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아버지 꽃>
Oil on canvas, 91.0×72.7cm 2014-2021
공원묘지의 비석들은 형형색색의 조화로 장식되어 있다. 생화를 갖다 놓고 싶어도 금세 시들어 버리니 공장에서 만든 플라스틱 꽃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돌아가신 분이 생화와 조화를 어찌 구별하실까 싶으면서도, 화공약품 냄새 풀풀 나는 플라스틱 꽃을 꽂을 때마다 어쩐지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 그림은 재작년에 아버지 산소에서 가져온 헌 꽃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새 꽃과 교체되자마자 쓰레기통으로 갈 뻔한 그 꽃을 슬그머니 가져왔다. 가족들 얼굴에 스쳐가던 껄끄럽고 어색한 표정들이 부담스러웠지만, 가끔은 모른 척 그 선을 살짝 넘어 보기도 한다.
한동안 작업실 한쪽을 장식하고 있던 꽃을 이제야 완성했다. <아버지 꽃>에는 대량 생산품처럼 소모되는 사물들을 다시 바라본다는 의미도 담겨 있고, 돌아가신 분을 기리고자 하는 딸내미의 애틋한 마음도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