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묘지 비석들은 색색가지 조화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생화를 갖다 놓고 싶어도 금방 시들어 버리니 공장에서 만든 플라스틱 꽃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지요. 돌아가신 분이 생화와 조화를 어찌 구별할까 싶으면서도 화공약품 냄새 풀풀 날리는 플라스틱 꽃을 꽂을 때마다 어쩐지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 그림은 재작년에 아버지 산소에서 가져온 헌 꽃을 화폭에 담은 것입니다. 새 꽃과 교체되자마자 바로 쓰레기통 신세가 될 뻔한 그 꽃을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가져왔습니다. 가족들 얼굴에 스쳐가던 껄끄럽고 어색한 표정들이 심히 부담스러웠지만 가끔은 모른 척 심리적 저항선을 살짝살짝 넘어서고는 합니다.
한동안 작업실 한쪽을 장식하고 있던 꽃을 이제야 완성했습니다. <아버지 꽃>에는 대량 생산품처럼 소모되는 헌 꿈들을 재생한다는 의미도 있고, 돌아가신 분을 기리고자 하는 애틋한 마음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