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이/ 절대 화내지 말고/ 언제나 조용히 웃는 얼굴로/ 하루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고/ 모든 것을 자기 계산에 넣지 않고/ 잘 듣고 보고 알아서/ 그리고 잊어버리지 말고/ 들판 소나무 슾속 그늘에/ 조그만 초가지붕 오두막에 살며/ 동쪽에 병든 어린이가 있으면/ 가서 간호해 주고/ 서쪽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의 볏단을 져다 드리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쪽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쓸데없는 짓이니 그만두라고 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여름엔 허둥지둥 걸으며/ 모두한테서 멍텅구리라 들으며/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와자와 겐지는 그렇게 살다가 서른 일곱 살의 나이로 일찍 죽었다. 그러나 백 살을 산 사람 보더 더 많이 산 것이다.‘ ㅡ 권정생

‘종이 위에 죽은 시인의 시를 읽어 적는데/ 옮길 수 없는 무엇이 남아/ 꺾이는 핑계가 되고/ 기어이 살아갈 이유가 되니‘ ㅡ 고종






 지극히 아름다운 책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가장 낮고 겸손한 삶의 목소리으로 번역이 되고, 고정순  선생님의 星夜 같은 그림들로 태어난, 미야자와 겐지의 詩로 맑은 정신과 깨어있는 지혜와 올바른 삶의 자세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그림책.

2015년, 야마무라 코지의 그림으로 만났던 '비에도 지지 않고'로 처음 그림책으로 보았는데

그분의 작화는 일본인의 정서로 이 詩를 그렸지만, 이번에 나온 고정순 님의 그림은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하고 다채롭고 아름다운 그림들로 미야자와 겐지의 詩를 비로소 가장 가깝고 정답고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책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많이 선물하고 싶은 冊이고 오래오래 간직하며, 마음이 혼탁할 때 무엇인가 우리가 선택했던 일들의 '최초의 동기'를 다시금 돌이키며 '기어이 살아갈 이유가 되니'가 되는 冊. 

좋은 그림책 덕분에, 감사와 원형의 평화를 만나는 주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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