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수조에,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있다.

처음 물고기들을 키우던 때는 아이들이 꼬마였을 때, 최기철 선생님의 민물고기에 대한 책을

보고 아이들과 민물고기를 키웠다. 민물고기에 대한 비디오도 보고 신촌의 '우리 민물고기 

연구소'에 다니며 많은 민물고기를 보고 구입도 하며, 우리집 어항에 버들치, 납자루, 붕어, 꺽지

모래무지, 피라미 등등...을 키웠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키우게 된 열대어는, 하프문 베타 였다.

베타,는 동종끼리는 한 마리가 죽을 때까지 싸우므로 어쩔 수 없이 한 마리씩만 키워야 됐는데

최초로 키운 베타는' 만복이'라는 블루베타와 '귀동이'라는 붉은 베타였다.

만복이는 이름 그대로 식탐이 장난이 아니라 끊임없이 먹이를 먹어 결국은 배탈이 나 죽었고, 반면

꼬리지느러미가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듯한, 아주 아름다운 미모의 귀동이는..먹이도 꼭 푸드팬서

에서만 먹었고 그것도 한 두 알씩만 톡톡 먹었다. 그리고 성격도 모습 그대로 까칠해 언젠가 내가

어떤 불순물을 건지려 망을 휘젓다가 그만 저까지 건져버린 후엔...다른 식구들이 오면 뽀르르 

붉은 드레스를 휘달리며 달려와 꼬리를 하늘하늘 춤추다가, 나만 다가가면 쌩,하고 아비아나누스

수초밑으로 쏙 숨어 버리는 '까칠도도어'라고나 할까. 

결국 이 아이도 수명을 다해 무지개다리를 건너갔고...한동안 우리 식구들은 귀동이 생각에 몹시도

심란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예민하고 민감하고 우아하고 바른생활 물고기,를 어떻게 잊을 수 있

을 것인가. 그리고 또 다시 누군가의 선택으로 '코리'종을 키우기 시작했다. 코리는 주로 바닥에서

생활하는데 점이 촘촘이 박힌 스터바이와 팬더같은 얼굴을 한 팬더, 그리고 등에 황금빛 줄이 선연한

골든 스트라이프 코리들을, 어떤 종류는 태국에서 갓 들어왔을 무렵 예약주문을 해서 구입을

했는데 이놈들은, 생김새와는 달리 엄청 겁이 많아 사람이 다가가면 우루루 일렬종대로 줄을 서서

숨기에 바쁘다. 처음엔 낯설어서 그런가 했는데...3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여전히 그 모양들이니

볼 때마다, '아 누가 잡아먹나!' 어처구니가 없지만 원래 이 어종들이 겁이 많아서 어느집에서나

끝까지 그렇다고 하니 참...ㅠㅠ

 

그러다, 어느날 또 들어온 물고기가 '골든볼 라미네지'였다. 몸색깔이 샛노랗고 작은 풍선처럼 통통한

몸매에 눈 밑에 빨간 연지를 찍은 듯 깜찍한 녀석들은 처음 입수를 했을 때부터, 전혀 기죽지 않고

발랄난망하게 쏘다니면서 먹이를 폭풍흡입을 하곤 해, 한달 쯤 되면 거의 성어처럼 커버린다.

골든볼 라미네지에 재미가 나, 그 다음엔 같은 라미네지종이지만 네온블루 라미네지들도 또 국내에

반입되자 마자 예약주문으로 데려오고(손톱만한 크기의 한 마리값이 25000원인가 했다.) 얼씨구

절씨구 귀엽게 키우다 어느 날, 박테리아병에 걸려 싹 몰살을 했다...ㅠㅠ

그리곤 다시 블랙 임페리얼 테트라를 들여오고..다른 여러종의 아이들을 들여오고, 새우들도 키우고

달팽이도 키우고 안시도 키우는 중이다.

 

그런데, 가장 살가운 놈들은 다시 키우기 시작한 골든볼 라미네지들이다.

붙임성도 먹이반응도 친화력도 좋아, 우리만 가면 쪼르르~달려나와 눈도장에 애교작렬!

