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이병률
면아 네 잘못을 용서하기로 했다
어느 날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
내가 아는 사람의 것이 아닌 잘못 보내진 메시지
누가 누구를 용서한다는데
한낮에 장작불 타듯 저녁 하늘이 번지더니
왜 내 마음에 별이 돋는가
왈칵 한 가슴이 한 가슴을 끌어안는 용서를 훔쳐보다가
왈칵 한 가슴이 한 가슴을 후려치는 불꽃을 지켜보다가
눈가가 다 뜨거워진다
이게 아닌데 소식을 알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데
어찌할까 망설이다 발신번호로 문자를 보낸다
제가 아닙니다. 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이번엔 제대로 보냈을까
아니면 이전의 심장으로 싸늘히 되돌아가
용서를 거두고 있진 않을 것인가
별이 쏟아낸 불똥을 치우다
뜨거워진 눈가를 문지르다
창자 속으로 무섭게 흘러가는 고요에게 묻는다
정녕 나도 누군가에게 용서받을 일은 없는가
-이병률 詩集,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에서
어딘가에서 오후에 보내 온 어린이 책들을 지금 읽고서 일을 마친후, 꼬마들이 있는
친구의 집으로 책을 보내겠다는 문자를 쳤다. 그런데 잠시후 카톨릭대학에 상주교수로 있는
S에게서 문자가 왔다. 잘못왔다고, 보내야 할 곳으로 다시 보내라며. 그러면서 이 詩가 함께
왔다. 이병률의 詩, '별'.
이병률의 '별'을 읽으면서 문득 마음 어딘가가 욱씬,거린다.
별을 본지 얼마나 오래였을까.
별이 쏟아낸 불똥을 치운지 얼마나 오래됐을까.
아직도 마음에서 용서하지 못한 그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이젠 다 잊었다고 그리고 다 용서했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여전히 늑골 속 어딘가에 고여, 일렁이고 있음을 만났다.
별이 되어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용서받을 일이 없었겠는가. 내가 용서해야겠다고, 생각한 그 시간들 속에서 과연 나는 용서받을 일이 없었을까.
이젠 정말 다 흘려보낼 때가 되지 않았을까, 깊은 밤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