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꽃에 관한 명상> oil on canvas 53×45cm 2014
밤 늦게까지 텔레비전 화면이 들썩거립니다. 소치 올림픽 스케이트 경기를 중계방송 중입니다. 파리 여행 중에 민박집에서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 씨를 직접 만난 적도 있는 터라 더욱 관심이 쏠립니다. 전지훈련 중에 한국 음식이 그리워 그곳에 왔다는 김동성 씨의 발은 대단한 명성을 지닌 선수답지 않게 의외로 작고 여리게 보였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던 중에 스케이트 부츠 사이즈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선수들 신발은 맨발에 직접 본을 떠서 만든다고 해서 신기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선수 생활을 하느라 항상 꽉 끼는 슈즈를 신어서 발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탕! 총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나운서 목소리가 빨라지고 관중석 열기도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빙판 위의 선수들이 산소 탱크처럼 가쁜 숨을 뿜어냅니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스케이트 날이 빠르게 교차합니다. 선수가 도는 건지 얼음판이 도는 건지 눈앞이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시합 초반 50미터 안에 제대로 된 포즈를 잡아야 자기 페이스를 쫓아갈 수 있다고 해설자가 말합니다. 시선은 화면에 둔 채 괜히 딴 생각을 더듬고 있습니다. 우리는 몇 미터 안에 포즈를 잡아야 하는 걸까. 어떤 포즈가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걸까. 인생 또한 만만치 않은 자신만의 경주입니다.
선수들은 빙상 위를 돌고, 또 돕니다. 우리도 인생이라는 빙판 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근육질 허벅지가 오늘따라 더욱 든든해 보입니다. 우리에게도 인생의 근육이 필요합니다. 0.1초를 사이에 두고 순위가 뒤엉켜 있는 박빙입니다. 0.1초가 그토록 긴 시간이었다는 게 새삼 놀랍습니다. 그 자리에 서기 위해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을까요. 마지막까지 선전을 기원하며 열띤 응원을 보냅니다.