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지지 않고 인생그림책 49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고정순 그림, 권정생 옮김 / 길벗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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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페이퍼가 블라인드 처리가 되었다. 괜찮다. 아마 책의 편집 구성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모든 전문이 공개되어서 그러려니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야자와 겐지의 詩가 권정생 선생님의 가장 낮고 겸손하신 마음으로 번역되고, 심플하면서도 핵심을 보여 주신 고정순 작가 님의 풍성하고 아름다운 이 그림책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어서 굳이 100자 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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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이/ 절대 화내지 말고/ 언제나 조용히 웃는 얼굴로/ 하루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고/ 모든 것을 자기 계산에 넣지 않고/ 잘 듣고 보고 알아서/ 그리고 잊어버리지 말고/ 들판 소나무 슾속 그늘에/ 조그만 초가지붕 오두막에 살며/ 동쪽에 병든 어린이가 있으면/ 가서 간호해 주고/ 서쪽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의 볏단을 져다 드리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쪽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쓸데없는 짓이니 그만두라고 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여름엔 허둥지둥 걸으며/ 모두한테서 멍텅구리라 들으며/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와자와 겐지는 그렇게 살다가 서른 일곱 살의 나이로 일찍 죽었다. 그러나 백 살을 산 사람 보더 더 많이 산 것이다.‘ ㅡ 권정생

‘종이 위에 죽은 시인의 시를 읽어 적는데/ 옮길 수 없는 무엇이 남아/ 꺾이는 핑계가 되고/ 기어이 살아갈 이유가 되니‘ ㅡ 고종






 지극히 아름다운 책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가장 낮고 겸손한 삶의 목소리으로 번역이 되고, 고정순  선생님의 星夜 같은 그림들로 태어난, 미야자와 겐지의 詩로 맑은 정신과 깨어있는 지혜와 올바른 삶의 자세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그림책.

2015년, 야마무라 코지의 그림으로 만났던 '비에도 지지 않고'로 처음 그림책으로 보았는데

그분의 작화는 일본인의 정서로 이 詩를 그렸지만, 이번에 나온 고정순 님의 그림은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하고 다채롭고 아름다운 그림들로 미야자와 겐지의 詩를 비로소 가장 가깝고 정답고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책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많이 선물하고 싶은 冊이고 오래오래 간직하며, 마음이 혼탁할 때 무엇인가 우리가 선택했던 일들의 '최초의 동기'를 다시금 돌이키며 '기어이 살아갈 이유가 되니'가 되는 冊. 

좋은 그림책 덕분에, 감사와 원형의 평화를 만나는 주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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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8
조해진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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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야 말로 쓰이는 대상을 발견하는 작업이자 그 대상이 제대로 존재하도록 하는 일‘이라는 말처럼, 실제 인물인 자이니치 세 가족들을 모델로 쓰인 허구의 소설이지만, 런던 서울 오사카 제주의 시공간을 거슬러 간 기억과 심연의 목소리들로 ‘망각과 기억의 경계를 환기‘(77)해 더욱 아득하고 폐부로 다가오는 밀도 높은 소설. ‘스스로 세상을 구원하는 이의 삶이 이어져 보이지는 않지만 깊고 높게 울리는 목소리로 연주된다.‘(172). 작가가 저마다의 삶을 작은 역사로 살아낸 모든 자이니치에게 바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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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의 정원
백지혜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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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은 끊임없이 쭉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백지혜 작가의, 비단에 색을 여러 겹 쌓아 올리는 전통 채색화 기법과 두루마리 화첩으로, 봄에서 시작해 다시 이른 봄으로 끝나는 열두 달 정원의 시간의 변화와 아름다운 35종의 우리 꽃들과 6종 곤충들의 화훼초충도로 고요하고 다정한 파노라마 정원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반복되는 시간과 사라짐 속에, 아름다운 꽃들의 안부를 바라보는 각자의 눈과 마음, 세상 자연의 아름다운 기억과 추억을 환기시켜 주는 병풍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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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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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가 ‘성인인 네게 성인인 내가 이제는 우정을 담아 인사하고 싶다.(29)‘로 여는 딸 위녕에게 보내는 열두 편의 편지. 교훈이 아니라 작가가 살아온 수많은 삶을 건너온, 성찰과 통찰의 뜨거운 마음과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가 그것을 받아들일 때 아픈가 아닌가에 있다면 그건 깨달음을 주는 문장들‘의 책들을 통해 성장과 자신으로 용감하게 살아갈 용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는 편지들을 읽으며, 위녕뿐만 아니라 읽는 이에게도 삶의 과정에서 스치고 간 갑갑한 감정들의 해갈과 단단한 공감과 힘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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