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세 자매>유채

 

어제는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명절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약속이 잡힌 터라 함께 동석한 사람은 엄마와 나, 언니뿐이었다. 차 운전은 내가 하고, 점심은 언니가 사고, 잔소리는 엄마가 담당했다. 아버지는 땅 속 깊은 곳에서 망각의 잠을 자고 있었다. 추석이 가까워서인지 성묘객들이 많았다. 아버지 묘비 앞에 심은 연산홍 두 그루가 눈에 거슬릴 만큼 웃자라 있었다. 잔가지를 다듬고 주변 잡초들을 뽑아내는 동안 자꾸만 아버지의 옛 모습이 아른거렸다. 엄마의 종교는 죽음 이후를 절대적 ‘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후, 불며 그대로 사라지고 마는 실체의 증발. 동력을 잃고 암흑물질 속을 떠도는 우주선 한 대. 고래 뱃속처럼 컴컴한 어둠 속에 가없는 평온만이 누에고치처럼 웅크리고 있다. ...............아버지! 잘 계시는 거죠? 

그림<북경에 온 마마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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