아까, 물이 많이 줄어들어 반급수를 해주고, 푸드팬서에 먹이를 주니 득달같이 달려들 나와

톡톡, 먹느라고 난리들인데...그 중 기존의 가장 오래된 왕 노랑이 한쌍이 안 보여, 이상하다?

생각하며

들여다 보니, 꼬리지느러미가 선녀날개에 은빛가루를 뿌린듯한 우아한 긴 꼬리를 지닌 수컷이

저 혼자 달려오다 문득 뒤따라 나오지 않는 암컷을 찾아 수초 밑으로 들어가, " 밥 먹자 "하는 듯

한 행동을 하는데 암컷이 바닥에 붙어 꼼짝도 안하자 저도 그만 그 옆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저 짝의 어딘가 안 좋은 상태를 걱정하듯... 둘이 가만히 마주보고 있다.

나도 여느때와는 다른 그들의 상태를 보고 급히 울집男,에게 얘기를 하니 "이제 죽을 때가 된

모양이지" 무심한 듯 말한다. 하긴 수명이 다할 때가 됐구나...

아무리 물고기들이라도, 아침 저녁으로 눈을 맞추고...밤에는 잠을 자라 불을 꺼주고...서로

바라보며 길들여진 관계라...어떤 헤어짐이라도, 이별은 늘 아프다..

누가 물고기들은 아무 감정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가,

모든 생명은 다 서로에게 애틋한 안부와, 인사를 나눈다.

그게 사랑,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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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19 08:41   좋아요 0 | URL
무지개다리.
이 말을 좀 함께 써도 될까요?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니,
더없이 예쁜 말이네요.

그래요, 모두들 무지개다리를 건너지요.
살 적에도
죽을 적에도

appletreeje 2014-02-19 11:58   좋아요 0 | URL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는 말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모두 쓰는 말이지요. ^^

그런데 함께살기님의 깊은 말씀을 들으니 정말 새롭게
더없이 예쁜 말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늘...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드림모노로그 2014-02-19 10:11   좋아요 0 | URL
단짝이 죽으면 같이 따라 죽는다는 키싱 구라미처럼
단짝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곁에 같이 있나봅니다...
아구, 가엾어라....
물고기들의 사랑이 참 눈물 겹습니다....

appletreeje 2014-02-19 12:02   좋아요 0 | URL
참, 라미네지를 구라미로 잘못 적어서 수정했습니다.^^
예~이 한쌍은 부부로 알도 낳고 항상 정답게 지냈어요.
수명이 평균, 이 삼년인데...때가 온 듯 싶어요.
조만간 남은 한 녀석이 쓸쓸하고 가엾어 질 듯 합니다..ㅠㅠ
감사드려요, 드림님..*^^*

2014-02-19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0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4-02-23 10:51   좋아요 0 | URL
정말 어떤 종이 되었던 살아있는 생명을 품는다는것은 사랑이 없으면 쉬운일이 아닌것 같아요. 고양이도 키우시고, 물고기도 키우시고, 달팽이도 키우시고 정말 대단하세요. ~~

언제 한번 이쁜 아가야들 사진 올려주세요. ^^

appletreeje 2014-02-23 23:09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듯도 싶어요.^^
사람은 배고프면 알아서 찾아 먹지만, 이 아이들은...사람이 하나 하나
보살펴 주지 않는다면 생존이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애들에게 더욱 큰 위안과 사랑을 얻으니 더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구요~~
저희가 키우는 종은, 하나같이 다 정적인 부류라는 생각이 듭니담..^^

후애(厚愛) 2014-02-26 20:41   좋아요 0 | URL
정말 물고기 박사세요.^^
골든볼 라미네지 참 이쁘지요?
예전에 키워보고 싶다 생각만 했었네요.

행복한 밤 되세요~*^^*

appletreeje 2014-02-27 01:01   좋아요 0 | URL
정말, 물고기 박사 아니라니까욤~^^;;
거듭 말씀 드리지만, 그저 평균적인 물고기 키우기랍니다.^^
예~ 정말 골든볼 라미네지는 깜찍하고 귀엽고 예뻐용~ㅎㅎㅎ
후애님께서도 나중에 기회 되실 때, 언제 한 번 키워보세요~~
생각보다 물고기들이 주는, 잔잔한 즐거움이 크니까요.^^

후애님께서도, 행복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