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대학 등록금 문제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의 얼굴을 볼 때 패기와 희망이 넘치기보다 죄절과 고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나는 얼마 전까지 대학의 이사장 직을 지냈습니다. 우수한 신입생을 모집하고, 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각종 시설을 확충하고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졸업생들의 진로를 모색하고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신부로 돌아오려 합니다. 이 땅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냉엄한 현실 앞에 눈물을 흘리며 무릎 끓거나, 비겁한 자세로 타협하지 않고 바른 인성과 맑은 영혼을 소유한 아름다운 사람들로 성장하기를 사제로서 기도합니다.
땅을 딛고 서서 빵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하늘을 우러르며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요즘 나는, 삶이란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지식과 이론으로, 심지어 방관자 같은 태도로 삶을 대하면 마음은 무력감과 덧없음으로 가득차버립니다.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인식한 만큼 삶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삶의 반쪽만 바라보며 살아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하늘은 보지 않고 땅만 보며 살아온 것입니다. 땅이 어떻게 하늘을 받아들인 채 스스로를 일궈내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땅은 혼자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늘을 보지 않고 땅만 바라보다가는 방향을 잃고 급기야 넋까지 잃게 됩니다. (P.9~10 )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힘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깨를 펴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모든 문제의 해결은 바로 마음공부에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마음과 영혼의 이력서에 화려한 스펙을 쌓다 보면 몸에 필요한 이력서의 스펙도 채워지게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세상 물정 모르는 신부의 공허한 넋두리가 아닙니다. 그 어떤 CEO의 성공 스토리보다 현실적인 이야깁니다.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고,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마음공부를 위해 깊게 앉을 때 마침내 참된 자아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삶의 목적을 찾게 된다면 그 자리가 바로 구상 시인이 노래한 자신만의 꽃자리가 될 것입니다. (P.14 )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구상, <꽃자리>에서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가요? 어디까지가 땅이고 어디부터가 하늘인가요? 땅 없는 하늘이 공허하고, 하늘 없는 땅이 의미를 잃는다면 하늘과 땅은 둘이면서 하나고 하나면서 둘입니다. 하늘이 땅으로 내려와 안겼기 때문입니다. 땅이 하늘을 받아들여 삼라만상의 생명을 잉태하고 낳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늘의 별을 보며 땅위의 길을 찾아갑니다. 하늘빛을 받아 땅위에 있는 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합니다. 하늘과 땅의 온전한 결합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마음을 설레이게 합니다. 어둠의 몽매함에서 벗어나 빛의 깨달음이 우리 영혼을 세차게 뒤흔들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사랑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마음공부를 통해 진정한 기쁨과 희열을 맛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P.15~16 ) / < 글을 시작하며>
2013년 봄날을 기다리며
서강대 이사장실에서
유시찬
-유시찬,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