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_어쩌면 '싫음'은 곡절 없이 좋아하는 것을 몇 곱절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임지은 #한겨레출판사
작가의 말을 읽고 처음 몇 장을 넘기면서 생각나는 단어가 있어 정리해 본다.
양가적 감정_뒤표지에 오은 시인님의 글에도 '양가감정'이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양가감정(ambivalence)은 어떤 대상에 대해 동시에 상반되는 감정을 느끼는 정신 상태를 말합니다. 또는 어떤 것에 대해 동시에 상충되어 일어나는 반응이나 행동, 생각을 말합니다. 즉,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갖고 있는 상태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자신의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사람에게 자주...
p6
~내가 남들보다 잘 해내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누가 글을 엄청 잘 쓰면 때로 슬퍼지기까지 해서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을 미워한 적도 있다. 그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건 나를 슬프게 하고, 내게 자부심을 주는 건 그만큼 나를 수치스럽게 하고, 내가 갖고 싶은 건 나를 초라하게 하고... 그런 일이 내게는 너무너무 많다. 사람들 앞에서는 이런 내 모습을 잘 감춘다....
이 부분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상황 속에서 양가적 감정이 드는지 잘 읽어봐야겠구나. 아~ 작가님도 음... 잘 모르지만... 억누르고 참아야 하는 상황이 많았던 게야~라고 공감해보려 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 꼭 무엇도 대단히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좋아한다고 하는데 난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 내가 잘 해내기를 바라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슬퍼지고, 미워한 적이 있는 것... 사실 나도 이랬던 적이 있고, 이런 감정은 좀 못나 보이고 없어 보여서 옷에 붙은 벌레에 소스라치게 놀라 그 벌레를 떼어내고 싶은 사람처럼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고 몸을 떨었던... 그런 기억... 나만 기억하는 부끄러운 기억...
그런 기억의 소재와 같은 이야기들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하다.
작가님이 난 이런데 당신도 혹시 이런 경험 있나요?라고 글로 적어준 것을 함께 읽어나가는 느낌이 든다.
작가님의 '글쓰기'는 내게 '수업'이고, 작가님이 그렇게 자신의 책이 매대에 놓이기를 바라고 알아봐 주기를 바랐던 '책방 사장님'은 내게 내 실력과 애정을 알아주기 바라는 교무실 동료교사와 교실의 학생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나도 작가님이 느껴 적은 이 글을 조금 아주 조금 이해하고 있고 잘 읽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페이지를 넘긴...
잊어버리지 않고 싶은 문장들을 잃어버리기 싫어서 책 모서리를 접다 보니 책 한쪽이 뚱뚱해진다.
[낙차]
너는 그렇게 보이지 않네, 그건 내가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배반을 격려하기]
내 생각에 인간은 자기가 그은 선 아래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제 눈에 아름답지 않으면 잡동사니쯤으로 퉁치고 제 기준보다 감히 괜찮아 보이면 자격을 논한다.
~그런 아름다움을 지향점으로 둔다. 거기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래야 나아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때로 아름다움이란 그리움이다.
[내 안의 디오니소스]
이토록 질식할 것 같은 세상에서 삶을 스스로 위로하는 게 뭐가 그리 나쁘냐고 어디로든 나 자신을 던지는 능력 없이 내가 무엇이 될 수 있느냐고, 아니 도대체 내가 무엇이 될 수나 있긴 한 거냐고...
[미리 죽기], [딥페이크 사진의 초상]에서 보여주는 놀랄 정도의 솔직함 속에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 자연과 인간, 나를 망치려고 하는 것들에 대해 호락호락하지 않을 단단한 용기...
[젖소와 여자들]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죄의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죄의식을 나눠가진다고 했다. ~ 그런 죄책감이야말로 타인의 고통에 심리적 유대감을 갖는 사람이라는 증거라는 거였다.
[눈 내리는 계절에]
~누군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자 둥근 세상을 마구 흔들어놓으니까~
이런 문장을 쓰지 못하는 내 역량에 슬퍼지고, 공연하게 작가님이 미워지고 있다....
#도서협찬 #한겨레 #하니포터9기 #책추천 #이유없이싫어지는것들에대하여 #임지은 #산문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