 이전 기억을 모두 잃었다는 것이 다를 뿐
기억을 다시 떠올리려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노력은 그에게 너무 불편하고 준비되지 못한 답변을 서둘러 요구하는 부담을 주고 있다. 그가 결정한 것은 하나도 없이 다른 이들이 이미 모든 것들을 결정해 버린 상황...
[움직임]의 주인공 역시 그런 부담을 갖는다.
빠른 답변, 즉답을 요구받는 상황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중3에서 고1이 되어 이제 조금 적응할만하면 고2, 고3, 대학 진학 후 아니 희망 직업을 위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오롯이 1년을 다 지나고 받는 질문도 아니며 1학기가 끝나지도 않을 시점부터 선택을 하며 한번 선택을 하면 자꾸 바꾸고 수정하는 것에 눈치를 준다.
아직 어리다.
그런 중요한 결정을 하라고 서두르는 것이 그리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
조언이랍시고 주는 것이 이미 결정되고 세팅된 선택지로 등을 떠밀기도 한다.
사회가 그것을 요구하고 부모로서 널 아끼기 위해서라면서..
고1 그들에게...
과거의 모습... 부끄럽고 지우고 싶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고픈 마음이고 처음 대하는 것처럼 기대를 갖고 바라봐주길 원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출신 중학교와 고1에 올라와 그저 아직 몸에 남아 있는 그들 조차도 바꾸고 싶은 루틴이 보이면 단박에 단정 지어 낙인찍고 그저 그 모습으로 거기서 조금 나아질 것으로만 판단한다. 아니면 잘했었으니 그저 넌 또 잘해야만 하는 아이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굳이 '장애'라는 필터를 중간에 끼지 않고서도 나를 둘러싼 삶에서도 책 속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고 공유되는 부분이 있음을 느낀다.
부담 없이 한번 더 읽어본다.
아래 문장이 문득 눈에 띈다.
"우리가 그동안 잘못해 왔던 거네."
엘리엇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사랑하고 싶어도 그 마음이 이미 사라져 버렸다는 폭탄 같은 말을 해버린 상황 속에서 그레이스가 한 대사이다.
...
휴일이 끝나고 다시 현장 속으로 복귀하면 내가 그동안 잘못해 온 것을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귀로 들리지 않지만 내 조급한 요구와 질문에 당황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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