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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은 비밀입니다 ㅣ 창비청소년문학 129
전수경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평점 :
채널명은 비밀입니다
'엄마'와 '딸'
'딸과 '친구' 그리고 '전교 1등'의 역할이 부여된 주인공들과 그 주변인들이 펼쳐나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난 어떠한가?
예전에도 자주 이런 역할을 나눠보고는 했는데...
'아들', '아빠', '학급담임교사', '교과담임교사', '이전학교 부장교사', '선배교사', '막내교사'...
'나'라는 역할로 이 세상에 태어났을진대 살면서 내게 누적되는 시간과 경험이 내게 부여하는 역할을 난 잘 해내고 있는 건지
그 역할로 행복해하고 있는지, 역할로 인해 부담을 갖고 힘겨워하는 건지...
누가 그랬다.
어떤 역할 하나가 그 뒤 맡겨지는 배역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크고, 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지만 변신을 시도하더라도 성공하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다고... 더불어 한정된 에너지를 갖고 겹치기 출연이 주는 부담 또한 생각해 본다. 그렇다고 모든 역할을 하나의 역할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소설 속에서 엄마는 이쪽 세계를 살아가며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딸 역할도 그렇고 굳이 말하자면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빵점 아닐까? 싶다.
그러나 채널을 통해 다른 세계에서 정착해 나가는 엄마는 무척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미용실 원장님으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며, 아니 그렇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그보다 더 중요한~ 행복하다!
행복해하는 엄마에게 이쪽 세계의 딸은 엄마가 이쪽 세계에 전념해 주기를 바란다.
어느 쪽이든 선택하라는 딸의 외침에 이때 엄마의 망설이지 않은 단호한 대답이 인상적이다.
"두 세계!!!"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이쪽 세계와 '나'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또 다른 세계 모두 해낼 자신이 있고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 해내려는 노력이 보인다.
난 잠시 냉소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내기엔 너무 힘들 텐데... 무척이나 힘든... 왜 그렇게 힘든지.. 모를... 그렇다고 내쳐지지 않아 지는...
친구를 살리기 위해 수학 수행평가 도중 뛰어나가는 딸은...
전교 1등의 역할을 떨쳐내고 친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대략 소설 속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그랬기에 엄마의 '엄마' 말고 '나'를 향한 세계로의 치우침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나를 버려낼 수 있는 용기, 다른 하나를 얻기 위한... 용기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말이다.
특정 역할에 기우는 마음, 그것이 하나의 역할이든 둘이든... 꼭 선택해야 한다고 할 땐 엄마처럼 "둘 다!!"라고 하면 어떨까?
그럴 수 없다면... 힘들겠지만... 무척이나...
요즘 적잖이 가족이라는 세계에 아들, 아빠, 남편의 역할이 쉽지 않다고 느껴진다.
작가님이 미리 그려낸 상황의 구성을 통해 엄마와 딸은 또 각자 자신의 세계로 용기를 내어 나아갈 수 있도록 해놓은 이런 장치들이 참 맘에 든다.
나도 가끔 용기를 내어도 괜찮은건지...
마지막 부분의 문장을 옮겨본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를 살아가며, 잠시 중요한 세계를 공유할 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 제갈미영의 중요한 세계이자 딸이었던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나는 누구의 세계나 딸이 아닌 오롯한 나이며 언젠가는 엄마를 떠나 나만의 세계로 힘써 날아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받아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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